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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량 충분한데도 전원꺼짐…아이폰 'SW 게이트' 비화되나

김혜미 기자I 2018.01.04 05:00:00

"다 같은 배터리 공급받는데 왜 아이폰만 꺼지나"
전자·배터리업계 "아이폰은 iOS 사용..SW 문제 확실"

3일 서울 한 애플서비스센터에서 소비자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애플은 2일부터 아이폰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배터리 교체 작업을 시작했다. 교체비용 3만4000원은 고객 부담이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삼성전자(005930) 제품 광고를 보면 하드웨어를 이야기하지만 그 속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의 소프트웨어가 돌아가고 있다. 판매대수로는 삼성이 더 많이 팔았지만 수익을 생각하면 애플과의 차이가 엄청나다.”

故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의 정신적 지주로 불리웠던 제이 엘리엇 전 애플 수석부사장은 지난 2011년 방한 당시 이같이 언급해 큰 화제를 모았다. 생전 잡스가 “맥이나 아이폰이나, 아름다운 박스에 담겨있지만 그건 OS(운영체제)이며 소프트웨어)”라고 말했듯 애플이 소프트웨어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는 데서 나온 자부심의 표출이었다.

그러나 최근 ‘배터리 게이트’로 인해 애플은 도덕성 외에도 ‘소프트웨어 기업’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고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배터리 공급업체가 크게 다르지 않은 가운데 아이폰 배터리만 지나치게 추위에 취약한 경향을 보여왔고, 40% 이상의 배터리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예기치못한 꺼짐 현상이 발생한 것. 전자 및 배터리 업계에서는 애플의 배터리 구동 온도 설정폭이 지나치게 좁은 것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배터리 공급업체는 거의 비슷..애플만 왜

애플의 배터리 이상 문제는 특히 아이폰 디자인을 더 얇게, 더 크게 바꾼 아이폰6 이후부터 두드러졌다. 애플은 과거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주요 부품 공급사를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으나 통상 LG화학(051910)과 중국 ATL에서 모델에 따라 4대 6, 또는 6대 4의 비율로 공급받는다고 알려져있다. 일부 제품은 삼성SDI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나 LG전자의 공급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의 경우 ATL과 삼성SDI(006400) 등에서, LG전자(066570)는 LG화학에서 주로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삼성전자와 LG전자 스마트폰이 특정 상황에서 상당량의 배터리 소모가 갑자기 이뤄지는 현상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전자·배터리업계 “단순 배터리 노후 아닌 소프트웨어 문제”

전자 및 배터리업계에서는 아이폰만 배터리가 절반 가까이 남아있는 상태에서조차 갑작스럽게 꺼지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결국 소프트웨어, 특히 배터리를 구동하는 소프트웨어의 문제라고 보고 있다. 제조사와 관계없이 모든 스마트폰에는 안전을 위해 기온에 따른 배터리 구동 알고리즘이 있는데, 애플이 기온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설정했거나 또는 기기 성능 저하를 막기 위해 영하로 내려갈 경우 방전되도록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배터리 구동 가능 온도를 지구상 존재하는 최대 극한조건, 최소한 영하 40도까지는 가능하게 해놨어야 한다고 본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한 것은 매우 오래된 일이고 배터리 구동범위가 넓어질수록 품질 비용은 급증한다”며 “애플이 비용을 감안했던 것인지 노하우가 부족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소프트웨어 문제라는 것은 분명해보인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아이폰6 출시 이후 배터리가 지나치게 빨리 닳는지에 대한 의문은 지속돼왔다. 그동안 미국의 IT전문매체 등은 아이폰이 이용자의 위치를 계속해서 추적하고 기록하기 때문에 배터리를 많이 소모한다는 등의 원인 분석을 내놨으나 애플은 이번 배터리 게이트 이전에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아왔다.

◇애플, 석연찮은 해명만

제조사들은 스마트폰 오작동과 관련해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데 공감한다. 대부분의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특정 스마트폰이 고장을 일으키거나 오작동할 경우 이를 수거해 이용자와 동일한 환경에서 동일한 상황을 반복적으로 발생시키는 방법으로 원인을 찾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렇게 해도 반드시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똑같은 기간을 사용해도 어떤 스마트폰은 성능에 큰 변화가 없는 반면 특정 스마트폰은 자주 전원이 꺼진다거나 앱이 작동하지 않는 등의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그만큼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대응은 여전히 석연치 않다. 애플은 지난해 12월28일 발표한 사과문에서 초기에 있었던 버그를 잡아냈다면서 해당 문제를 주로 리튬이온 배터리의 수명 문제라고 봤다. 고로 배터리를 교체하면 성능이 정상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구글 안드로이드 OS를 각자 자사 스마트폰에 최적화하는 것과 달리 아이폰은 전용 iOS를 사용한다. 타사 스마트폰과 달리 특히 아이폰만 예기치못한 꺼짐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문제일 수 있다. 답은 애플만이 알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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