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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그플레이션 논쟁]전망 달라도…"금리 올리고 돈풀기 줄여야" 한목소리

최정희 기자I 2021.08.06 06:51:00

김소영 서울대 교수·성태윤 연세대 교수 지상좌담
"경기는 회복세..경기 꺾이면 물가도 꺾인다"
"경기 부진 지속, 물가 전방위 올라..스태그 성격 있어"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미국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경기둔화 속 물가상승) 논쟁이 우리나라에도 상륙했다. 델타 등 코로나19 확산에 3분기 마이너스 경제성장률 가능성이 거론되는 반면 7월에도 물가상승률이 전년동월비 2.6%를 기록, 한국은행의 물가목표치 2.0%를 넉 달 연속 넘어서고 있다.

1970년대 후반 경제성장률이 두 자릿 수에서 마이너스로 떨어지고 물가상승률이 10%대에서 20% 후반대로 치솟았던 스태그플레이션보다는 훨씬 강도가 약하지만 체감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물가가 전방위적으로 오르는 현상은 스태그플레이션 성격이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경기는 여전히 회복세이고 경기가 꺾이게 된다면 물가 상승세 역시 꺾일 것이기 때문에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 우세하긴 하다.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해법은 유사했다. 한국은행은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고, 대규모 돈 뿌리기 식 재정 지출은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데일리가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 내용을 지상 좌담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현재 경기 및 전망을 봤을 때 스태그플레이션에 가깝다고 봐야 할까?

△(김소영) 경기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 생기면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할 수 있지만 지금은 경기 회복속도가 약간 둔화하는 정도이지, 회복세는 유지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통상 공급 측면의 물가 상승이 스태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하는데 경기가 침체, 둔화하더라도 그것이 유가 상승 때문이라고 보긴 어려워 보인다.

△(성태윤) 스태그플레이션에 가깝다. 연초에는 물가 상승이 식료품 상승에 머물렀다면 지금은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경기는 작년 코로나19에 비해 회복돼 절대적인 숫자가 좋아졌으나 이는 대외 경기 회복에 따른 수출 호조 때문이지, 대면 서비스는 회복이 덜 돼 체감 경기는 여전히 좋지 않다.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물가가 오르는 형태일 것이라고 보는 게 맞을 거 같다.

-물가 상승을 이끄는 요인과 지속성, 강도는 얼마나 될까?

△(김소영) 물가 상승은 경기 회복속도와 연관된다. 스태그플레이션이 아니라고 생각한 게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높아져서 경기가 안 좋아지면 물가 상승 압력이 둔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거꾸로 회복세가 지속한다면 당연히 물가 상승 압력이 생길 것이다. 국제유가를 보면 공급 요인으로 올라가는 것도 있지만 반 이상이 경기 회복에 따른 것이다. 세계 경제 활성화 등 경기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높지 않다.

△(성태윤) 물가는 수요와 공급 측면 모두 상승압력을 받고 있다. 수요는 해외 경기 회복에 의한 수출이 양호해 이것이 수요 압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동성이 많이 풀린 것도 물가 상승 압력을 자극한다. (기업의) 비용 부담도 올라가고 있다. 코로나19가 오기 전에도 (최저임금 상승 등) 노동비용 충격이 와 있는 상황에서 대외 경제 회복에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올라가는 데 이 역시 비용 부담을 높이는 쪽으로 작용한다. 한은이 금리를 올려 유동성을 회수한다면 물가 상승 압력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그 역할에 따라 물가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스태그플레이션이든 아니든 경기는 부진하거나 회복 속도가 둔화하는 쪽에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 물가는 2%대 중반에서 등락하고 있는데 현재 흐름이 이어진다고 봤을 때 어떻게 정책 대응을 해나가야 할까?

△(김소영) 올해 경제성장률이 4%가 될 것을 자신한다면 한은이 금리를 올리는 것은 당연하다. 금리를 0.25%포인트 올린다고 해도 완화적(경기를 지원하는) 포지션이다. 향후 몇 차례나 더 금리를 올린 것인지는 코로나19 상황에 달려 있다. 코로나19 확산이 경기에 별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연내 두 번 정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경기와 물가 흐름이 같이 갈 것인데 코로나19로 인해 현재로선 불확실성이 크다고 본다.

△(성태윤) 통화정책은 유동성을 회수하는 방향으로 가서 수요를 억제하는 것이 좋겠다. 긴축(금리 인상)을 하거나 한다는 신호를 계속해서 보내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재정정책을 쓰는 것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꼭 필요한 부분에 재정을 쓸 수도 있지만 대규모 수요를 자극하는 지출을 하는 것은 타당성이 떨어진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석 달째 4~5%를 보이는 데도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를 일시적이라고 판단하고 대응을 제대로 안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연준의 정책 평가는?

△(김소영) 연준은 연간 2% 넘는 수준의 물가상승률을 용인하겠다고 했고 경기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경기에 확신이 있을 때 긴축을 하겠다고 했다. 다만 물가가 더 급등한다면 연준도 빨리 조치할 것으로 보인다. 테이퍼링(tapering·자산매입 축소)에 대해서도 얘기를 많이 하고 있으니 테이퍼링을 시작할 가능성은 상당히 있다.

△(성태윤) 연준은 과거에 비해 통화정책에 대한 신호를 더 많이 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장 움직이진 않았지만 테이퍼링에 대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한은도 마찬가지다. 실제 금리를 올리지 않았지만 그 신호는 계속해서 줘왔다.

-향후 경기 흐름에 있어서 가장 큰 리스크는 무엇일까?

△(김소영) 금리 인상 과정에서 충격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도 우리나라도 천천히 예상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코로나19가 갑자기 크게 확산하면서 경기 상황이 안 좋아지고 자산가격 거품이 꺼질 위험이 있고 도산하는 자영업자가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잘 했는데 해외에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앞으론 주의해야 할 것들이 상당하다. 코로나19가 지속하더라도, 또는 끝나더라도 정상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성태윤) 여전히 가장 큰 리스크는 코로나19다. 그 다음이 금리 인상 이슈다. 금리 인상을 안 할 경우엔 물가 상승이 문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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