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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天問과 코로나19

최은영 기자I 2020.03.10 05:00:00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올해 극장에 가서 본 유일한 영화가 ‘천문(天問): 하늘에 묻는다’였다. 한글을 만든 성군 세종대왕과 노비 출신 천재과학자 장영실이 힘을 합쳐서 조선만의 하늘과 시간을 만들어나가는 영화다.

세종으로 분한 한석규와 장영실 역할을 맡은 최민식의 연기도 볼만하지만 명나라의 속국과 같았던 약소국 조선의 국왕으로서 (영화 구성상의 허구이겠지만) 왕이 타는 마차 바퀴를 일부러 훼손시켜 중국을 추종하는 국내 수구세력과 명나라의 간섭을 물리치는 세종의 지혜와 기치가 돋보였다.

마스크를 사기위해 시민들이 몇 시간씩 약국 앞에서 기다리고, 마스크 대란이 해결되지 않아 배급제를 실시하여야 하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태를 보면서 600년 전의 조선이나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라는 대한민국이 중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에서는 같다는 것을 느꼈다.

중국의 인구는 우리나라의 28배이다. 우한시의 크기는 서울의 14배이다. 대구에서 코로나19의 집단감염이 시작되었을 때 중국이 우한을 봉쇄하였던 것과 같이 일부에서 대구 봉쇄 필요성을 제기하였으나 (방역 측면의 의미였다는 해명은 사후에 하였으나) 우리나라에서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중국은 권위주의적 공산당이 통치한다는 정치 체제의 차이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중국에 비해 아주 작은 나라여서 중국이 우한을 봉쇄하였듯이 효과적으로 일부 지역을 통제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우리나라가 중국의 경제적 속국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2019년도 우리나라의 중국에 대한 수출액은 1362억 달러, 미국(733억 달러)과 일본(284억 달러)을 합한 것보다 350억 달러 정도 많다. 국내 제조업체들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도 높다. 코르나19 발생 초기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 공장들이 중국으로부터의 부품 조달이 되지 않아 하루 이틀 공장가동을 중단하였다. 국내 마스크 품귀 초기 중국에 대한 수출 중단을 고려할 때 마스크 제조 핵심 재료의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끊어질까 걱정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일하고 있는 국내법상 저숙련 외국인력으로 분류되는 51만 명의 40%가 중국국적의 조선족이다. 건설현장, 식당 등은 중국 조선족이 없으면 일을 할 수 없다. 가사도우미, 간병인의 조선족 인력에 대한 의존은 절대적이다. 식당 등은 손님이 없어 코로나19 발생 초기와는 달리 인력부족을 걱정하지 않지만, 초·중·고등학교의 개학이 연기되면서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있는 조선족 도우미는 싫으나 이들을 대체할 수 있는 마땅한 도우미를 구하지 못해 일하는 엄마들은 비상이다.

초기부터 중국인 입국 금지 등 효과적인 통제 조치를 했어야 하였다는, 지금이라도 중국과의 항공편을 끊어야 한다는 논란과는 별개로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가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 의존도가 과하고 이를 줄여야 한다는 자각을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국민을 입국제한 한 중국의 한 지방 정부는 코로나19 발생 초기 우리가 보냈던 마스크의 10배를 통 크게 기부하였다. 그렇지만 중국이 우리나라의 아픔을 자신들의 아픔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은 확실하다.

중국의 18개 성(城)이 우리 국민의 입국을 제한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대구·경북 출신 교민을 주민등록번호를 활용해 찾아내서 격리조치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우리 국민의 실질적 입국제한 조치에 대해 항의하자 중국은 지방정부가 한 일이고 외교가 국민 보건에 우선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랬던 중국 정부가 중국 발 승객을 입국 2주간 자가 격리하는 일본에 대해서는 “각국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난 해 국내 산업에 필수적인 부품 수출을 제한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조치를 계기로 정부는 100대 핵심부품을 15년 내에 ‘탈(脫) 일본’하겠다는 계획을 세워 추진하고 있는데, 이에 상응하는 조치가 중국에 대해서도 이루어져야 한다. 의존도가 더욱 심화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하여야 한다.

코로나19 사태와는 별개로 중국 경제의 고도성장기가 지나고 경착륙이 우려되는 시점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보다 다변화된 경제영토의 확장을 고민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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