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1경 8205조원' 풀어 세계경제 심폐소생 시켰지만…빚더미 '부메랑'

김혜미 기자I 2020.07.15 00:00:00

자산가격 급등..5월말 글로벌 경기부양자금 15조弗
美연준, 테이퍼링..6월 국채·MBS 매입 3월보다 축소
BIS "전세계 부채 대응위해 빨리 출구전략 수립해야"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19.9%, 17.8%, 12.6%.

지난 2분기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지수와 일본 닛케이225 종합지수, 스톡스 유럽 600지수의 상승률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들이 앞다퉈 풀어낸 유동성이 증시로 쏠리면서 세계 각국 증시는 십수년 만에 최고 분기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제 금값도 올랐다. 3월31일 온스당 1596.60달러에 마감했던 금 선물 가격은 지난 6월30일 1800.50달러를 기록하며 12.8% 올랐다. 각종 자산가격 오름세에 암호화폐 가격도 덩달아 급등하면서 2분기 비트코인 가격은 43.1% 급등했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쏟아낸 유동성이 주식과 금 등 각종 자산으로 흘러들어간 여파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5월 말까지 각국 중앙은행과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쏟아낸 자금은 15조달러(약 1경8205조원)로, 전세계 경제 생산량의 약 17%에 이른다.

◇빚으로 살려낸 경제..연준, 대차대조표 축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막대한 인명피해를 유발하면서 각국 정부가 재정으로 신속 대응에 나섰지만 동시에 부채 규모도 어마어마하게 커졌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부채는 전 분야에 걸쳐 10조달러 이상 늘면서 255조달러를 넘어섰다.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각국 정부가 돈을 풀어 대응한 탓에 4월 현재 전세계 부채 수준은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배(322%)가 넘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87조달러 많고, 40%포인트 더 높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올해 미국의 정부 부채비중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101%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채규모가 GDP 수준에 달하는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공공부채는 GDP 대비 93.6%다.

이같은 상황에서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이미 양적완화(QE) 규모를 줄여나가는 이른바 ‘테이퍼링(Tapering)’에 나서고 있다. 이미 유동성이 충분히 공급됐다는 판단에서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연준이 무제한 양적완화를 실시한 3월23일 이후 한달간 국채 매입규모는 1조1300억달러, 주택저당증권(MBS) 매입규모는 6243억달러였지만 지난 6월 한달간 국채 및 MBS 매입규모는 각각 910억달러, 1000억달러로 급감했다. 연준은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생각조차하지 않고 있다”며 선을 긋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연준의 대차대조표 규모는 6월 이후 4주 연속 감소해 7조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8일 기준 연준의 대차대조표 규모는 6조9700억달러로 전주대비 880억달러 감소했다. 이는 11년여 만에 최대 주간 감소폭으로, 환매조건부채권(REPO·레포) 거래가 한 주 만에 제로(0)로 떨어진 데 따른 것이다.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 (사진=로이터)
◇유동성 과잉 공급 곳곳서 부작용…“출구전략 모색해야”

세계 곳곳에서 유동성 공급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중앙은행들이 출구전략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곳곳에서 나온다. 당장 기준금리를 인상하기는 어렵지만 유동성 공급이 마냥 무제한으로 이뤄지진 않을 것이라는 경계심을 금융시장에 심어주기 위해서다.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총재는 지난 5월 UBS 주최 가상토론에서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을 정상적으로 되돌리고, 전세계적인 부채에 대응하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출구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008~2009 금융위기 이후 취약한 경제회복과 높은 수준의 부채가 지속되고 있으며, 점진적으로 극복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이번 경기후퇴(recession)가 다시 질서를 수립하는 과정을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

이강 중국 인민은행 총재도 적기에 유동성을 회수하기 위해 미리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이 총재는 상하이 금융포럼에서 “인민은행의 대차대조표가 약 36조위안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면서도 “전염병 대응 기간 동안 재정지원은 단계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우리는 해당 정책의 유물(hangover)에 주목해야 한다. 정책 수단의 시의적절한 철회를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밖에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BOE) 총재도 지난달 22일 블룸버그 기고문에서 “중앙은행 지급준비금의 현재 규모가 영구적인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경제가 회복될 때 지급준비금 축소를 포함한 예외적인 통화 부양책의 일부를 철회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