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경영인에 의한 사장단 협의체 경영 방식은 지난 2008년 4월 끝난 삼성 특검 직후 이건희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을 때 실제로 운영된 전례가 있다. 당시 삼성은 이 회장 퇴진과 함께 현재 미전실에 해당하는 전략기획실을 공식 해체하고 그해 7월 2일 열린 수요사장단 회의부터 사장단협의체로 전환했었다. 협의체 의장은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이 맡았고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이 함께 주요 사안을 결정했다. 이 체제는 이건희 회장이 공식 복귀한 2010년 3월까지 약 1년 8개월 동안 유지됐다.
업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 구속으로 인해 최지성 미전실 부회장의 그룹 내 역할이 커질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비록 이 부회장이 미전실 해체를 공언했지만 구속 수감이라는 돌발 상황 속에선 2인자인 최 부회장 외에는 그룹의 중심을 잡아나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최 부회장은 이 부회장 구속 당일인 지난 17일 오후 가장 먼저 그를 면회해 비상경영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이사회 의장인 권오현 부회장을 중심으로 윤부근 CE(가전)부문 사장과 신종균 IM(인터넷·모바일)부문 사장 등 부문별 대표이사 3명이 함께 협의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꾸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권 부회장은 30년 가까이 반도체 한 분야에 몸 담아온 인물로 새해 메모리시장 ‘슈퍼 사이클’ 도래로 인해 그 역할에 더욱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한편 이 부회장이 구속적부심 또는 보석 청구 등을 통해 구속 상태를 면하는 방안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은 이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