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조성욱號 공정위 물갈이 인사…‘9인 합의제’ 색깔 바꾼다

김상윤 기자I 2019.12.04 05:00:10

이달 중순 곽세붕 상임위원 사임
비상임위원도 줄줄이 바뀔 예정
"독립·전문성 강한 인사 물색 중"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 석달 만에 합의제 기구인 위원회(법원격)에 대한 물갈이 인사에 나선다. 상임위원, 비상임위원 순차인사를 단행하면 전임 김상조 공정위원장 시절 위원회 구성원의 절반 이상이 바뀐다.

전임 김상조 위원장 시절의 위원회는 ‘갑을 관계’나 ‘소비자’ 분야에 강한 비상임위원이 주로 발탁됐다. 하지만 정작 공정거래의 핵심분야인 카르텔, 시장감시, 인수합병(M&A) 분야는 상대적으로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공정위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는 ‘합의제 기구’가 나올지 관심이 크다.

공정위 관계자는 3일 “전임 김상조 위원장 시설의 위원회가 대체로 위원장이 끌고 간 합의제라면, 앞으로는 비상임위원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심결 완성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웬만한 위법사항에 대해 검찰 고발 제재를 내리면서 시장에 강한 ‘시그널’을 줬다. 하지만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현대모비스의 대리점 갑질 제재 등과 같이 항소심에서 결과가 뒤바뀌는 경우도 적지 않아 공정위의 위상에 타격도 컸다.

내년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네이버·구글 제재 등 주요 사건 처리가 남은 상황에서 조 위원장은 완성도 높은 심결을 할 수 있는 위원회를 꾸린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심판 기능을 맡고 있는 위원회의 전문성을 보다 강화해 합리적인 심의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1심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기수파괴 나올까..조성욱 위원장 “능력이 최우선”

공정위에 따르면 곽세붕 상임위원(1급·행시 32회)은 이달 중순 사퇴할 예정이다. 곽 위원의 사임은 후배들을 위한 용퇴(勇退)라는 게 공정위 내부의 전언이다. 공정위는 다른 부처와 달리 1급의 경우 3년 임기가 보장된다. 그러다보니 인사 적체 현상이 벌어지고 ‘젊은 피’ 수혈이 쉽지 않은 구조다. 곽 위원은 내달 2월 임기 만료이지만, 지난 10월초 이미 사의를 표명했다. 내년 채규하 사무처장이 사임할 경우 이 자리에 김재신 상임위원이 옮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새 상임위원으로는 송상민(33회) 소비자정책국장, 김형배(34회) 카르텔조사국장, 신영호(35회) 경쟁정책국장이 거론된다. 청와대 검증이 끝나면 내달말께는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송 국장은 공정위에서 ‘메타포(은유)의 달인’으로 불린다. 복잡한 공정거래사건을 쉽게 정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시장감시국장, 서울사무소장 등을 거치면서 공정위 사건을 두루 맡았다.

김 국장은 대표적인 ‘국제통’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쟁위원회 부의장인 그는 글로벌 경쟁정책에 탁월한 안목을 갖고 있다. 시장구조개선관을 맡으면서 신규 저비용항공사(LCC) 진입장벽을 허물기도 했다. 현재 카르텔조사국장을 하면서 공정위 ‘캐비닛’에 쌓인 카르텔 사건을 절반 가량 처리한 성과를 올렸다.

신 국장은 ‘조사통+정책통’으로 불린다. 카르텔조사국장, 시장감시국장 등 공정위 ‘꽃보직’을 두루 역임했다. 시장감시국장을 하면서 네이버, 구글 등 정보통신기술(ICT) 플랫폼의 시장지배력지위 남용 사건 조사를 진행했다. 현재는 경쟁정책국장을 맡으면서 컨트롤타워를 하는 등 공정위 ‘브레인’ 역할을 하고 있다.

공정위 내부에서는 기수 파괴 여부에 관심을 갖고 있다. 공정위는 그간 대체로 기수별로 순차 인사를 했다. 그러다보니 조직의 활력이 떨어지고, 유능한 젊은 관료가 발탁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조 위원장은 연공서열을 떠나 ‘능력이 최우선’이라는 인사 원칙을 갖고 있다고 전해진다. 공정위 한 관계자는 “후보군 모두 사건을 두루 경험한 경험이 있어 누가 되든 시장 상황을 감안한 현실적인 심의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상임위원 대거 교체..“독립·전문성 강한 인사 물색”

공정위 비상임위원 교체 여부도 주목된다. 비상임위원은 위원 9명의 합의 과정에서 상임위원과 똑같은 한표를 행사할 수 있다. 그만큼 어떤 인재가 오느냐에 따라 공정위 심의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 윤현주(판사 출신 변호사) 비상임위원 자리에는 정재훈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위촉됐다. 정 위원은 서울고법 공정거래 전담 판사 출신으로, 공정위 1심기능을 법원 수준까지 끌어올릴 인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양세정(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비상임위원은 내년 안식년을 맞아 해외 교육에 나갈 예정이라 내년초 바뀔 예정이다. 김봉석 비상임위원(검사 출신 변호사)은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후임 물망에 오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비상임위원이더라도 공정거래 분야 전문성이 강하고 공정위 심의에 전념할 수 있는 인물을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