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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철강쿼터 악재에도 매출 유지"…세아제강, 해외거점 강화 전략 통했다

남궁민관 기자I 2018.06.07 05:30:00

'최대 피해자' 예상 뒤집고 순항
수출 주력품목 유정용 강관
한국산 절반 수출길 막혔지만
2년 전 설립한 휴스턴 생산법인
올해 안 풀가동으로 실적 확보
LA 판매법인도 반덤핑 관세 대응

세아제강 포항공장에서 생산되는 강관 제품.세아제강 제공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미국 철강 쿼터제 도입의 제1 피해자로 꼽혔던 세아제강(003030)이 선제적 대응에 힘입어 ‘위기’를 ‘기회’로 바꿔가고 있다. 미국의 유정용 강관(OCTG) 등 한국산 제품 수입 제한과 이에 더한 반덤핑 공세 속에서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만든 미국 현지 생산법인(SSUSA) 및 판매법인(SSA)이 수출길 확보에 큰 역할을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세아제강의 미국 생산법인 SSUSA(SeAH Steel USA)는 1분기 안정화를 위한 테스트 생산을 마무리 짓고 2분기부터 본격 상업생산에 돌입했다. 1분기 평균 가동률은 27%로, 3~4분기 중 완전 정상화를 위해 현재 가동률 끌어올리기에 한창이다.

세아제강의 SSUSA는 앞서 2016년 11월 미국 휴스턴에 위치한 유정용 강관 제조 및 프로세싱 업체 두곳을 약 1억달러에 인수한 이후 설립한 생산법인이다. 미국 현지에서 직접 유정용 강관을 생산해 판매하는만큼, 향후 가동률 정상화는 올해 세아제강의 실적 방어에 중요한 열쇠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정부의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수입량 규제인 쿼터제의 영양권 밖에 있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은 올해 한국산 강관 수입을 지난 3년간(2015~2017년) 평균의 51%(102만6246t(톤))로 제한했다. 이중 유정용 강관은 올해 46만868t으로 제한됐으며, 마찬가지로 지난해(92만8701t) 대비 절반 수준에 그치는 상황이다. 국내 강관업체들의 쿼터 할당량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평균적으로 수출실적이 지난해 대비 반토막 날 위기에 처한 셈이다.

하지만 세아제강은 앞선 SSUSA 설립에 따라 한결 나은 상황이다. 세아제강은 한국철강협회 및 관련업계들과의 협의를 통해 올해 대미 유정용 강관 수출량으로 12만t 수준을 할당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SSUSA의 생산 및 판매가 정상화되면 유정용 강관을 최대 27만t까지 미국에서 판매할 수 있을 전망이다.

또 다른 주요 강관제품인 송유관 쿼터 할당량까지 고려하면 최대 40만t에 육박하는 강관을 미국에 판매할 수 있다는 추산이 가능하다. 지난해 세아제강의 미국 강관 수출량(50만t)의 80%에 이르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적이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세아제강의 이같은 선제적 대응이 가능했던 것은 창업주로부터 이어져 온 ‘해외거점’ 강화 전략이 빛을 발한 결과다. 창업주인 고(故) 이종덕 세아그룹 명예회장은 그룹 초창기 시절부터 해외시장 진출의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실제로 내수시장만으로도 호황을 누렸던 1978년 세아그룹 태동기 핵심구성원이자 이 명예회장의 사위인 이병준 전 회장이 미국 로스엔젤레스(LA)에 SSA(SeAH Steel America)를 설립하기도 했다.

특히 SSA는 이번 쿼터제 도입과 함께 미국 정부의 또 다른 통상압박 카드인 반덤핑 관세 부과에서 타 국내 기업들 대비 긍정적 결과를 끌어내기도 했다. 미국 상무부는 2014년부터 한국산 유정용강관에 대해 반덩핑 관세를 부과해왔으며, 세아제강은 2014년 7월 12.82%(최대 현대제철 15.75%), 지난해 4월 1차연도(2014~2015년) 연례재심 최종판정에서 2.76%(넥스틸 24.92%), 올해 4월 2차 연도(2015~2016년) 연례재심 최종판정에서 6.75%(넥스틸 75.81%)를 부과받았다.

때마침 미국의 철강 관련 통상압박 흐름에 따라 현지 철강 내수 및 수입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수익성 개선 가능성까지 높아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열연은 지난해 평균 t당 684달러에서 올해 4월 952달러로 급등했다. 냉연과 강관도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세아제강 관계자는 “오너 2세 체제로 넘어갈 무렵 향후 해외시장, 특히 미국 시장이 중요한 시장이 될 것이라는 창업주의 판단이 있었고 이따라 SSA 설립 등 해외진출에 공을 들여왔다”며 “미국에 진출한지 30년이 넘은 SSA 덕분에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가 높았고, 이를 통해 반덤핑 관세 대응부터 미국 생산법인 설립까지 시의적절한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회사측은 올해 미국발 최악의 위기 속에서도 매출액이 전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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