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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진이 정관장 잔류한 이유 “돈보다 중요한 건 신뢰와 분위기"

이석무 기자I 2024.04.18 12:14:48
정관장과 FA 재계약에 성공한 국가대표 미들블로커 박은진. 사진=정관장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올해만큼 배구가 재밌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어요”

국가대표 출신 미들블로커 박은진(24)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지만 정관장에 남았다. 계약 당시 박은진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구단도 있었지만, 감독님과 코칭스태프, 선수 간의 신뢰 등이 이번 결정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계약 후 인도네시아에서 취재진과 만난 박은진은 “돈을 많이 받으면 좋지만, 즐겁게 배구를 하는 데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계약하는 게 좋다고 부모님께서 말씀하셨다”며 “나도 공감을 많이 했고, 올해만큼 배구가 재밌다고 느껴본 적을 정도로 이 팀의 분위기와 코치진, 선수들이 너무 좋아 재계약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박은진은 데뷔 후 처음으로 봄 배구 코트를 밟았다. 메가왓티 퍼티위(등록명 메가)와 지오바나 밀라나(등록명 지아)의 외국인 쌍포와 함께 박은진, 정호영의 ‘트윈 타워’가 맹활약한 덕에 정관장은 2016~17시즌 이후 7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박은진은 리그 속공 3위(성공률 50.61%), 이동공격 3위(43.68%), 블로킹 7위(세트당 0.530개)로 활약하며 팀의 중심을 잡았다. 개인 성적은 물론, 팀 성적도 좋았다. 배구가 재미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미들블로커 출신) 고희진 감독님께 블로킹 등 미들블로커로서의 세세한 부분들을 많이 배웠다”며 “세터 (염)혜선 언니와도 의사소통을 잘 하면서 합을 맞추는 재미도 알았다. 동료와 운동을 하는 것 자체가 즐거웠던 시즌이었다”고 돌아봤다.

선명여고 출신 동기 박혜민과 후배 정호영의 존재도 컸다. 박은진은 “고등학교 때부터 봤던 사이라 서로를 너무 잘 알고 같이 있으면 정말 편하다”면서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옆에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한 일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두 선수 덕분에 한 시즌을 즐겁게 보냈고, 이 팀에 남아야겠다는 생각을 확실하게 하게 된 큰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박은진은 고희진 감독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기술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훌륭한 멘토가 돼줬기 때문이다.

박은진은 “올스타 휴식기 때, 감독님께서 선수들에게 아침에 좋은 영상이나 명언을 들으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걸 추천해 주셨다”며 “그 습관을 들이면서부터 마음이 차분해지고 팀원들과도 단단해진 것 같다. 그때부터 팀도 상승세를 탔다”고 돌아봤다.

기억나는 영상이 있냐고 묻자 박은진은 “한 럭비 선수 이야기였다. 코치가 선수에게 ‘필드 끝에서 끝까지 기어서 가보라’고 주문했는데 절반밖에 못 갔다고 하더라”며 “그러자 코치가 ‘눈을 가리고 가보라’고 다시 주문하니까 결국 끝까지 갔다는 이야기였다. ‘한계를 정해 놓지 않으면 더 할 수 있다’라는 명언이었는데, 이 영상이 많이 기억에 남는다”고 소개했다.

박은진은 이 좋은 분위기와 마음가짐 그대로 다음 시즌까지 이어가고자 한다. 그는 “지난 시즌 초반에 흔들리고 후반에 잘해서 봄 배구에 진출했는데, 새 시즌엔 이런 기복을 줄이고 꾸준히 잘 한다면 우승도 노려볼 수 있을 것 같다”며 “비록 플레이오프에서 패했지만 (부상 등) 안 좋은 상황에서 흥국생명을 한 차례 이기기도 했고, 봄 배구 경험을 했다는 것 자체가 좋은 자양분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박은진을 비롯한 정관장 선수단은 현재 인도네시아에 있다. 인도네시아 청소년체육부의 초청으로 인도네시아 올스타팀과 친선경기를 치르기 위해서다. 정관장은 오는 20일 자카르타에 위치한 1만6000석 규모의 신축 체육관 ‘인도네시아 아레나’에서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박은진은 “1만6000명이라니 상상이 잘 안 간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도 그렇게 큰 경기장에서 시합을 했지만 그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관중이 없었다”면서 “살짝 무섭고 떨리긴 한데, 한국을 대표해서 출전하는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 인도네시아 팬분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건 다 보여드리고 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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