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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중이던 사업가에 수백만원 향응 前판사…대법 "대가없어 무죄"

한광범 기자I 2018.11.18 09:00:00

4개월 동안 9차례 걸쳐 총 6백만원 넘는 술접대 받아
"법관으로서 대단히 부적절하지만 재판 청탁 인정 안돼"
김영란법 시행 이전 향응 수수, 처벌 없이 사건 마무리

대법원.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판사 시절 재직중인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던 사업가에게 수백만 원의 향응을 제공받은 변호사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검찰은 재판 영향력 행사 대가로 향응을 제공받았다고 기소했으나 법원은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결론 냈다.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법(김영란법) 시행 이전의 향응 수수여서 대가성이 없다면 처벌은 불가능하다.

18일 대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알선수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41) 변호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 변호사는 청주지법 판사로 재직하던 2013년 7월부터 11월까지 당시 같은 법원 다른 재판부에서 형사 재판을 받던 사업가 이모(40)씨에게 재판에 대한 청탁을 받고 9차례에 걸쳐 총 636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로 지난해 8월 기소됐다.

◇연수원 동기인 변호인에게 의뢰한 사업가 소개받아

김 변호사는 연수원 동기로 이씨 사건을 수임했던 A변호사의 소개를 통해 2013년 7월 이씨를 처음 만나게 됐다. 김 변호사도 이씨로부터 9차례에 걸쳐 술 접대를 받았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술 접대와 함께 재판에 대한 청탁을 했다”는 이씨 주장에 대해 “술자리에서 재판에 대한 얘기는 한 번도 없었다”는 취지로 이를 부인했다.

당시 이씨는 2012년 5월 조세범처벌법위반 혐의로 기소돼 청주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었다. 그는 2013년 12월 범인도피 교사 등의 추가 범행이 드러나 구속돼 추가기소된 후 이듬해 4월 징역 5년과 벌금 640억원을 선고받고 같은 해 10월 형이 확정됐다.

이와 별도로 김 변호사와의 첫 만남 직후인 2013년 7월 말에는 두 사람을 처음 소개해줬던 A변호사를 무고한 혐의로 추가기소돼 같은 해 11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씨는 조세범처벌법 확정판결 1년 후인 2015년 10월 김 변호사에게서 접대비를 돌려받을 수 있는지 문의했다. 이후 변호사로 개업한 김 변호사에게 친동생을 보내 접대비가 2000만원이었다며 이에 대한 반환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는 2016년 10월 김 변호사를 뇌물수수 혐의로 고소했다.

◇법원 “사업가 진술 믿을 수 없다”

하지만 1·2심은 이씨의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결론 냈다. 재판부는 “김 변호사가 유흥주점에서 이씨로부터 술과 음식 등을 제공받은 것이 법관으로서 심히 부적절한 행동이었다”면서도 “김 변호사 입장에선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이씨가 자신과의 친분관계에 의해 술과 음식 등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씨가 실형이 확정된 후에도 김 변호사에게 별다른 항의를 하지 않다가 상당한 기간이 지난 후에야 접대비 반환을 요구했고 이에 응하지 않자 고소했다”며 “이씨가 접대비를 반환받기 위해서이거나, 반환받지 못한 것에 앙심을 품고 고소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아울러 “김 변호사가 실제 재판 도움을 약속했다면 이씨가 당초 기소 내용보다 중한 범행으로 추가 기소되는 상황에서 사건 진행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구하는 것이 절실했을 것”이라며 “장기간 술을 마시면서, 혹은 별도의 문자나 전화로 이에 대해 얘기하거나 도움을 청하지 않은 것은 알선을 청탁한 사람으로선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판단했다.

김 변호사는 판사 재직 시절 수백만 원의 향응 수수가 인정됐지만 향응 시점이 2016년 김영란법 시행 이전이라 처벌을 피하게 됐다. 김영란법은 공직자가 대가성 없는 경우라도 3만원 이상의 식사를 제공받은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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