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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회계부정 의혹에 주가 급락…中펀드 '불똥' 우려

김윤지 기자I 2020.04.10 00:40:00

국내 中펀드 '논란 종목' 일부 편입
“직접적 영향 제한적…종목별 사안 달라”
“ESG 등 中도 회계 투명성 강화 추세”

그래픽=이데일리 조지수 기자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주식예탁증서(ADR) 종목들이 암초를 만났다. 잘 나가던 기업들이 연이어 회계부정 의혹을 받으면서다. 일부 종목은 ‘상장 폐지’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이에 따라 중국 주식형 펀드 수익률에도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국내에 출시된 중국 주식형 펀드 순자산 규모는 7조원 이상으로 해외 주식형 중 가장 덩치가 크다. 실제 일부 펀드는 ‘문제적 종목’을 담고 있다. 전문가들은 종목에 따라 차별적 접근이 요구된다면서 우량주 중심 투자를 권했다.

9일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따르면 ‘미래에셋차이나그로스증권자투자신탁1호(주식)’ 펀드가 투자하는 모펀드는 3월 초 기준 탈에듀케이션(TAL Education Group·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6.68% 보유하고 있다. 향후 중국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로, 8일 기준 운용 설정액 1587억원(이하 KG제로인 기준)에 달하는 인기 중국 펀드다. 보유 종목 상위 5위권에 속하는 탈에듀케이션이 지난 7일(현지시간) 장 마감 후 내부 직원의 매출 조작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17.8% 하락해 투자자들을 긴장케 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단기적인 조정이 있겠으나 장기적인 성장세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2월 초 7.39%에서 6.68%로 비중이 준 데다 펀드 3개월 수익률은 -1.07%로 코로나19 여파를 고려하면 선방한 수준이다.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문제가 발생한 사업 부문이 올해 전체 예상 수익의 3~4% 정도로 이번 논란은 매출의 1~2%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매출 절반 이상을 회계 조작한 루이싱 커피 사태와 비교하면 주가 조정이 지나치다”고 설명했다. 나스닥에 상장된 루이싱 커피(러킨 커피)는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지난해 매출을 부풀린 것을 인정하면서 주가가 3일 만에 80% 넘게 떨어졌다. 7일 이후 거래가 중지된 상태다.

이밖에도 운용설정액 1000억원이 넘는 중국 펀드 중 ‘브이아이중국4차산업목표전환3[주혼]’ 펀드가 지난해 기준 중국 동영상 플랫폼 기업인 아이치이(IQIYI INC·나스닥 상장)를 보유하고 있다. 아이치이도 플랫폼 구독자 수 및 관련 비용이 조작됐다는 미국 리서치 기관 울프팩의 지적에 8일 하루 주가가 6% 가까이 빠졌다. 루이싱 커피의 분식 회계를 밝힌 리서치 기관 머디워터스도 SNS를 통해 울프팩의 조사에 참여했으며 아이치이에 대해 숏 포지션임을 밝혔다.

‘중국 ADR의 수난시대’라는 말도 나온다. 백승혜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ADR 종목의 회계·감사 구조에 대한 신임이 크게 하락하고 있다”면서 “잇따른 분식회계 이슈 및 공매도 기관의 의혹 제기는 미국에 상장된 중국 ADR 종목의 투자심리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본토주가 아닌 미국에 상장한 ADR 기업에 미국 리서치 기관의 공격이 집중된 배경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회계 부정 의혹을 제기한 리서치 기관의 보고서는 궁극적으로 공매도를 목적으로 한다. 중국 본토 주식시장에서는 공매도가 사실상 불가하다.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의 회계부정 이슈가 동시다발적으로 나왔으나 사안의 중대함이 다르다고 말한다. COO가 회계 분식을 주도한 루이싱 커피와 직원의 일탈에서 비롯된 탈에듀케이션 사례를 같은 선상에 놓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탈에듀케이션이 적극 해명에 나서면서 하락폭을 일부 회복했다. 김대영 KB자산운용 글로벌운용본부 이사는 중국이 경제 규모에선 대국이지만 자본시장 발전 과정에선 아직 신흥국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 이사는 “회계 부정 이슈는 중국만의 문제는 아니다”며 “이런 이유로 중국에 대한 투자를 피한다면 지속적으로 합리적 성장을 이어가는 중국 우량기업까지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중국 기업의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가오정지 한화자산운용 중국주식운용팀장은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의 적극적인 움직임 등 글로벌 투자 트렌드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로 변화하면서 중국 당국·기업 모두 변화하고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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