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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남북관계, 희망과 현실의 괴리

최은영 기자I 2020.06.23 05:00:00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우리 정부가 2018년 남북관계를 열었던 것처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어게인 2018’로 가야한다.”

“하루라도 빨리 개성공단의 공장을 돌리고 금강산에 우리 관광객이 가야 한다.”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이후, 더불어민주당 주요 인사들이 한 말이다. 이 주장이 반드시 틀린 말들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반도 평화란 우리 모두의 생존과 경제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반도에 평화라는 단어가 어색하지 않게 만드는 것은 우리의 희망이자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런 언급들이 가슴에 와 닿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현실과 유리된 발언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개성공단을 재가동 한다고 치자. 원래부터 나빴던 경제 상황이 코로나19로 의해 더욱 나빠졌는데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독자적 판단으로 개성 공단을 재가동하면 국제 사회의 대북제재 영향을 받지않을 것이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한마디로 경제는 더욱 어려운 지경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또한 만일 UN과 미국의 양해를 받고난 이후에 재가동 여부를 결정한다면, 이는 시간도 오래 걸릴 뿐 아니라 공단 재개를 제재의 예외로 인정해줄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힘든 것이 현실이다. 금강산 관광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우리를 끊임없이 위협하는 상황이 지속되는 한, 북한에 여행 가겠다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일 뿐 아니라 설령 남북관계가 개선된다고 가정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경제 상황에서 자기 돈 들여가면서 금강산 관광을 하겠다고 나서는 국민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힘들다는 게 개인적 판단이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사안의 근본을 파악하는 것이다.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거나, 혹은 철도를 연결하자고 제안하거나 아니면 코로나 방역을 남북 공동으로 하는 정도의 수준으로는 북한을 움직이게 할 수 없다. 지금 북한이 원하는 것은, 남북 간의 화해가 아니라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북한의 안중에는 미국만 보이기 때문에, 우리의 제의나 행동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북한이 우리를 건드리는 것도, 바로 미국에 대한 메시지 전달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도 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도발이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하며 전략 자산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과거에도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가장 중시했다. “서울을 통해 워싱턴으로”가거나 그것이 안 되면 다른 루트를 통해 워싱턴으로 가겠다는 것이 김정일의 일관된 생각이었던 것처럼, 북한 행동의 근본적 기저에는 항상 미국이 있었다.

2018년에도 북한은 우리를 이용해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려고 생각했었다. 그때 당시를 회상해 보면, 우리나라에는 “봄이 온다”면서 당장 뭔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들이 많았다. 북한이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하니까, 우리하고 관계 개선을 원한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는 분명 착각일 수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북한의 궁극적 관심은 미국이라는 점을 망각했던 것이라는 말이다. 지난 21일 북한이 “남조선 군부는 공연히 화를 자청하지 말고 북남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간 죄과에 대해 통감하면서 찍소리 말고 제 소굴에 박혀있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만 봐도, 북한은 우리의 행동이나 반응에 대해 전혀 관심을 갖지 않고 자신들이 계획한 대로 밀어 붙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 없이는 북한과의 관계개선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만일 우리가 중재자 역할을 계속하려고 한다면, 금강산 관광이나 철도 연결 혹은 남북 공동 방역 같은 제안을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력하게 북한의 비핵화를 밀어붙이고 동시에 미국과의 관계를 좀 더 돈독히 해야 할 것이다. 미국과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져야만, 북한이 우리를 ‘필요로’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게인 2018’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다. 희망이 현실을 덮어버리게 되면 객관성이 사라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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