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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st SRE][Cover]①코로나가 바꾼 풍경…믿을 건 정부뿐

김재은 기자I 2020.11.18 00:10:00

2분기 저점 주요국 경기 회복세…한국 올 성장률 -1.2% `선방`
항공 호텔 여행 정유 직격탄 불구 수출 등 제조업 강국 면모
실적 반등세에도 부정적 꼬리표 기업 급증…커지는 우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2020년. 누구도 예상치 못한 전염병에 글로벌 경제가 패닉에 빠졌다.

지난해 말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망자는 무려 128만4457명(11월 12일 기준)에 달한다. 지난 3월말 글로벌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관심이던 ‘After 코로나19’는 자취를 감췄다. 적어도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기까지는 좋든 싫든 코로나19와 함께 공생해야 한다.

언택트의 부각과 양극화, 빨라지는 산업구조 재편. 전문가들이 꼽은 코로나19가 바꾼 풍경이다. 아, 빼먹어선 안 될 하나. 위기에 대응하는 정부의 강력한 재정·통화정책. 케인즈 경제학의 화려한 부활이다.

코로나19 충격 곳곳에…믿을 건 정부 뿐

올해 주요국의 경제성장률(자료:OECD)
코로나19와 함께 지낸 지 벌써 1년이다. 세계 곳곳에선 바이러스를 막느라 셧다운이 잇따랐고, 글로벌 경제는 처참하게 무너졌다. 그나마 K방역이 힘을 발휘하며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선방한 것도 사실이다. 미국은 5차 부양책까지 논의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역대 처음으로 4차 추경까지 편성했다. 지금껏 내놓은 지원규모는 약 200조원에 달한다. 독일 역시 GDP대비 40%를 웃도는 재정을 풀었고, 이탈리아, 일본이 35%를 웃돈다.

막대한 재정의 힘으로 글로벌 주요국은 2분기를 저점으로 코로나19에서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 수직 추락했던 성장률은 바닥을 찍고 올라오고 있고, 내년엔 더 강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OECD에 따르면 지난해 2.6%를 기록한 세계경제성장률은 올해 -4.5%로 추락할 전망이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2%로 OECD 회원국중 가장 양호한 수준이다.

OECD는 지난 9월 세계경제성장률을 -4.5%로 제시하며 6월(-6%)대비 상향 조정했다. 중국은 지난 6월 -2.6%에서 1.8%로, 미국은 -7.3%에서 -3.8%로 유로존은 -9.1%에서 -7.9%로 각각 높여잡았다.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1.2%로 OCED 회원국중 1위를 기록할 전망이다. 내년엔 세계경제성장률도 5.2%로 크게 반등하고, 중국 8.0%, 미국 4.0%로 예상됐다.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은 3.1%로 제시됐다. 내년에 OECD 국가중 한국과 미국, 터키만이 코로나19 위기 이전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SRE 자문위원은 “코로나19로 신자유주의가 몰락하고, 케인즈 경제학이 더 강력히 부활하며 재정정책의 중요성이 부각됐다”며 “위기상황에서는 역시 정책의 힘이 크다. 중독성이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제조업 강국 면모 드러내…양극화·산업구조 변화 가속화

K자형 양극화도 빼놓을 수 없는 변화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항공, 호텔, 여행, 정유 등은 매출이 대폭 감소하면서 생존 여부가 위협받고 있다.

반면 코로나19는 온라인 소비 등 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급속히 가속화하면서 네이버, 카카오 등 언택트 관련 기업들의 지위를 크게 향상시켰다.

이같은 과정에서 양극화는 더 심화되고 있다. SRE 자문위원은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 확산 및 정착, 대면활동 감소에 따른 경제위축, 과잉소비에서 유효수요기반 경제로 변화하고 있다”며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양극화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국가들이 휘청였지만, 제조업 강국의 면모가 확인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10월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3.6% 줄어든 449억8000만달러를 기록하며 한 달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하지만 이는 조업일수 감소 영향으로 일평균 수출액은 5.6% 증가하며 코로나19가 발생한 1월 이후 처음 증가세로 돌아섰다.

SRE 자문위원은 “제조 강국으로서 수출이 선방하고 있다”며 “세부적으로 업종이나 그룹별로는 차이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국가 뿐 아니라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선방한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실적 반등세 불구 등급하향 우려 확대

상장사 실적은 2분기를 바닥으로 V자 반등이 나타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6일까지 실적을 발표한 상장사 134개사(증권사 3곳이상 추정치)의 3분기 영업이익은 31조312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7.5% 증가하며 시장 컨센서스(24조5634억원)를 11%이상 웃돌았다. 상장사 134곳중 80곳이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발표한 것이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주요 채권발행사(200개)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409조1000억원, 13조14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1%, 48%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호텔, 정유, 미디어, 자동차부품이 적자 전환했다.

반면 주요 발행사의 차입금은 빠르게 늘어났다. 이들의 총 차입금은 전년말대비 36조원 증가한 368조3500억원이다. 회사채는 3분기까지 이미 55조원이 발행됐고, 순발행은 17조원을 기록중이다. 코로나19로 자금시장이 얼어붙자 채권시장안정펀드 조성, 기간산업안정기금, 저신용등급 회사채 CP매입기구(SPV) 등 정부가 각종 지원정책을 쏟아낸 영향이다. 주요 발행사들은 상반기 이익이 반토막났음에도 영업이익 추정치 하향세가 멈췄고, 현금성 자산도 늘어났다. 주요발행사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19조원으로 지난해말 대비 25조원(26.6%) 늘어났다.

다만 내년 신용등급은 추가 하향에 무게가 실린다. 정유, 호텔 등을 비롯해 ‘부정적’ 꼬리표를 단 기업들이 81개사(신평 3사 단순합산)에 달하고, 등급 하향 감시대상에 오른 기업도 16개사(신평 3사 단순합산)나 되는 영향이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크레딧 연구원은 “부정적 등급전망을 받은 업체들의 스프레드는 이미 크게 확대됐고, 등급 하향이 가격에 선반영됐다면 크레딧물이 갖게 될 부담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짚었다.

반면 상장이 안 된 작은 기업들의 타격은 더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코로나19가 산업구조를 빠르게 바꾸며 이에 따른 기업의 부침이 나타나고 있다”며 “크레딧시장에서 자금조달이 불가능한 기업들, 신용도가 낮은 회사가 망가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 SRE 자문위원은 “결국 오는 4분기 실적을 반영한 올해 결산실적과 내년 1분기 실적이 등급 하향 여부를 가늠지을 것”이라며 “내년 1분기에도 개선의 기미가 없다면 정기평가때 등급 하향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31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 책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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