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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대신 예방으로...알츠하이머 백신 개발 ‘꿈틀’

김진호 기자I 2022.03.19 09:30:52

미국, 한국 모두 알츠하이머 백신 임상 시동
동물모델 설계부터 약물 효능 측정까지...난관 多
“항암제 등 일반 약물 개발보다 오래 걸릴 것”

[이데일리 김진호 기자]치료제는 병이 발병한 후에 쓰고 백신은 발병하기 전에 사용한다. 오랜시간 끝에 지난해 처음으로 출시된 미국 바이오젠의 알츠하이머치료제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은 부작용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국내외 제약사들이 알츠하이머 백신 개발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제공=Nuravax)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생명공학기업 ‘누라벡스(Nuravax)’가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노화연구소로부터 알츠하이머 백신 연구 위해 1200만 달러(한화 약 145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받게 됐다고 발표했다.

누라백스는 미국 비영리기관인 ‘분자의학연구소(IMM)’에서 분사한 기업이다. 회사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등과 함께 DNA(AV-1959D)와 재조합 단백질(AV-1959R)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알츠하이머 백신 후보물질을 개발했다.

회사에 따르면 이 물질은 알츠하이머를 일으키는 아밀로이드베타(Aβ, 에이베타)가 뇌 속에 축적되는 것을 예방하는 항체를 생산한다. 누라백스와 NIH는 올 상반기 중 AV-1959D와 AV-1959 결합 백신의 임상 1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2005년 이 물질의 프로토타입을 개발한 뒤 추가 연구를 이끌고 있는 마이클 아가드지안 IMM 면역학분과장은 “한번 시작되면 막을 수 없는 알츠하이머를 극복하기 위해 치료보다 예방적 접근이 중요하게 대두된지 오래됐다”며 “알츠하이머 위험이 있지만 현재 인지 기능에 문제가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 1상을 진행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이석원 한국뇌연구원 뇌발달질환연구그룹장은 “뉴라백스 뿐만 아니라 여러 연구 그룹에서 10년 이상 알츠하이머의 원인이 되는 아밀로이드베타나 타우단백질 등을 타깃해 항체 생성을 유도하는 백신을 연구했다”며 “하지만 뇌질환 관련 연구는 전임상이나 비임상 등의 단계부터 다른 약물 개발보다 오래 걸린다. 관련 질환을 앓는 동물모델을 만드는 것부터 시간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항암제 연구용 쥐를 개발해 동물실험을 하는데 몇 주의 시간이 든다면, 알츠하이머를 발생시킨 쥐를 키우는 데만 약 1년이 소요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미국 브리검여성병원은 비강에 분사하는 방식을 적용한 알츠하이머 백신을 개발해 임상 1상을 시작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그룹장은 “다양한 투여 방식과 전달 기술을 조합해 편의성과 효과를 고려한 약물이 설계되고 있는 것”이라며 “어떤 투여 방식이 알츠하이머 백신으로써 최적의 효과를 띨 수 있는지는 모르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포스백스와 한국뇌연구원이 공동으로 바이러스유사입자(VLP) 기반 알츠하이머 백신 후보물질을 개발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참여하고 있는 이 그룹장은 “우리가 개발하는 VLP 백신은 일종의 단백질 기반 물질이다. 임상과 함께 그 효과를 강화할 수 있는 동물실험 연구를 직접 수행하고 있다”며 “뇌로 우리 물질을 잘 보내고 그 물질이 생체 내에서 제대로 작용하는지 측정하는 것이 매우 까다롭다. 일반적인 약물의 개발보다 임상 1상 기간이 더 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알츠하이머 백신 접종 대상에 대해 이 그룹장은 “알츠하이머가 발생할 수 있는 주요 연령층을 대상으로 그 효능과 안전성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임상을 설계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에 맞는 사람이 결국 접종받게 될 것”이라며 “알츠하이머 백신은 코로나19 백신처럼 1~2년 만에 만들긴 어려운 게 사실이다. 유전자 및 단백질 설계, 전달체 등 여러 생명공학 기술을 갖춘 기업이나 연구 그룹이 협력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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