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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확대경]그래서 집값은 다시 오르나요?

이명철 기자I 2023.06.13 07:00:00

아파트 매매거래량 증가세, 주택 매수 의사도↑
연초대비 낮아진 대출금리, 가계부채 다시 증가
당장 기준금리 하락 힘들어, 시장금리도 오름세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요즘 들어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 중 하나는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쳤는가’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최근 3개월 연속 3만가구 이상을 기록하며 회복세다. 여러 기관에서 실시하는 집값 상승 전망이나 주택 매수 의사 같은 조사도 긍정적인 응답이 부쩍 늘었다.

경기 침체가 계속된다는 관측이 주를 이루고 있음에도 집값이 반등한다고 보는 근거는 뭘까. 금융부 기자로서 짐작하건대 ‘향후 대출금리가 계속 내려가지 않겠냐’는 추측이 아닐까.

실제 대출금리는 크게 내렸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 6개월 변동금리는 올해 1월 2일 기준 연 5.27~8.12%로 최고 8%를 돌파했다. 이달 들어서는 12일 현재 4.07~6.11%로 상단 기준 약 2%포인트 내려왔다. 수억원대 자금을 최고 40년까지 빌리는 주담대 특성상 2%포인트의 차이는 크다.

대출금리가 낮아지자마자 가계대출은 증가했다. 금융당국 조사를 보면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대비 2조8000억원 늘었다. 은행권에선 특례보금자리 같은 정책모기지가 아닌 일반 개별 주담대가 2조원이 늘면서 증가세를 이끌었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됐다는 소식은 대출금리가 더 내려간다는 예측에 힘을 싣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오는 13~1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인데 현재 5.00~5.25% 동결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는 한국은행의 결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다.

대출금리가 오르지 않는다고 해서 더 낮아진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연준은 여전히 계속되는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에 대응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호주와 캐나다 중앙은행은 6월 기준금리를 다시 올리기도 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금리 인상 옵션을 열어놨다”며 경고하고 있다. 경기 둔화를 고려해 기준금리를 크게 올리기는 어려워도 하향 기조로 접어든다고 보긴 힘들다는 게 채권시장의 시각이다.

올해 대출금리가 낮아진 이유 중 하나는 정부의 압박(?)이다. 차주들은 대출이자로 고통을 겪는데 은행들은 이자장사로 배를 불린다며 비판이 쏟아졌다. 대통령까지 나서 “은행은 공공재”라며 밀어붙이자 은행들은 줄줄이 대출금리를 낮췄다.

문제는 추가로 대출금리를 낮출 여지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도 고금리인데 이런 상황이 유지될 수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한때 3.2%대까지 낮아졌다가 최근 기준금리(3.50%)를 넘었다. FOMC를 앞두고 긴축에 대한 경계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출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무보증·AAA) 3년물 금리도 3%대 중후반까지 내렸다가 최근 4%대로 올랐다.

한국을 둘러싼 경제의 흐름도 심상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경제전망 보고서를 발표하며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5%로 하향 조정했다. OECD는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에 대응한 통화 긴축을 유지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물론 거시적인 경기 흐름과 부동산 시장의 흐름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연초보다 낮아진 대출금리를 활용해 집을 사겠다는 수요자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있으면 대출금리가 더 내릴 테니 최대한 대출을 받아서 아파트를 사도록 해”라고 말을 할 순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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