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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 "'약한영웅'→'댓글부대' 부끄럽지 않은 기록 남기고파"[인터뷰]②

김보영 기자I 2024.03.25 13:01:10

"외적 스타일링 데인 드한? 전혀 구현 안 된듯" 폭소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영화 ‘댓글부대’ 배우 홍경이 ‘팹택’ 캐릭터를 위해 외적, 내적 스타일을 구현한 과정과 영화 및 연기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을 드러냈다.

홍경은 영화 ‘댓글부대’ 개봉을 앞두고 2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댓글부대’는 대기업에 대한 기사를 쓴 후 정직당한 기자 임상진(손석구 분)에게 온라인 여론을 조작했다는 ‘팀알렙’의 멤버 찻탓캇(김동휘 분)이 제보를 자처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장강명 작가가 쓴 동명의 소설이 원작으로,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만든 안국진 감독의 신작이다.

홍경은 극 중 온라인 여론조작 댓글부대 팀알렙(김성철(찡뻤킹), 김동휘(찻탓캇), 홍경(팹택))의 멤버 팹택 역을 맡았다. 팹택은 팀알렙에서 찡뻤킹이 여론 조작 관련 일거리를 가져와 찻탓캇이 스토리를 짜면, 커뮤니티 등에 댓글을 남기며 본격적으로 여론 조작을 주도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팹택 역시 처음엔 알바 겸 소일거리의 개념으로 가볍게 이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팀알렙이 하는 일들이 온라인 세상에 가져오는 변화와 파급력에 점점 취해가고, 찡뻤킹과 이 과정에서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홍경은 먼저 시나리오 속 내용과 함께 ‘팹택’의 캐릭터를 자신 만의 색깔로 채워나간 과정을 털어놨다. 그는 “세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와 정보는 기본적으로 대본에 분명 적혀 있었다. 하지만 저는 셋의 구조에서 어느 한 친구가 이기고 어느 한 친구가 지는 구조보다는 세 친구 각자가 서로 주관이 뚜렷하고 다른 점이 있는 만큼 치열히 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또 “그런 부딪힘과 균열이 있어야 이야기 자체가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감독님 역시 관련해 피드백을 주셨고 캐릭터로서는 관객들이 보시기에 어떻게 하면 이 캐릭터에 조금이라도 더 온정을 품으시게 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며 “이 친구에게 결여된 모습을 생각하며 채워나갔다. 찡뻤킹과 찻탓캇이 팹택에게 어떤 존재인지도 설정해나갔다”고 회상했다.

앞서 안국진 감독은 매체 인터뷰를 통해 유독 달랐던 홍경의 캐스팅 과정을 전해 눈길을 끈 바 있다. 홍경이 직접 자신의 집을 찾아와 네 다섯 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누며 왜 이 작품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이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홍경이 당시 작품 출연을 제안받고 ‘영화에 대한 비전을 보여달라’ 이야기했던 비화를 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홍경은 “감독님과의 첫 만남 당시 시나리오를 읽고 뵙고 4~5시간 동안 서로에 대한 이야길 나눴다. 제가 항상 작품 미팅을 하면 짧은 시간 쌓은 영화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이런 저런 것들을 여쭤보는 게 있다. 서로의 성향을 주고 받는 시간을 가졌다”며 “제 생각에 이야기에 도움이 될 법한 것들에 대한 아이디어들을 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화의 구조상 팹택이 집 밖 외부로 나가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고, 팀알렙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의 면모를 보여줄 기회가 적었다. 제한된 환경 속에서 이 친구를 어떻게 하면 영화에 도움이 될 수 있게, 살아있는 사람처럼 만들 것인지 고민했다”며 “그러면서 외적인 것들 등을 설정해나갔다. 외적으로 어떻게 보일 것이며 두 관계에서 무엇을 느끼는지 등을 따로 많이 적어갔다. 대략 A4 2장 정돈 됐던 거 같다”고 털어놔 놀라움을 안겼다.

팹택의 외적인 스타일링을 구현한 과정에선 할리우드 배우 데인 드한 등 다양한 것들을 참고했다고. 다만 홍경은 영화 속 자신의 모습이 실제 데인 드한의 느낌으로 잘 구현된 것 같은지 묻는 질문에 “전혀 구현은 안 된 것 같다”며 부끄러워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데인 드한만 레퍼런스를 둔 건 아니다. 한국 영화들의 아주 오래된 레퍼런스도 참고했다. 제가 그런 것에 관심이 많다. 이미지적으로 미학적으로도 구체적인 특정 배우가 아니라 뉘앙스가 나는 그림이라든지 초상화라든지 등을 보며 준비를 많이 했다. 저희 훌륭한 분장 실장님, 의상 팀장님 등이 다 계셨다. 그 자리에서 되게 그런 것을 어필했었던 거 같다”고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건 캐릭터의 심정이라고도 강조했다. 홍경은 “이 아이가 갖고 있는 심정이 어떤지가 가장 중요하다. 그 이후 감정의 고리들이 조금씩 맞춰지면 그때 외피적인 면들에 다가가려 한다. 그런 점에서 외피도 확실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신이 생각한 팹택과 팀알렙의 관계성에 대해서도 부연했다. 그는 “사람이 결여된 모습이 있으면 어딘가에 대한 애착이 생기는데 제게는 찻탓캇이나 찡뻤킹이 팹택에게 소중한 존재였을 거 같았다”며 “이들에게 어느 정도 애정을 넘어 의지하고 의존하는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거기서부터 시작해 이들에게 잘 보이려는 모습이 있을 수도 있고, 존재를 입증받기 위한 모습일 수도 있고. 그런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다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홍경은 전작인 시리즈물 ‘약한 영웅’에서도 박지훈, 최현욱과 또래들이 모인 앙상블을 보여준 바 있다. 그는 “확실히 ‘댓글부대’의 케미는 ‘약한영웅’ 때를 생각하면 많이 다르 것 같다. 제가 살면서 다른 누군가와 한 공간에 부대끼며 살아 본 적이 없어 재미있는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며 추구하는 자신만의 철학과 가치관도 털어놨다. 그는 “이번에 이런 캐릭터를 했으니 다음에 저런 캐릭터를 해야겠단 생각으로 작품에 접근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다만 제가 쫓는 건 분명하다. 구체적으로 표현하긴 힘들지만 어떤 감정인 것 같다”며 “어떤 이야기가 내 심장을 때리고 두려움과 궁금증을 자아내는지 생각한다. 그게 없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런 생각으로 작품에 달려든다”고 강조했다.

훗날 자신의 20대 기록을 되돌아봤을 때 부끄럽고 싶지 않다는 다짐도 덧붙였다.

홍경은 “의미있는 걸 쌓아가고 싶었다. 어떤 부분이건 간에 우리 세대가 느끼는 것이 일면이라도 담겨있었으면 한다. 앞서 출연한 영화 ‘결백’도 어찌보면 그럴 수 있고, ‘약한영웅’과 ‘D.P.’, ‘댓글부대’도 그렇다. 곧 나올 차기작 ‘청설’도 마찬가지”라며 “원하는 결과물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게 따라오지 않더라도 부끄럽고 싶지 않은 기록을 남기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힘주어 말했다.

‘댓글부대’는 오는 3월 27일 극장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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