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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은 내년에 하라”...학부모가 교사 면박

홍수현 기자I 2023.07.28 06:13:26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전국 각지에서 교사들의 교권 침해 폭로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울산지역에서는 교사의 임신 계획까지 간섭하며 사생활 침해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학부모의 괴롭힘으로 추정되는 이유로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이초 신규 교사 추모 화환이 놓여 있다. (사진=뉴시스)
27일 울산교사노조에 따르면, 지난 25~26일 조합원을 상대로 ‘교권 침해 사례 실태 조사’를 진행한 결과 202건의 사례가 접수됐다. 초등학교가 168건으로 가장 많았고, 중학교 15건, 특수학교 9건, 고등학교 7건, 유치원 2건 순이었다.

교권 침해 유형으로는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나 부당한 민원’(40%)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한 불응, 무시, 반항’(33%)이 뒤를 이었다. 이 밖에 ‘학생의 폭언, 폭행’(17%), ‘학부모의 폭언, 폭행’(10%) 이 각각 3위와 4위로 나타났다.

노조는 단순한 교육활동 침해를 넘어서 교사의 인격을 모독하는 심각한 내용도 많았다고 밝혔다.

학부모가 임신한 담임 교사에게 “왜 담임을 맡았느냐”며 면박을 준 사례, 아이의 담임이 바뀌는 게 싫다며 교사에게 “임신은 내년에 하라”고 말한 사례도 있었다.

또 학부모가 새벽 2시에 술에 취해 전화해 고함 지른 사례, 자녀의 행동에 대해 매일 문자로 보고하라고 한 사례도 접수됐다.

이번 조사에서는 학생이 교사 얼굴에 가래침을 뱉은 사례, 주먹질과 욕설을 한 사례, 수업 시간에 교사에게 성희롱성 발언이나 행동을 한 사례도 보고됐다.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를 추모하며, 재발 방지 대책 의견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 교사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조는 “‘교실 붕괴’라는 단어가 회자한 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제는 교권 침해가 교사의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가 아동학대 범죄가 되지 않도록 아동학대 관련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며 “아무 권한이 없는 교사를 학교폭력 조사 업무에서 제외하고, 수사권이 있는 경찰이 책임지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울러 “현재 학부모의 모든 민원을 교사 개인이 감당하고 있어 근무 시간이 아닌 때에도 사생활을 침해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이제는 학부모가 교사의 개인 전화로 연락하지 않도록 학교에 통합민원 창구를 만들어 학생의 교육과 관련한 중요한 내용만 담당 교사에게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권 침해 공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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