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전통시장도 배달합니다"…놀러와요, 첨단시장

이윤화 기자I 2020.05.07 05:45:00

‘놀러와요 시장’ 앱 만든 임주성 위주 대표이사 인터뷰
단순 배달앱 아닌 전통시장 활성화 위한 종합 플랫폼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장에도 새로운 경쟁력 필요성↑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제가 가진 IT 기술이 전통시장 살리기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놀장 앱 개발에 뛰어들게 됐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공공 배달앱의 모범 사례로 손꼽히고 있는 전통시장 마케팅 및 실시간 배달 중개 플랫폼 ‘놀러와요 시장(놀장)’. 이 플랫폼을 개발한 주식회사 ‘위주’의 임주성(46) 대표이사는 놀장이 단순한 배달 서비스 업체가 아닌 정보통신기술(IT)을 이용한 마케팅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라고 소개했다. 미국에서 스타트업 ‘One SD, Inc.(원 에스디)’를 창업한 경험을 한국 전통시장에도 적용한 것이다. 원 에스디는 월마트, 랄프 등과 같은 중대형 유통사의 세일정보를 제공하고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해 맞춤광고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놀장을 개발한 임주성 위주 대표가 놀장 앱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미국 창업 목표도 잠시…“전통시장 발전 가능성 믿어”

임 대표는 미국 텍사스A&M대학교에서 컴퓨터 공학 및 수학을 전공했다. 미국에서 여섯 번째로 규모가 큰 공립대학교에서 전체 학기를 ‘All A’라는 성적으로 졸업할 만큼 유능했다. 그런 임 대표가 한국에서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 때문이었다. 원 에스디를 2014년 창립해 운영하던 도중 친분이 있는 교수님으로부터 한국 시장을 살려보는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게 됐다.

그는 “미국에서 사업을 정식 론칭하기 전인 2015년 겨울 한국 시장을 방문한 뒤 열악한 환경을 충분히 발전시킬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면서 “사물인터넷(IoT), 스마트 물류시스템, 빅데이터, 간편 결제시스템 등 4차 산업기술을 적용한 플랫폼만 도입하면 젊은 고객층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고 말했다.

전국 1600여개에 달하는 한국의 전통시장 특성상 주요 거점지역마다 물류창고와 배송시스템을 갖춰야 하는 일반 배달 플랫폼 사업과 달리 그 자체로 오프라인 매장이자 물류창고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각 시장에서 수십 년 동안 생업을 유지해온 상인들의 유통공급망이 있어 물건을 선매입하지 않아도 매일 신선한 식재료부터 먹거리까지 다양한 상품군을 유지할 수 있는 장점도 갖췄다. 문제는 빠르게 온라인 쇼핑으로 바뀌고 있는 시대 흐름에 맞지 않게 소비자 편의성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그 점을 보완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 놀장이다.

임 대표는 전통시장과 소비자, 배달 노동자가 모두 상생할 수 있는 플랫폼 사업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김태형 기자)
◇“전통시장에 배달 웬말이냐 던 상인들 편견도 깼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배달앱이 전통시장까지 확대됐지만, 임 대표가 위주를 설립한 4년 전만 해도 시장 물건을 앱으로 주문한다는 것은 생소한 일이었다. 임 대표는 위주를 설립하고 약 2년 동안은 전국 전통시장 400여 곳을 돌아다니며 상인회를 중심으로 시장 상인들을 설득하고, 최신 IT 기술을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했다.

2018년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화곡본동시장 등 한 두 곳으로 시작한 놀장 앱 서비스는 올해 안으로 50여 곳으로 확장한다. 지난해 3월 중소기업벤처부의 민간투자 주도형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 ‘팁스(TIPS)’에 선정, 경기도 광명시장에서 서비스를 시작하게 되면서부터 폭발적인 반응이 일었다. 3월 17일부터 기준 23일 동안 광명전통시장에 접수된 주문 건수는 3450여건에 달하고, 판매 된 상품은 2만3689개, 총 판매 금액은 7100만원을 넘겼다. 현재 놀장 누적 가입자 수는 약 6만 명 수준이다. 코로나19 이후 신규가입자가 일평균 500~600명으로 빠르게 늘면서 울산·대전·부산 등 전국 각지 시장에서 놀장을 먼저 찾는 상황이 됐다.

이런 빠른 성장 뒤에는 상인들과 소비자, 배달 노동자들까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플랫폼 효용성이 있었다. 상인들에게는 시장 입구에 센서가 달린 펜스를 설치해 신규 고객 유입률 등을 분석한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하거나, 수수료가 없는 배달앱 서비스로 매상을 올려주는 것이다. 놀장에서 일하는 배달 직원들은 고용이 불안정한 플랫폼 노동자가 아니다. 지자체와 연계해 채용한 청년 직원은 위주의 정규직으로 월 300만원 이상의 급여와 4대보험, 주 5일 근무를 보장을 받고 내일 채움 공제까지 받을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신선한 식재료와 시장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음식을 2시간 안에 바로 배송받을 수 있어 좋다. 또 상품 하자가 있을시 100% 환불 및 교환해주는 소비자 보상 정책도 철저하게 시행하고 있다. 현재 소비자 만족도가 높은 만큼 올해 하반기에는 통계청 자료와 물류산업 지표를 분석해 각 지역별 소비 순위 상위권인 상품, 30대 주부 소비 선호 물품 등을 선정해 판매하는 서비스도 테스트 할 예정이다.

임 대표는 “현재 놀장 이용자 10명 중 9명은 30~40대로 젊은 고객층이다. 코로나19로 상황에서도 신규 고객이 유입되는 것을 보고 손사래를 치던 상인들이 앱 서비스를 더 잘 운용하기 위해 최신 스마트폰으로 바꿀 정도”라고 했다.

김정숙 여사가 지난 2월 18일 오후 서울 중랑구 동원전통종합시장에서 한 상인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통 규제 아닌 시장 경쟁력 만드는 것이 선순환 구조”

임 대표는 상인들의 애로사항이나 소비자들의 앱 개선 요구 등을 빠르게 반영해 ‘놀장’을 한국 전통시장 활성화에 기여한 대표 플랫폼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를 위해 그 동안 놀장 앱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부족했던 부분을 개선하고 있다. 먼저 놀장 앱을 이용하는 시장 상인들이 직접 사진을 찍어 올릴 수 없는 점 등을 보완하기 위해 오리지날 서버 대신 상인들이 접속할 수 있는 상인 전용 시스템을 구축한다. 신제품 등록, 계절 상품 가격 변동 등을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업데이트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소비자 접근성도 늘린다. 배달앱 이용이나 온라인 쇼핑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을 위해 ‘부모님 대신 장보기 서비스’, ‘복지관 협약을 통한 복지 포인트 사용’ 등을 고민하고 있고, 서울시가 재난 긴급생활비로 나눠준 지역화폐 ‘서울사랑상품권’을 결재 수단으로 등록하는 등의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다만, 놀장 앱이 주말과 공휴일에는 운영되지 않는 단점은 놀장 이용자 증가 추이를 살펴보고 배달 직원들이 순환 근무를 해도 될 정도의 수요가 생기면 서비스를 차차 확대해 보완할 계획이다. 또 대형마트처럼 상품이 규격화되지 않은 점은 쿠팡이나 티몬 등 다른 오픈마켓처럼 충분히 판매자인 상점 간 경쟁력을 자율적으로 키울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단일화할 계획이 없다.

임 대표는 “놀장을 통해 플랫폼 사업이 과도한 수수료나 무리한 확장으로 시장 혼란을 일으키지 않고도 순수한 배달 비용만으로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어 전통시장과의 공존 가능성이 충분하는 것을 입증했다”면서 “회사 이름 ‘위주’는 영어 ‘with you(당신과 함께)’의 줄임말이다. 정부 역시 대형마트 등 유통 규제와 같은 수단이 아니라 전통시장만의 장점을 극대화 하는 등 자체 경쟁력을 키워 대기업 유통사와 경쟁할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1974년 서울 출생 △1993년 대일고 졸업 △2004년 미국 텍사스A&M대학교 컴퓨터 공학, 수학과 졸업 △2004년 6월 ~ 2014년 5월 스포츠서울 미국지부(SS USA, Inc.) 전략기획실장 △2014년 6월 ~ 2014년 12월 FGG, Inc. 고객만족경영자(CSO) △2014년 1월 ~現 One SD, Inc. 최고경영자(CEO) △2016년 7월~現 주식회사 위주 대표이사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