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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6세대 김경집이 꺼내든 1960년대…“오늘의 세계 만들었다”

김미경 기자I 2022.10.19 06:40:00

진격의 10년, 1960년대
김경집|664쪽|동아시아
비틀스에서 전태일까지
1960년대, 가장 뜨거웠던 시대를 되돌아보다
인문학자 김경집의 60년대 현대사
이후 알기 위해 과거 찾는 게 역사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범 세계적으로 1960년대는 혁명의 시대였다. 인종차별 철폐, 여성해방, 인권과 정의라는 보편적 가치 등 지금 우리의 현대를 열어준 관문이자, 여전히 매진하고 있는 가치인 것이다.”

인문학자 김경집(63)이 포착한 1960년대다. 그는 최근 펴낸 책 ‘진격의 10년, 1960년대’(동아시아)에서 1960년대 세계의 역사를 마치 모자이크처럼 엮어 보여준다. 책은 1960년대 세계 곳곳에서 벌어졌던 현대사적으로 중요한 변화의 움직임을 포착하며 당시의 시대정신을 조망한다.

이 책을 처음 접한 뒤 거부감이 든 게 사실이다. 600쪽 분량이 넘는 ‘벽돌책’인 데다, 586세대(5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아저씨(?)가 오마주한 1960년대 시절 이야기라니…. 그런데 저자는 왜 지금 1960년대를 불러냈을까. 중·고등 교육에서 제대로 배워본 적 없었던 현대 세계사에 대한 궁금증도 살짝 피어올랐다.

책 ‘진격의 10년 1960년대’를 펴낸 인문학자 김경집(사진=동아시아 제공).
책은 펼쳐든 순간 단숨에 읽힌다. 김경집은 이 시절을 가리켜 “인간 보편의 가치에 대한 진보가 이뤄지면서 세계 전체가 변화하고 모든 것이 함께 진화했던 시기”라며 “가장 뜨겁고, 순수했으며 치열했던 시기”, “현대 세계의 기준점”이자 “역사상 거의 유일하게 청년이 시대의 주인이었던” 시대였다고 정의한다. 가장 특징적인 현상으로는 ‘자유·저항·혁명’ 그리고 ‘청년’을 언급한다.

책은 4·19혁명을 시작으로 이 시대를 가로지른 17개의 주제를 꺼내든다. 대중음악의 혁명 비틀스,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 혁명가의 아이콘 체 게바라, 미국 흑인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 여성운동 대모 베티 프리던,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 ‘침묵의 봄’을 쓴 레이첼 카슨 등이 이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동유럽 자유화 운동인 ‘프라하의 봄’, 쿠바 혁명, 아프리카 알제리 혁명이 그 시절에 있었다. 프랑스 ‘68혁명’도, 전설적인 음악축제 우드스톡 페스티벌도 그 때였다. 남미에서는 해방신학이 나왔고, 일본에서는 적군파가 나왔다. 중국에선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이 있었다. 베트남 전쟁과 반전시위, 반문화운동과 히피즘, 킨제이보고서와 섹스 혁명도 그 시절 이야기다.

인문학자 김경집의 ‘진격의 10년, 1960년대’ 책표지(사진=동아시아 제공).
그에 따르면 1960년대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는 ‘자유로운 개인’이다. 그는 최근 열린 북토크에서 “집필에만 꼬박 10년이 걸린 책”이라며 “과장하면 40년”이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야 세계사를 제대로 들었다. 68혁명, 월남전의 참상은 쇼크 그 자체였다”면서 “60년대 전 지구적으로 약속한 듯 현재 기준점이 되고 있는 모든 문제들이 터졌는데 이 시기를 써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처음 했다”고 회상했다.

김경집은 “사회적 태도, 군사 및 남녀평등, 심지어 종교까지 현대 세계를 떠받친 가장 강력한 힘이 바로 이때 형성됐다”면서도 “우리는 그런 열정과 가치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시대를 건너왔다. 먹고 사는데 바빴다. 지금이라도 시동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소년 김주열의 죽음으로 시작된 4·19혁명과 5·16군사쿠데타 등 굵직한 사건들을 통과해 평화시장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스스로 목숨을 내놓은 전태일 열사에까지 닿는다. 주요 사건들의 크고 작은 인과 고리를 촘촘하게 엮어내면서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짚어낸다.

저자는 “한 사람의 생애 안에 최빈국의 상태에서 선진국까지 이르는 가파른 변화를 경험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라고 반문하며 “대한민국은 그걸 해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기에 더욱 시대정신을 선명하게 읽어내야 한다”고 했다.

1960년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된 김주열의 죽음. 서울에서만 2만여명의 시민들이 거리에 쏟아져 나와 부정과 야만에 항의했다(이미지=동아시아 제공).
시대에 대한 이야기는 오늘날의 우리에게 당도해 어떤 세계를 만들 것이냐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언제난 ‘Post+무엇’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 그 ‘Post’(이후)를 알기 위해 ‘Past’(과거)를 찾는 게 바로 역사이다.” 김경집은 2020년대가 1960년대 못지않은 변곡점의 시기라며, 지금의 시대정신을 찾기 위해서는 자유와 저항, 혁명과 열정이 충만했던 1960년대의 시대정신을 다시 들여다보라고 제안한다.

그는 “우리가 1960년대를 돌아보는 이유는 그 ‘낭만적이었던 시대’를 추억하고 기념하고 박제하기 위함이 아니다. 그 헤아릴 수 없이 폭발적이었던 에너지가 여전히 시대를 추동하는 힘으로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 흐름을 읽고 더 나은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밑거름으로 삼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바로 우리에게 주어진 몫”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 책을 잘못 읽으면 요즘 청년들은 왜 이렇게 맥아리가 없냐고 해석할 수 있다”면서 “이 책을 통해 시니어 세대에게 묻고 싶은 것이다. 우리의 윗세대가 맞서 싸워 쟁취한 것들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한 반성과 각성의 요구다. 나는 무엇을 놓치고 어떤 혜택을 누리며 살았는지, 세대 간 화해하고 소통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부당한 차별에 대해 분노하고 저항하는 것, 그 현실을 부끄러워할 줄 아는 것, 그리고 그 부끄러운 사슬을 끊어내는 것에 공감하고 연대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인간의 의무이고 용기이다. 1960년대의 가치와 행동이 바로 그것이었다.”

낙태의 권리, 출산 휴가, 채용과 승진에서 양성평등 실현이라는 대담한 메시지를 제시한 베티 프리던과 여성해방 운동(이미지=동아시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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