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객 신뢰 되찾겠다”는 현대차 노조의 위기인식

논설 위원I 2020.02.14 05:00:00
현대차 노조가 “고객이 없으면 노조도 회사도 존재할 수 없다”면서 생산성을 높여 이번 코로나19에 의한 위기사태를 극복하자며 조합원들을 독려하고 나섰다. 그제 노조 소식지에 게재된 ‘코로나가 노사 생존의지를 꺾을 수 없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라 국내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가 중국으로부터 부품공급이 시작되면서 가동이 재개된 가운데 등장한 자성의 목소리다. 품질을 향상시켜 고객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는 노조 스스로의 진단으로 받아들이고자 한다.

노조가 조합원들에게 “품질력을 바탕으로 생산성 만회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한 것부터가 이례적이다. ‘품질’과 ‘생산성 향상’이 노조보다는 사측의 관심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사측에 대해 “사활을 걸고 부품 공급을 책임져야 한다”고 내세우기도 했다. 회사가 발전하려면 노사가 함께 손발을 맞춰 나가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라 여겨진다. 코로나19 사태로 부품조달에 차질을 빚어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노조도 위기의식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차 노조의 이러한 움직임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일말의 불신감을 떨쳐버리기 어려운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동안 임금 및 단체협상 교섭 때마다 파업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회사 측이 근무시간에 와이파이 사용을 제한하자 노조가 특근 거부를 결정했던 것이 최근 얘기다. 결국 여론 악화에 따라 철회되긴 했지만 강경 노선이 완전히 가라앉았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지난해 7월에는 고객들의 주문이 이어지는 팰리세이드 증산 문제를 놓고도 노사 간 마찰이 빚어졌다.

그러지 않아도 자동차 업계가 직면한 위기는 심각한 국면이다. 이미 수출 감소에 내수 부진까지 겹치면서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지난해 10년 만에 400만대 아래로 떨어졌다는 점에서도 확인되는 사실이다. 이번 코로나19는 그 과정에서 돌발적으로 추가된 요인일 뿐이다. 노사가 따로 움직여서는 계속되는 위기를 결코 뛰어넘을 수 없다. 투쟁 노선으로는 한계가 더욱 분명하다. 앞으로 상황이 호전된다고 해서 다시 과거의 투쟁방식으로 되돌아간다면 고객의 신뢰를 저버리게 될 것이다.

안녕하세요. 논설위원 허영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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