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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애물단지 된 면세특허…누구 탓일까

김진우 기자I 2017.02.02 05:30:00
[이데일리 김진우 기자] “2013년만 해도 다들 돈을 싸들고 와서라도 면세점 사업을 하고 싶다고 난리였는데 이제는 경영권을 가져가라고 해도 필요 없다니 격세지감이 느껴지네요.”

동화면세점의 한 관계자는 1일 경영권 매각을 추진 중인 김기병 롯데관광개발(032350) 회장 등 최대주주 일가와 경영진, 동화면세점 경영권보다는 자금 회수를 선택한 호텔신라(008770)의 태도에 이런 반응을 보였다.

동화면세점과 호텔신라가 서로 경영권을 갖지않겠다며 옥신각신하는 모습은 최근 달라진 국내 면세점 산업의 한 단면이다. 양사가 지분 양수도 계약을 체결한 2013년만 해도 서울 지역의 시내면세점은 6곳에 불과했고 신세계(004170) 등이 면세점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동화면세점에 지분 투자를 타진하는 등 면세특허는 희소성이 컸다.

하지만 2016년 3곳, 2017년 4곳 등 서울에 시내면세점이 추가로 들어서면서 면세특허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란 평가가 무색해졌다. 공급과잉 여파는 소규모·신규 사업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신규 시내면세점들은 지난해 모두 수백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특히 두산(000150)(두타면세점)과 하나투어(039130)(SM면세점)는 면세점 사업 매출이 각각 1110억원, 563억원에 그칠 만큼 손익을 맞추기는커녕 고객 유치조차 버겁다.

1973년 설립된 동화면세점은 대한민국 시내면세점 1호다. 중견·중소 사업자로 분류되지만 루이비통·샤넬·에르메스 등 3대 명품 브랜드를 모두 보유했고 광화문 한복판에 위치한 최적의 입지를 갖췄다. 하지만 최근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가 철수하고 매장 인력 20%를 구조조정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동화면세점 매각 움직임은 동화면세점만의 문제가 아니라 업계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란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결국 이 문제는 국내 면세산업을 총괄하는 관세청과 경제정책을 컨트롤하는 기획재정부가 제대로 정책을 추진했는지로 귀결된다. 2년 새 갑절 늘어난 면세특허 때문에 소규모·신규 사업자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관측은 일찌감치 제기됐다. 이를 예상하지 못했다면 ‘무능’을 자인하는 꼴이다. 정부는 과연 국내 면세정책에 대한 ‘로드맵’이 있는가, 스스로 되물어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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