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관계자는 “각종 가정간편식(HMR)에 치이고 신제품 수명 주기 짧아진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시장 마이너스 성장세…해외서 활로 모색
11일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 등에 따르면 2014년 1조8500억원대에서 2년 만인 2016년 2조400억원대로 급성장했던 국내 라면 시장은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농심·오뚜기·삼양식품·팔도 등 주요 업체들의 지난해 매출 합계는 전년 대비 2.7% 줄어든 1조9900억원에 그쳤다.
이에 따라 업계는 불고기 등 대표 한식 메뉴와 콜래보레이션한 제품부터 매운 맛을 강조한 라면, 베지테리언(vegetarian·채식주의) 라면, ‘무슬림이 먹을 수 있도록 허용된’ 할랄 라면 등 해외 시장 확대를 위한 다양한 제품 개발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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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농심은 올해 해외 매출 8억1000만 달러를 목표로 농심아메리카, 농심제팬 등 ‘신(新)브랜드’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현지에서 가장 잘 팔리는 ‘신라면’을 중심으로 고기 성분 없는 야채라면 ‘순라면’, 양념 치킨과 볶음김치 소스를 곁들인 ‘미스터(Mr.)비빔’, 중국 시장 전용 ‘상해탕면’ 등 다양한 제품을 출시했다.
미국,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 각각 나라에 맞는 최적의 유통 경로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농심아메리카는 월마트·코스트코·샘스클럽 등 현지 대형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활발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13년 세계 최대 유통회사인 미국 월마트와 한국 식품업계 최초로 직거래 계약을 맺은 뒤 지난해 미국 전역의 4692개 월마트 전 매장에 신라면 입점을 완료했다.
동남아 수출도 활발하다.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등 ‘동남아 핵심 국가’를 선정해 필리핀의 SM몰, 태국의 빅씨(BIG-C)마트 등 대형유통 채널부터 지방 중소형 할인점, 개인슈퍼까지 공급처를 늘려가고 있다.
지난 2012년 ‘불닭볶음면’을 선보이며 비상(飛上)한 삼양식품은 수출 라인업 다양화에 치중하고 있다.
불닭 브랜드 수출액은 2016년 660억원, 지난해 175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만 930억원을 넘어섰다. 2017년 매출 총액 4584억 중 불닭볶음면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5%, 수출 총액(2500억원) 기준으로는 85%를 차지했다.
삼양식품은 불닭 브랜드 위주의 수출 라인업을 다양화하기 위해 최근 동남아시아 맞춤형 ‘삼양 80G’, 미주시장 맞춤형 ‘삼양볼’ 등 삼양 브랜드를 앞세운 제품들을 개발·출시했다. 기존 프리미엄 브랜드로 ‘불닭’ 입지를 강화하는 한편, 삼양 브랜드를 적극 육성해 수출 확대 기반을 다져나간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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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지테리언 라면에 할랄 라면까지
오뚜기는 지난 3월 국내 라면제조업체 최초로 ‘인도 전용 베지테리언 진라면’을 출시하면서 인도 시장에 발을 내디뎠다. 베지테리언 진라면은 소고기 등 육류 성분을 완전히 빼고 채소 등 식물성 재료만 사용한 채식주의자용 라면이다. 지난 2016년과 2017년 인도 붐바이 박람회에 참여하며 현지 시장과 법규에 대해 조사하고, 제품 테스트를 거쳐 인도 인허가 관문을 통과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인도 인구 중 약 4억 명이 채식주의자로 분류되며 현지 시장조사 시 식당, 식료품점에서 대부분 채식을 기준으로 판매하고 있는 것을 보고 채식 라면을 개발하기로 결정했다”며 “현지화 노력을 통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할랄 시장 공략을 위한 라면의 성장세도 무섭다.
신세계푸드와 마미 더블 데커 합작사 ‘신세계마미’가 지난 4월 출시한 대박 라면은 출시 한 달 만에 200만개, 16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연간 목표(80억원)의 20%를 달성했다. 매월 20만개 이상 판매로 인기를 끌면서 최근 누적 판매량이 360만개를 넘어섰다. 봉지라면(4개입) 가격이 18.8 링깃(5155원), 컵라면이 4.6~5.2 링깃(1261원~1425원)으로 현지 라면 대비 3배 정도 비싼 데도 불구하고 올린 실적이라 의미가 더욱 크다고 신세계푸드 측은 전했다.
김치맛·양념치킨맛에 이어 조만간 새로운 제품도 내놓을 계획이다. 무슬림들이 볶음식 매운맛 라면을 선호한다는 점에 착안, 올 하반기에 새로운 종류의 볶음식 라면을 선보이기 위한 개발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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