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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렇게 보고 싶었니?"...5년 만에 돌아온 명불허전 '조드윅'

윤종성 기자I 2021.08.10 06:00:00

[리뷰]뮤지컬 '헤드윅'
13번 시즌 중 6번 참여한 조승우
3시간 가까이 휴식시간 없이 공연
기쁨·분노·고통 고스란히 드러내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지난 4일 낮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긴 금발 머리에 짙은 화장, 굽 높은 부츠, 빨간 망토를 걸치고 나타난 ‘조드윅’(조승우+헤드윅)이 교태를 부리며 무대에 올라 “내가 그렇게 보고 싶었니?”라며 새침하게 말문을 떼자, 객석에선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조승우는 휴식 없이 3시간 가까이 공연을 이끌어가며 관객을 들었다 놨다 했다. 특유의 넉살 좋은 입담과 끼가 ‘헤드윅’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됐고, 관객들은 그에게 푹 빠져 헤어나오지 못했다. 무려 5년이나 ‘조드윅’을 기다렸던 팬들을 만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는 무대였다.

뮤지컬 ‘헤드윅’에서 조승우가 연기하고 있다(사진=쇼노트)
‘헤드윅’은 동독 출신 트렌스젠더 록 가수 한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성전환 수술에 실패한 헤드윅이 자신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과 음악에 대한 열정,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는 콘서트 형식의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한국에서는 2005년 첫선을 보였다. 200석 소극장에서 출발한 작품은 입소문을 타고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해 2016년 700석 규모 중극장으로 무대를 옮겼고, 이번에는 1250석 규모 대극장에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조승우는 한국에서 열린 13번의 시즌 가운데 6번 참여하면서 ‘헤드윅’ 그 자체라는 평가를 받는다. 조승우를 빼놓고 ‘헤드윅’을 논할 수 없을 정도다. 이번 시즌 코로나19로 인해 무대와 객석을 오가며 던지던 즉흥 대사도, 공연 도중에 벌어지던 객석 난입도 모두 금지됐지만, 그는 코로나19 시국의 ‘웃픈’(웃기고 슬픈) 현실을 담아 농을 치는 등 더 능수능란한 입담을 과시하며 무대를 가지고 놀았다.

양봉용 모자를 쓰고 나타나선 “이거 쓰고 객석 내려가려고 했는데 안 된대”라고 하고, 땀을 닦은 뒤 화장이 묻은 손수건을 관객에게 건네는 장면에선 “이것도 안 된대”라며 손수건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대형 스크린을 통해 수많은 젤리가 낙하하는 장면에서는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에 맞춰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춤을 추며 큰 웃음을 선사했다. 수위를 넘나드는 질펀하면서도 짓궂은 농담도 조승우가 하면 사랑스러웠다.

뮤지컬 ‘헤드윅’에서 조승우가 연기하고 있다(사진=쇼노트)
‘헤드윅’은 큰 사건 없이 기쁨, 분노, 외로움, 슬픔, 고통 등 헤드윅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공연이다. 조승우는 토미와의 사랑을 이야기하면서부터 극한의 슬픔을 무대에 토해낸다. 이전까지 보여주던 익살스런 모습과 상반돼 더 애잔하고 처절하다. 관객들은 그런 그를 보면서 뭉클한 감동과 함께 짜릿한 해방감을 느끼며 극강의 카타르시스를 만끽한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한참 동안이나 가슴이 먹먹할 정도로 여운이 짙고 오래간다. 이토록 불편한 얘기에 사람들이 열광하고 공감하는 이유다.

이번 시즌 조승우 외에 오만석, 이규형, 고은성, 렌(뉴이스트)이 ‘헤드윅’으로 출연한다. 헤드윅의 남편인 ‘이츠학’은 이영미, 김려원, 제이민, 유리아가 맡는다. 공연은 10월31일까지. ★★★★☆(지금은 헤드윅 타임)

※별점=★★★★★(5개 만점, 별 갯수가 많을 수록 추천 공연)

뮤지컬 ‘헤드윅’에서 조승우가 연기하고 있다(사진=쇼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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