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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따먹기는 IT가 주도하는 4차산업 혁명시대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다만 그 무대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근대가 오프라인상의 땅따먹기 전쟁이었다면, 4차 산업혁명이 이끄는 현재는 디지털 상의 데이터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인류의 미래도, 산업의 지형도 그 결과에 따라 바뀔 것이다.
거대한 자금시장인 금융산업에서도 데이터 전쟁이 한창이다. 대면 중심의 금융서비스가 플랫폼 중심의 비대면으로 빠르게 옮겨가면서 빅테크·핀테크와 전통 금융사(은행·보험·카드·증권 등)간의 기 싸움이 심상치 않다. 마이데이터사업, 대출대환서비스, 가상자산시장에서도 건건히 부딪히며 갈등을 빚고 있다. 각종 데이터를 확보해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에 이르기 위함이다. 이 전쟁에서 이기는 승자가 금융의 미래를 이끌 것이란 예측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데이터 전쟁은 이미 한창 진행중이지만, 아직도 정확한 룰이 정해지지 않았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불만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기존 금융사들은 자신들의 땅(고객 데이터)을 빼앗으려는 빅테크, 핀테크들을 맞서 싸워야 하지만 금산법, 은행법 등 규제라는 족쇄에 묶여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이다. 그 사이 빅테크들은 디지털 세상 속에 고객을 끌어들이고, 정보를 대거 확보해 자신들의 땅을 뺏고 있단 것이다.
반면 빅테크·핀테크들은 자본금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나는 상황인데, 금융사들과 자신들을 똑같은 잣대로 보는 것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부가 이제 막 성장하고 있는 기업들을 보호해야 4차산업혁명시대에 대비할 수 있고, 그래야 더욱 발전적인 금융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한다.
두 주장 모두 틀리지 않다. 어느 위치에서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데이터전쟁,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더 많은 기술혁신, 사회·문화적 발전을 이루어낼 수 있다. 다만 시장보다 한 발 뒤처진 제도가 아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