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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년 사법부 역사상 가장 치욕스러운 이름, 양승태 前대법원장

이성기 기자I 2019.01.11 06:09:00

[양승태 소환]사법농단 의혹 1년 11개월만에 검찰行
포토라인 대신 기자회견 자청 "제왕적 면모 입증" 비판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정의와 공정사회를 지키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 입구에 `정의의 여신` 디케(Dike)상이 서 있는 곳….

사법부 최고기관인 대법원의 수장을 지낸 인물이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으로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는다. 71년 사법부 역사상 가장 치욕스러운 장면으로 기록될 오욕의 장본인은 양승태(71) 전 대법원장. 사법농단 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한 지 1년 11개월 만인 11일 오전 양 전 원장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청 포토라인 앞에 선다.

15대 대법원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 지난해 6월 “재판 관여나 법관 인사 불이익은 없었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사법농단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될수록 칼끝은 양 전 원장을 향했다.

대법원을 떠난 야인(野人)인 그가 피의자 신분이면서도 검찰청 포토라인 대신 대법원 청사 내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히겠다고 나서 더욱 빈축을 사고 있다. “제왕적 대법원장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지적부터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사법부의 앞날은 고려하지 않고 자기중심으로만 생각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까마득한 후배인 류영재(36) 춘천지법 판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퇴임했으면 사인인데 공사 구분이 전혀 없다”며 “도대체 어디까지 우리들에게 치욕을 안기실건가”라고 지적했다.

법원노조는 간부들의 소집령을 내려 양 전 원장의 기자회견을 원천봉쇄하겠다고 별렀다. 법원노조는 10일 내부통신망(코트넷)에 성명서를 내고 “법원 내 적폐세력을 결집하겠다는 의도이자 끝까지 법원을 자극해 혼란을 야기하려는 마지막 발악”이라며 “양승태가 서야 할 곳은 검찰 피의자 포토라인”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장 재직 시절 그가 내건 기치는 `국민과 소통하는 열린 법원`이었다. “법관이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함에 있어 부당한 영향을 받지 않도록 모든 역량을 다 바칠 것을 다짐…재판의 독립 없이는 법원이 결코 그 사명을 완수할 수 없고 민주주의도 존속할 수 없음을 확신한다”(취임사) “정치적 세력 등의 부당한 영향력이 침투할 틈이 조금이라도 허용되는 순간 어렵사리 이뤄낸 사법부의 독립은 무너질 것”(퇴임사)이라고 강조한 그였다. 하지만 국민과의 소통 대신 그가 선택한 것은 박근혜 정부와의 거래였다는 게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이다. 그 결과 40여년 몸 담았았던 자신이 사법부의 심판을 받을 처지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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