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서로 윈윈하자’…PEF끼리 사고파는 ‘세컨더리 딜’ 꿈틀

김성훈 기자I 2020.07.07 01:30:00

PEF끼리 매물 되사는 세컨더리 딜 '꿈틀'
코로나19에 주춤한 M&A 시장서 '상생효과'
"펀드자금↑…하반기에도 흐름 이어질 것"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몸살을 앓았던 사모펀드(PEF) 시장에서 PEF가 보유한 매물을 되사는 ‘세컨더리 딜(Secondary Deal)’이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 후폭풍에 매각 측과 원매자 간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이견이 커지면서 매각 협상이 애를 먹자 운용사 간 보유 매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반기 인수합병(M&A)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세컨더리 딜 수요는 꾸준히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표=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코로나19 여파에 운용사들 “믿을껀 우리뿐”

PEF 운용사들은 올해 상반기 막판까지 이렇다 할 빅딜(대형거래)을 일궈내지 못했다. 코로나19로 밸류에이션이 출렁였고 이동이 제한되면서 제대로 된 실사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협상 테이블이 꾸려지더라도 코로나19에 실적이 급감한 상황을 반영하려는 원매자와 일시적 현상이라는 매각측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딜이 무산된 사례도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수개월째 밋밋하게 흐르던 M&A 시장은 지난달 초 폐기물 처리업체 코엔텍(029960) 인수전으로 새 국면을 맞았다. 코엔텍 매도자인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즈운용(맥쿼리 PE)은 E&F프라이빗에쿼티(E&F PE)-IS동서 컨소시엄과 매각 본계약을 체결했다. 매각 금액은 5000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엔텍이 시장 잠재력을 인정받은 매물인데다 컨소시엄 형태로 이뤄진 계약이지만 맥쿼리PE와 E&F PE간 세컨더리 딜이라는 점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자취를 감췄던 재무적투자자(FI) 딜이 모처럼 이뤄졌다는 점도 고무적이었다는 평가다.

같은 달 26일에는 신생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디비 프라이빗에쿼티(PE)와 노앤파트너스가 스카이레이크가 보유하던 상하수도 강관 코팅업체 ‘코팅코리아(COATING KOREA)’의 경영권 인수를 마무리하면서 흐름을 이어갔다.

디비PE와 노앤파트너스는 코팅코리아 인수를 위해 투자목적회사(SPC)인 디비앤피코팅을 설립하고 스카이레이크가 보유한 코팅코리아 지분 100%의 거래금액을 634억원에 사오는 형태로 주식양수도계약(SPA)을 체결했다.

김종섭 디비PE 대표는 “코팅코리아가 영위하는 고품질 수도관 산업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수개월간의 조사와 실사 결과 리스크 부문에서 손해 볼 일 없다는 판단에 인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2017년 4월 390억원에 코팅코리아를 인수했던 스카이레이크도 이번 딜로 3년 만에 38%(244억원) 차익을 남겼다. 3년간 45억원 가량의 현금배당으로 투자금 일부를 회수한 점을 더하면 2배에 육박하는 성과를 냈다.

엑시트 확보·투자비용 절약 장점…“하반기도 간다”

이밖에 이른바 ‘언택트’(비대면) 수혜주로 꼽히다가 밸류에이션 격차로 원매자 찾기에 난항을 겪던 로젠택배도 국내 중견 PEF 운용사인 웰투시인베스트먼트와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컨더리 딜 대열 합류를 앞두고 있다.

시장에서는 세컨더리 딜을 두고 코로나19 상황에서 운용사 간 상생하는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매각 입장에서는 대기업 등 전략적투자자(SI)외에도 엑시트(자금 회수) 기회를 확보하는 한편 인수 측에서는 운용사간 협의가 용이하고 개선된 수익 구조를 발판 삼아 투자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운용사별 ‘블라인드 펀드’(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고 자금을 먼저 모은 펀드) 설정이 늘면서 보유 자산이 늘었지만 엑시트 수단이 제한적인 시장 상황도 한 몫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경영참여형 PEF는 761개로 지난해 연말(612개)과 비교해 24.3%(149개)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투자집행 규모도 75조6329억원에서 88조4679억원으로 16.9%(12조8350억원) 늘었다.

하반기 인수합병(M&A) 시장이 활기를 띨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세컨더리 딜 움직임은 꾸준히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한 PEF 운용사 관계자는 “SI와의 매각 협상과 달리 PEF 운용사 간 협상은 허심탄회하게 정보를 공유할 수 있고 (대화 과정에서) 서로의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며 “시장에 나온 매물들이나 최근 흐름에 비춰봤을 때 PEF 간 경영권을 매각하는 사례는 하반기에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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