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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소비 호조發 긴축 우려 버텨낸 시장…나스닥 0.9%↑

김정남 기자I 2023.02.16 06:57:15

연준 공격 긴축 딛고 소비·생산 '쑥'
긴축 우려에도 3대지수 장중 상승세
월가 "연착륙서 노 랜딩으로 옮겨가"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뉴욕 증시가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관심을 모은 소비가 깜짝 반등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에 대한 긴축 우려가 커졌음에도 투자 심리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월가 일각에서 ‘노 랜딩’(no landing) 시나리오까지 나올 정도다. 다만 여전히 약세장 지속에 대한 견해도 많아, 시장이 방향성을 어느 정도 잡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진=AFP 제공)


공격 긴축 딛고 소비·생산 호조

15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11% 상승한 3만4128.05에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28% 오른 4147.60을 기록했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0.92% 상승한 1만2070.59를 나타내며 1만2000선을 회복했다. 나스닥 지수는 3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이외에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 2000 지수는 1.09% 올랐다.

3대 지수는 장 초반만 해도 하락 압력을 받았다. 개장 전 나온 소매 판매가 예상 밖 급증하며 긴축 공포감이 커진 탓이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소매 판매는 전월 대비 3.0% 증가했다. 2021년 3월 이후 1년10개월 만의 최대 폭이다. 직전 월인 지난해 12월(-1.1%) 큰 폭 감소했다가, 한 달 만에 반등한 것이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1.9%)를 웃돌았다. 1년 전과 비교한 소매 판매 증가율은 6.4%였다.

미국 경제의 70% 비중에 육박하는 소비는 경기의 척도로 여겨진다. 이날 지표는 역대급 인플레이션이 덮치고 있음에도 미국 경제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6.4%)만큼 소비가 증가한 것은 미국 사람들이 고물가에 아랑곳하지 않고 돈을 쓰고 있다는 의미다.

제조업 경기 역시 반등세가 뚜렷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이번달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엠파이어지수)는 -5.8로 전월(-32.9) 대비 27.1포인트 뛰었다. 이날 함께 나온 지난달 산업생산은 3개월 만에 마이너스 국면에서 벗어났다. 연준 집계를 보면, 지난달 산업생산은 전월과 같은 보합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과 12월 각각 -0.6%, -1.0%를 보였는데, 그나마 살아난 것이다. 산업생산 내에서 가장 비중이 큰 제조업 생산은 전월과 비교해 1.0% 증가했다.

심지어 주택 지표까지 긍정적으로 나왔다.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에 따르면 이번달 주택시장심리지수는 42로 전월(35)보다 상승했다. 지난해 9월 이후 최고치다. 시장금리와 연동돼 있는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하락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최악은 넘겼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미국 경기가 예상 밖 반등하면서 연준을 향한 조기 긴축 중단 기대감은 거의 사라졌다. 마켓워치는 “투자자들이 놀라울 정도로 강한 소매 판매 보고서에 대해 연준이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50%포인트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높이는 식으로 반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이 다음달 금리를 5.00~5.25%로 빅스텝을 단행할 확률을 12.2%로 보고 있다. 전날 9.2%에서 약간 높아졌다. 그 대신 4.75~5.00%로 0.25%포인트 올릴 가능성은 87.8%로 낮아졌다.

이에 뉴욕채권시장은 약세(채권금리 상승)를 보였다.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4.703%까지 올랐다. 전거래일보다 0.08%포인트 이상 상승한 수치다.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3.822%까지 뛰었다.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달러인덱스는 장중 104.11까지 상승했다.

“연착륙서 노 랜딩으로 옮겨가”

그럼에도 3대 지수는 장중 큰 폭 하락하지 않았다. S&P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오히려 상승 폭을 키웠고, 다우 지수마저 장 마감 직전 상승 전환했다. 이는 미국 경제가 예상만큼 혹독한 침체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으로 읽힌다. 크로스마크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빅토리아 페르난데스 수석시장전략가는 “지난 4~5일간 나온 모든 경제지표는 가벼운(mild) 침체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연착륙을 넘어 노 랜딩 시나리오까지 힘을 받는 분위기다. 연준의 긴축이 길어진다고 해도 미국 경제는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관측이 그 바탕에 있다. 야데니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대표는 CNBC에 나와 “우리는 연착륙에서 노 랜딩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더 나아가 지난해 10월 중순을 약세장의 끝으로 진단하면서 “우리는 다시 강세장으로 들어섰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업 실적이 긍정적으로 나온 점도 증시를 뒷받침했다. 특히 에어비앤비는 지난해 첫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는 소식에 이날 주가가 13.35% 폭등했다. 지난해 4분기 순이익과 매출액 역시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로블록스의 경우 예약 실적이 당초 전망을 상회하면서 26.38% 급등했다.

그러나 고금리와 고물가의 장기화 와중에 증시 상승장의 지속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많다. 마르코 콜라노비치 JP모건 수석전략가는 “시장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최근 좋은 소식에 과도하게 가격을 매기고 위험에 안주하고 있다”며 “높은 금리와 침체 위협, 저조한 기업 실적은 주식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인디펜던트 어드바이저 얼라이언스의 크리스 자카렐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노동시장의 회복력이 소비를 계속 하게 하는 주된 이유”라며 “인플레이션은 계속 끈적끈적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시장은 상당한 변동성을 겪을 것”이라고 했다.

유럽 주요국 증시는 상승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82% 올랐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1.21% 상승했다.

국제유가는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0.59% 떨어진 배럴당 78.5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미국 원유재고가 큰 폭 늘었다는 소식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10일로 끝난 한 주간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1628만3000배럴 증가한 4억7139만4000배럴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80만배럴 증가)를 상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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