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만명 앱 발판 토스증권…메기될까, 찻잔속 태풍 될까

김윤지 기자I 2021.02.23 00:10:00

[증권가, 빅테크發 지각변동]
직관적 MTS 관심몰이…"시장 평가는 아직"
카카오페이증권, 이색 서비스 제공 '선례'
기존 증권사도 MTS 투자·핀테크 제휴 강화
"리테일 비중 적다면 차라리 기업금융 집중"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새롭게 투자 시장에 진입하는 고객들에게 기존 증권사 앱은 불편하다고 생각했다. 주식 시세창에 종목을 검색하면 너무 많은 숫자에 막연한 두려움을 주지 않을까 싶었다. 토스증권은 ‘모바일로 투자하려면 고객 경험은 이래야 한다’는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겠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지난 18일 공개된 토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핀테크, 간편함을 넘어(FINTECH - BEHIND THE SIMPLICITY)’에서 박재민 토스증권 대표는 이처럼 포부를 밝혔다. 고액 자산가 중심인 증권업의 ‘상식’을 깨고 간소화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해 갓 주식에 입문한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금융 플랫폼 토스를 기반으로 하는 토스증권이 내달 초 공식 출범한다. 지난달부터 사전 MTS를 신청자에 한해 시범 운영 중이다. 증권업계는 2008년 IBK투자증권과 KTB투자증권 이후 12년 만에 등장한 신규 인가 ‘막내’ 증권사를 반기면서도 빅테크 업체의 증권업 진출에 경계심을 표한다.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해 지난해 출범한 카카오페이증권이 공모 펀드 업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 ‘동학개미’의 단 맛을 본 기존 증권사들은 MTS 품질 향상과 핀테크 제휴 강화 등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사용성 극대화, 틀 깬 MTS로 편의 제공

“소비자가 금융에 대한 필요가 있을 때 첫 번째로 찾는 서비스가 되는 것.” 토스 대주주인 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 대표가 강조하는 토스의 지향점이다. ‘금융은 복잡하고 어렵다’는 기존 문법을 파괴하고 단순함으로 사용성을 높인 후 토스라는 플랫폼 안에서 은행, 보험, 카드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아우르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철학은 토스증권에도 적용된다. 토스증권 사전 MTS에선 ‘매수’나 ‘매도’란 용어가 없다. ‘구매하기’와 ‘판매하기’로 풀어놨다. 기존 MTS에서 흔히 보는 봉 차트도 없다. 다양한 기준으로 나열된 종목 100위 차트는 음원 차트를 연상시킨다. 단순하면서 직관적인 구성으로 쉽게 주식거래를 할 수 있게끔 인터페이스를 구축했다.

기존 증권사들의 MTS에 대해 사용자들이 접속 및 주문처리 지연, 인증 오류, 불친절한 사용자 인터페이스 등의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토스증권이 ‘메기’가 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증권사 9곳의 MTS(안드로이드와 애플 iOS용) 앱 사용자 평점을 보면 5점 만점에 2.6점 정도에 그친다. 50점을 간신히 넘긴 수준이다.


가장 큰 강점은 1800만명 토스 가입자다. 이들은 별도 앱을 추가로 다운로드 하는 번거로움 없이 토스 앱 하단에 있는 ‘주식’을 선택해 본인인증을 거쳐 MTS로 이동할 수 있다. “목 좋은 곳에서 장사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그중에서도 1000만명에 달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집중 겨냥한다. 이들의 현재 주식 거래 규모는 고액 자산가 대비 미미하더라도 훗날 자산가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토스증권도 함께 자랄 수 있다는 셈법이다.

무엇보다 카카오페이증권이란 선례가 있다. 역시 핀테크에 뿌리를 두고 있는 카카오페이증권은 브로커리지보다 공모펀드 판매로 시작했다. 공모 펀드 침체와 주식투자 열풍이란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듯 했으나 ‘알 모으기’, ‘동전 모으기’ 등 독특한 서비스를 앞세워 펀드판매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해 말 기준 공모펀드 계좌수 135만7427개 판매사 중 증권업에선 가장 많은 계좌를 보유하고 있다.

“플러스 알파 보여줄 수 있어야”

다만 일각에서는 토스증권이 찻잔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토스증권은 국내 주식 기본 수수료를 0.015%로 책정했다. 대형 증권사들이 모바일 거래에 대해 ‘수수료 무료’ 마케팅을 내세우는 것과 대조적이다. 때문에 투자자들이 스스럼 없이 지갑을 열 만한 특별한 사용자 경험과 편의성을 제공해야 성공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존 증권사와 확연한 차별화를 둘 수 있는, 각종 핀테크 기업들을 경험하면서 높아진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맞출 만한 색다른 서비스가 없다면 증시 불황기가 왔을 때도 초보 투자자들을 잡아둘 수 있는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또 국내 주식 위탁매매 수수료율이 충분히 낮아진 상황인 만큼 리테일만으로는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어렵다. 신용거래에 따른 수익이 필요한데 신용공여 한도는 자기자본 범위 안에서 결정된다. 이달 비바리퍼블리카 유상증자 100억원을 포함해도 토스증권의 자기자본은 570억원 수준이다. 자기자본 기준 업계 하위권인 흥국증권(664억700만원)을 밑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카카오(035720) 손자회사로 상대적으로 대주주 증자 여력이 충분한 데 반해 토스증권은 가입자수와 수수료 수익 등을 통해 빠르게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외부 수혈을 받는 것이 최선이다.

기존 증권사도 대응…자체 투자 확대·핀테크 제휴

2000년 키움증권(당시 키움닷컴증권)은 지점 없이 ‘인터넷 증권사’ 표방하며 등장해 파격적인 할인 수수료로 시장을 흔들었고,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된 2010년에는 증권사들이 MTS 개발에 속도를 냈다. 이제는 빅테크 기업의 증권업 진출, 코로나19가 가속화 시킨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인해 기존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단순히 압축한 MTS에 머물지 않고 수준 높은 사용자 경험(UX)을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이 요구되고 있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코스피 거래금액 기준 MTS가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7.36%로 전년대비 13.69%포인트 상승하면서 가장 많은 금액이 오가는 수단이 됐다. 하반기에는 카카오페이증권이 브로커리지 진출을 위해 MTS를 출시할 예정으로, 증권업 내에서 플랫폼 전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기존 증권사들도 ‘혁신’으로 대응하고 있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은 차세대 MTS 개발에 1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직접 투자에 자산 관리를 결합한 통합 플랫폼 공개를 상반기 추진 중이다. NH투자증권은 미국주식 투자 솔루션 ‘미국 주식 월배당 서비스’, 나이트홈 모드 등 해외주식 거래 고객 편의에 힘을 쏟고 있고, 교보증권과 대신증권은 앱이나 서비스를 리뉴얼했다.

핀테크 기업과의 제휴도 방법이다. 한국금융지주는 카카오뱅크, 미래에셋대우는 네이버파이낸셜과 지분 투자를 겸한 제휴를 맺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케이뱅크 및 레이니스트(뱅크샐러드), KB증권은 디셈버(핀트) , 줌인터넷(프로젝트바닐라), 삼성증권은 두나무 등과 협업하고 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테일 채널을 유지해야 하는 증권사라면,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과감한 결단과 대규모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면서 “리테일 비중이 크지 않고 자본력도 부족한 중소형사라면 차라리 기업금융 집중이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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