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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금리상승에 실적 악화 본격화되나…카드사들 위기감 ‘고조’

유재희 기자I 2018.09.27 05:00:00
자료: 한국신용평가
[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지난 상반기 카드사들의 순이익이 30%넘게 급감한 것과 관련해 카드사들의 실적악화가 본격화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가맹점수수료율 인하에 업계 경쟁 심화,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더해지면서 카드사들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정책 리스크 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추가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거나 비용 부담이 확대될 경우 중하위권 카드사들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6일 카드업계와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국내 7개 카드사들의 상반기 순이익은 897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기록한 1조3307억원과 비교해 33% 급감했다. 결제부문의 적자 폭이 커지고 있는 데다 이익을 지탱하던 대출부문의 채산성도 약화된 영향으로 해석된다.

한국신용평가는 올해 카드사들의 결제사업 부문 적자규모를 7063억원으로 추정했다. 2012년 적자 규모가 1782억원였던 것을 고려할 때 6년새 4배 가까이 악화된 셈이다. 내년 초 예정된 가맹점 수수료율 추가 인하와 서울페이 등 간편결제 확대 가능성 등 정책변수를 고려할 경우 향후 적자폭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나 결제사업의 경쟁 심화로 부가서비스 비용 등 카드비용(핵심 원가) 절감이 쉽지 않다는 점도 적자 폭 확대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문제는 현재 카드사들의 이익은 주로 대출업무에서 발생하는데 대출부문 총량규제 등으로 카드대출을 확대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여윤기 한신평 선임연구원은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제로페이 영향을 동시에 고려할 경우 결제부문 수익 감소액은 연간 6000억원 수준”이라며 “이러한 손실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카드론 규모가 작년 말 대비 약 8조원 증가해야 하는데 대출 규제로 연간 성장률 한도가 7%라는 것을 고려할 때 손실을 완전히 상쇄하는데 약 4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4년간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금리 상승으로 자금조달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정부의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금리 인하 압박도 운용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자산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경기회복 지연과 가계부채 부담으로 부실에 대한 우려가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카드대출 차주의 상당수가 다중채무자로 구성돼 있다는 점은 부실 우려를 더욱 높이는 요인이다. 실제 6월 말 현재 1개월 이상 연체채권 규모와 상환능력 미개선 대환대출 금액은 작년 말대비 각각 11.1%, 15.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준표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최근 신용판매 증가율 둔화, 금리상승에 따른 이자부담 증가, IFRS9 적용에 따른 대손부담 확대 등으로 카드사들의 수수료 인하 대응능력이 과거보다 약화됐다”며 “내년 카드사 영업이익은 2017년 조정영업이익보다 약 15%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특히 중하위권 업체의 경우 규모의 경제 확보가 미흡하고 마케팅 여력도 열위해 규제 강화, 업체간 경쟁 심화 등 영업 환경 변화에 따른 수익 변동성이 높게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이전에 카드대란이나 카드정보유출 등 여러 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지금 만큼 불안한 적은 없었다”며 “전통적인 수익구조가 흔들리면서 업계 구조조정 얘기가 나오자 직원들 사이에서는 다른 직장을 구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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