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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얕은 경기침체, 달러화 약세 기조…中 회복에 원화 강세 기대"

최정희 기자I 2023.01.18 06:00:00

[만났습니다]이용재 국제금융센터 원장①
세계 성장률 2% 미만 가능성…침체 여부보다 '강도'가 중요
美 연준, 2월·3월 금리 올린 후 장기간 고금리 유지
달러화, 고점 대비 10% 급락…연말까지 기조적 약세
외국인, 국내 증시 순매수…반도체 살아야 본격화
中 2분기부터 회복…韓, 수출 증가 기대·물가 자극 우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이용재 국제금융센터 원장이 11일 서울 은행회관 국금센터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작년 전 세계를 괴롭혔던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등 3고(高)가 올해는 3고(苦)로 전환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힘든 한 해가 예상된다. 전 세계는 고물가 속에 경기침체 위협까지 받고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2년차에 접어들고 있지만 개선의 조짐이 별로 없다. 미국과 중국 갈등도 확대되고 있다.

위기 때일수록 국제금융센터(이하 국금센터)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설립된 국금센터는 국제금융시장의 위험 요인을 조기에 파악해 ‘비상벨’을 울리는 역할을 해왔다.

작년 9월 취임한 이용재 원장은 11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통해 “올해 세계 경제는 작년 위험 요인들이 해결되지 못하고 본격화될 수 있기에 더욱 어려울 것”이라며 “상반기에는 미 금리 인상, 중국 경기, 우크라이나 전쟁 등 불확실성이 많아 특정 전망에 과도하게 기대지 말아야 하지만 대체로 3, 4월이 지나면서 전반적으로 개선되는 방향으로 갈 것이란 전망이 많다”고 밝혔다. 올해는 주요국 금리 인상이 종료되는 해인 만큼 작년과 위기의 색깔이 달라 금융지표가 되살아나는 등 희망적인 부분도 없지 않다.

다음은 이용재 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올해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를 무엇이라고 보나?

△ 올해는 작년 3고(高) 현상의 휴유증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투자은행들(IB)은 세계 경제성장률을 2% 초반으로 전망한다. 미국은 성장률이 0.2%, 유로존은 마이너스(-) 0.2%로 전망되는데 미국, 유로존의 불황이 심화될 경우 세계 성장률이 2%를 밑돌 수도 있다. 세계 성장률이 2% 미만일 경우 침체에 돌입했다고 평가한다. 고물가가 길어지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각국의 통화긴축이 예상보다 강해지고 길어질 경우 경기침체 가능성은 높아진다. 세계은행(WB)은 인플레이션 기대가 꺾이지 않고 지속될 경우 성장률이 0.5~1.7%대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준의 통화정책을 어떻게 전망하나? 시장에선 연내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피봇(Pivot·정책 전환) 기대감이 여전하다.

△ 연준이 2, 3월 금리를 올린 후 고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이다. 연준에선 물가상승률이 목표치 2%로 내려가는 게 확실해질 때까지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없다고 공언하지만 선물시장에선 현 수준(4.25~4.5%)보다 50bp(1bp=0.01%포인트) 인상 후 4분기 25bp 인하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어 연준과 시장간 시각차가 있다. BOA-메릴린치, 도이치방크 등은 상반기 5%대 초반까지 추가 금리 인상 후 4분기 금리 인하를 전망한다. 그러나 경기침체의 진입 여부도 중요하지만 침체가 나타나더라도 ‘짧고 얕은 수준(short and shallow)’으로 판단될 경우 금리 인하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2, 3분기 마이너스 성장이 전망되지만 기술적 침체 수준으로 예상된다.

-연준이 금리 인상을 종료하면 금융시장 지표들이 어떻게 변하게 될까?

△ 대체로 금융시장은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만 환율, 주가 등의 저점 통과는 시차가 있을 것이다. 달러화 지수는 작년 9월말 114.79까지 오른 후 103.3(11일 현재)까지 하락했다. 고점 대비 10% 정도 떨어진 것이다. 달러화는 금리 인상 종료를 선반영해 약세로 돌아선 것인데 올 연말까지 기조적 약세가 이어질 것이다. 다만 연말연초 달러화 하락폭이 커 상반기보다는 하반기 하락을 더 크게 보고 있다. 채권은 금리 고점(가격 저점)에 온 것 같다고 하나 주식은 금리 인상 종료 기대보다 금리 인하 기대가 시장에 충분히 형성된 후에나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나타날 경우 달러화가 재반등할 여지가 크다는 전망도 있는데 어떻게 보나?

△ 2008년말~2009년초, 2000년 상반기 경기침체로 달러화가 안전통화로서 강세를 보인 적이 있다. 그러나 위기가 발생하지 않은 채 경기침체 ‘우려’만 지속되는 상황에선 셈법이 복잡해진다. 미국 등 세계 경제가 현재의 컨센서스대로 ‘얕은 침체’ 또는 ‘연착륙’에 그친다면 달러화는 약세를 지속할 것이다.

-올해 달러화가 약세로 간다고 해도 한미 금리 역전폭은 커질 수 있는데 원·달러 환율은 어떻게 될까?

△ 작년 4분기부터 시장의 관심이 통화정책에서 성장으로 바뀌면서 달러화는 약세, 여타 통화는 강세로 전환됐다. IB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예전엔 금리 역전폭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최근엔 성장으로 관심이 옮겨갔다. 작년과 비슷한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에 외국인 국내 투자 등으로 달러 순유입이 예상된다. 다만 작년 4분기 큰 폭의 환율 하락, 수출 증가율 감소, 미·중 갈등, 경기침체 우려 등은 환율의 추가 하락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작년엔 위안화,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원화까지 덩달아 약세가 심화됐다. 올해는 다를까?

△ 안전자산 선호로 달러 강세가 재개되더라도 원화는 주변 통화 영향으로 약세 압력이 일부 상쇄될 것이다. 엔화는 침체 국면 속 안전통화로서의 위상 회복, 초완화적 통화정책의 선회 기대로 강세가 전망된다. 원화는 엔화보다는 위안화에 더 동조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위안화 역시 위드 코로나, 부동산 부양 정책 등으로 강세 압력이 우세하다.

-외국인들의 채권 등 증권투자금은 12월 27억3000만달러 순유출돼 석 달 만에 유출됐다. 외국인의 주식, 채권 자금 유입 흐름은 어떻게 보나?

△ 주식 자금은 작년 하반기 들어 순매수 우위지만 채권자금은 반대로 하반기 이후 순유출로 전환되면서 외국인 증권자금 악화의 원인이 됐다. 올해는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되고 달러화가 약세로 안정되고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가능성 등으로 국내 주식, 채권시장에 대한 외국인들의 시각이 나쁘지 않다. 다만 상반기엔 수출 부진, 기업이익 둔화 등으로 본격적인 자금 유입은 하반기 이후에 나타날 것이다. 채권은 인플레이션 둔화만으로도 가격 상승 기대가 커지는 반면 주식은 경기침체 우려가 해소돼야 본격적인 강세 환경이 갖춰질 것이다.

-외국인들은 2020년부터 3년 연속 국내 주식을 내다 팔았는데 올해는 개선될까?

△ 외국인들이 코로나 이후 3년간 국내 증시를 총 62조원 순매도했다. 그 결과 코스피 보유 비중이 38%에서 31%까지 하락했다. 2020년은 코로나 충격, 2021년은 증시 과열로 인한 고평가 부담, 작년은 통화 긴축으로 인한 유동성 위축 때문이었다. 올해는 통화긴축 사이클이 종료되기 때문에 외국인 주식 자금 흐름도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달러 초강세가 진정되고 코스피 밸류에이션이 역사적으로 낮을 뿐 아니라 (다른 나라 지수와 비교해) 상대적으로도 낮다. 다만 순매수가 추세적으로 지속되기 위해선 반도체 업황 반등 기대가 중요하다. 하반기 이후 반도체 업황 사이클이 저점에서 반등한다면 외국인 수급은 그 이전부터 선반영될 것이다. 정부의 친투자자적 제도 개편으로 국내 주식 투자 유인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이용재 국제금융센터 원장이 11일 서울 은행회관 국금센터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의 봉쇄 해제 정책이 우리나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 올 중국 경제는 봉쇄 해제로 인한 긍정 효과와 정부의 경기 대응으로 2분기부터 빠르게 반등할 것이란 기대가 우세하다. IB들은 올해 중국 성장률을 4% 후반대로 높게 예상한다. 5%대까지도 내다본다. 1~2월께 코로나 확산세가 점차 안정되면 2분기 성장률이 평균 6.7%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중국 경제 의존도(작년 대중 수출 비중 홍콩 포함 26.8%)가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의 리오프닝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우리 경제 회복력도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의 수요 확대가 원자재 가격 상승을 자극해 통화 긴축 부담을 확대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부 IB는 올해 중반까지 중국 경제가 완전 재개될 경우 원자재 가격이 20% 상승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중국 경제 회복이 중국으로의 외국인 자금 유입을 촉진시킬 경우 상황에 따라 풍선효과로 우리나라에서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중국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돼 코로나 정점이 5~6월로 지연되고 경제의 핵심인 부동산 시장 위축이 심화될 경우 올해 중국 성장률이 2%대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외 기관들은 중국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할 때 우리나라 성장률도 0.2~0.4%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 경우 위안화 절하가 원화 절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일본은행(BOJ)이 작년말부터 통화정책을 변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엔 어떤 영향을 줄까?

△ 작년말 BOJ는 장기금리(10년물 국채)의 변동 허용폭을 ±0.25%포인트에서 0.5%포인트로 확대했다. 정책 변경 이후 장기금리가 상한선 가까운 수준까지 상승해 유지되고 있는 점을 볼 때 사실상의 금리 인상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도 장기금리 변동폭 확대, 만기물 국채의 단기화 등 정책 수단을 미세조정할 것이다. 다만 본격적인 장기(0%), 단기(-0.1%) 정책금리를 인상하기 위해선 경제 회복(성장률 1.4% 전망)과 함께 물가 안정에 대학 확신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여 올해 금리 인상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일본이 본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저금리를 피해 해외 자산에 투자됐던 일본계 자금이 자국으로 회귀하면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 유입돼 있는 일본계 자금 중 금리 변동에 직접 영향을 받는 채권과 은행대출 등으로 투자된 규모는 200억달러 정도(2021년말)로 전 세계 기준 3~4%에 불과하다. 그 규모가 크지 않고 BOJ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우리나라에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다.

이용재 국제금융센터 원장 약력

△1967년 충북 출생 △충주고·서울대 경영학 학사·석사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경제협력국·국제금융국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이사보좌관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 미래전략과장·물가정책과장·국고국 국고과장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선임이코노미스트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 공공혁신심의관·예산실 복지안전예산심의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기획단장 △現 국제금융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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