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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확대경]청년들의 '화'는 누가 풀어주나요

박철근 기자I 2021.07.01 06:00:00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뭐라도 해봐야죠, 믿을 수 있는 게 저밖에 없잖아요.”

2021년 현재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꼽으라면 ‘청년’을 들 수 있다. 청년에 대한 관심이 작금의 일은 아니지만 지금보다 높은 때가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특히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헌정사상 처음으로 30대 당대표로 선출된 이후 소위 ‘2030’, ‘MZ세대’ 등 다양하게 불리는 청년세대는 정치권, 산업계, 금융권을 막론하고 공략(?)해야 할 주요 타깃이 됐다.

1년 넘게 청년 인턴기자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청년 인턴기자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그들의 얘기를 듣다보면 “화가 많이 나 있구나, 희망을 갖지 못하는 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청년들의 이같은 생각의 기저에는 경제적인 부분이 가장 크다.

지속되는 구직난과 끊임없는 불공정한 사건 등으로 사회로부터 희망을 얻지 못하는 청년들은 결국 ‘나밖에 믿을 사람이 없다’는 의식을 확고히 갖는 듯한 느낌이다. 주식, 부동산, 가상화폐 등 재테크 시장에서 영끌의 주인공이 청년층일 수밖에 없는 것도 부모 세대에서는 ‘열심히 살면 나아질 수 있다’라는 희망조차 갖기 어려운 시대가 된 탓이라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그럴 수밖에 없다. 이미 천정부지로 솟은 집값을 성실히 일을 한다고 해서 잡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정부가 청년들의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양적인 공급에 충실할 뿐, 질적으로 그들의 걱정을 덜어주지는 못하는 게 현실이다.

사회 지도층의 특권의식은 여전히 이 사회에 남아있고, 관례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것들도 청년들이 보기에는 모두 불편부당하기만 하다.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청년들이 여당에 등을 돌린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 여파는 아직도 이어져 최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수행한 6월 4주차(21~25일) 주간 집계에 따르면 30대 미만의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평가는 56.4%를 기록했다.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이 30대(51.4%), 40대(44.3%), 50대(55.7%)보다 높은 셈이다.

청년들의 가슴에 있는 ‘응어리’와 ‘화’라는 질병은 결국 기성세대가 만들어 낸 결과다.

병의 원인을 찾아야 치료를 하고 재발을 막을 수 있는 것처럼 기성세대는 희망이라는 처치를 통해 청년들의 응어리와 화를 치유해야 한다. 다만 자신들이 믿어왔던 신념이나 가치를 강요하기 보다는 그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사회 전체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지난달 28일 정부가 발표한 하반기경제정책방향에서 일자리, 주거, 자산형성 등 청년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대책이 반드시 새로운 출발이 되어야 한다.

결국 청년들에게 절망과 분노를 안긴 사람도 기성세대지만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다”라는 생각이 들게끔 할 수 있는 것도 기성세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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