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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면 입국금지 결정 내리지 못할 사정 있는가

논설 위원I 2020.03.30 05:00:00
결국 정부가 국내 입국자에 대한 의무적 격리조치를 모든 입국자를 대상으로 확대 시행키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입을 막기 위한 대응 조치임은 물론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어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4월 1일 0시부터 지역과 국적에 관계없이 모든 입국자에 대해 2주간의 의무적 격리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유럽과 미국발 입국자를 대상으로 검역이 강화된 데 이어 바이러스가 세계 각국에서 무서운 속도로 번져나가는 상황에서 당연한 추가 결정이다.

이번 조치로 해외로부터의 코로나바이러스 유입을 막을 수 있게 됐고, 그만큼 국민 불안이 덜어지게 된 것은 다행이다. 그동안 방역 당국은 유럽발 입국자에 대해서만 검역을 강화하다가 반발 여론에 못 이겨 미국발 입국자에 대해서까지 검역강화 조치를 내렸으나 국민 불안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더구나 코로나바이러스의 진원지인 중국조차 지난 주말부터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는 조치에 들어간 마당이다. 그렇게 본다면 정부의 이번 결정 역시 뒷북조치나 다름없다.

하지만 왜 전면 입국금지 결정에 이르지 못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격리조치만으로는 당사자들의 충동적인 일탈 행위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입국한 유학생 모녀가 자가격리 규정을 따르지 않은 채 제주도 관광에 나섰다가 뒤늦게 확진 판정을 받음으로써 방문업소에 휴점 피해를 끼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지 않아도 자가격리를 어기고 식당, PC방, 카페 등을 돌아다닌 사례가 여러 차례 적발됐다. 뒤늦게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전면 입국금지 결정을 내리는 게 옳다.

정부가 중국의 입국금지 발표에 미온적으로 대처한 것은 또 다른 잘못이다. 일본의 무비자 입국금지 및 기존 비자의 효력정지에 대해서는 곧바로 대응조치를 내렸으면서도 중국에 대해서는 주한대사를 불러 항의하는 수준에서 그쳤다.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드러난 ‘중국 눈치보기’가 전혀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더구나 문재인 대통령이 G20 화상회의에서 ‘국제사회의 연대’를 강조한 직후의 일이었다. 국민들이 외교적 자존심에 대해 분노와 치욕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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