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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벵·카뱅' 돌풍에…금융앱은 진화中

전상희 기자I 2017.08.10 06:00:00
[이데일리 전상희 기자] “앱이 쉽고 예뻐서요.”

다양한 모바일뱅킹을 사용해왔던 대학원생 A(28)씨는 최근 카카오뱅크를 즐겨 사용하고 있다. 기존 금융앱들과 달리 원하는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복잡한 메뉴를 헤매거나 기능별로 앱을 내려받아야 하는 불편함이 없기 때문이다. 깔끔하고 세련된 앱 디자인도 마음에 들었다.

케이뱅크에 이어 카카오뱅크까지 인터넷전문은행의 돌풍으로 은행은 물론 보험·증권 등 금융권의 모바일 앱들이 진화하고 있다. 오프라인 콘텐츠를 온라인 채널에 옮겨놓는 데 급급했던 1세대 금융앱들이 사용자 중심의 모바일 환경 구축으로 변신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복잡하고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늘어놓고 사용자가 필요한 서비스를 직접 찾아 사용해야 하는 ‘백화점식 구성’에 불편을 느꼈던 고객들은 고객 중심의 이 같은 변화를 반기고 있다.

◇“비대면으로 가능하게”에서 “모바일에서 편리하게”

NH농협은행이 지난 해 8월 출시한 모바일플랫폼 ‘올원뱅크’는 고객의 편의성 증대를 위해 화면구성을 변경하고 회원가입 절차와 로그인 시간을 단축했다. 또 금융지주 계열사의 서비스를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는 ‘NH금융통합’서비스를 통해 증권 보유계좌와 카드 결제예정금액 등을 한번에 조회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했다. 올 원 뱅크는 9일 출시 1년 만에 가입자 100만 명을 넘어섰다.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은 “지속적으로 올원뱅크를 고도화, 고객에게 더욱 차별화 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의 KB스타뱅킹도 한 화면내 복잡한 메뉴들을 덜어내고 화면 구성을 단순화하는 방식으로 편의성을 개선했다.

지난 8일 모바일앱을 전면 개편한 동부화재는 한 페이지 내에서 다양한 내용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통합 마이페이지’를 선 보였다. 디자인이나 메뉴 구성, 이용 프로세스 등에서 사용자들이 디지털 기기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사용자 환경(UI)·사용자 경험(UX)에 초점을 맞췄다.

신한금융투자도 같은 날 자산관리 모바일앱 ‘신한아이알파’ 의 개편을 발표했다. 사용환경의 단순함과 편의성 개선을 위해 비대면 계좌개설 이용단계를 간소화하고 트레이딩 서비스 화면을 업그레이드했다. 채팅상담도 어느 메뉴에서나 접근 가능하도록 바꿨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금융권 모바일앱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용자 중심의 편의성을 어떻게 극대화하느냐”라며 “각 금융사들은 UI·UX를 중심에 둔 모바일앱 개편을 속속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더 쉽게·더 빠르게”…다음 과제는 ‘앱 통합’

모바일앱의 진화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촉발했다는 분석이다. 케이뱅크는 모바일뱅킹의 첫 화면 메뉴를 ‘개인뱅킹, 금융몰, 고객센터, 인증센터’ 등 총 4개로 단순화했다. 카카오뱅크의 첫 화면도 ‘MY·추천·가이드’ 등 3개다. 여기에 패턴 로그인, 깔끔한 배경,손쉬운 이용 등을 통해 인터넷전문은행들은 ‘금융앱’ 같지 않은 금융앱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배태권 NH농협은행 스마트금융부 팀장은 “앞서 시중은행 모바일뱅킹 간의 경쟁은 거래를 비대면으로 옮겨 놓는 기능에 초점이 맞춰졌었던 반면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한 이후 경쟁 구도는 편의성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사용자 중심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금융권 모바일앱의 또 다른 과제는 앱 통합이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원앱 전략’에 대응해 금융사마다 기능별로 출시해온 수십 가지 앱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NH농협금융이 올 원뱅크를 통해 다양한 계열사 앱들을 연결하고 있듯 신한은행도 ‘S뱅크’와 ‘써니뱅크’를 하나로 통합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소비자들이 잘 쓰지 않는 기능은 과감히 없애거나 한 플랫폼 내에서 다양한 앱들을 연결하는 방안 등을 모색하는 셈이다.

UI·UX 솔루션 전문업체 (주)투비소프트의 박종우 UX컨설팅팀 수석은 “모바일 앱으로 모든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은행별 모바일앱의 사용자환경이 각기 달라 이용자들이 적응하는데 불편함이 있다는 점은 향후 금융권 모바일앱이 풀어야할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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