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인상 발표 돌연 미룬 정부…민간 발전사에 또 책임 떠넘기나

김형욱 기자I 2023.03.21 06:10:01

요금현실화 사실상 마지막 기회지만,
물가 우려에 인상 폭 축소 가능성
도매요금 상한제 4월 재시행도 검토
한전·민간발전사에 책임전가 '우려'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정부가 2분기 전기요금 인상 폭을 두고 고심 중이다. 한국전력공사(015760)의 역대급 적자와 올여름 ‘냉방비 폭탄’ 우려 속에서 주무부처(산업통상자원부)와 물가당국(기획재정부)의 힘겨루기가 지속되고 있다. 물가 부담을 이유로 2분기 전기요금 인상폭을 최소화할 경우 정부가 SMP(전력도매가격) 상한제 등의 꼼수를 통해 민간 발전사들에 한전의 적자 부담을 떠넘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20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요금 인상 폭을 놓고 관계부처 간 협의가 길어지면서 한전은 21일 예정이던 2분기 전기요금 조정 계획 발표를 연기했다. 국내 전기요금은 한전이 매 분기 주무부처인 산업부에 연료비 조정단가 내역을 제출하면 산업부가 기재부와 협의한 뒤, 전기위원회 심의 등의 절차를 거쳐 한전에 결과를 통보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한전은 이미 지난 16일 산업부에 요금 인상안을 제출했지만, 정부 논의 절차에서 진척이 없다.

전기요금 인상의 필요성은 이미 수치로 드러나 있다. 한전은 지난해 32조6000억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1년 세 차례에 걸쳐 요금을 약 20% 올리고 , 한전이 유휴부지를 내다 팔아 3조8000억원의 비용을 절감했지만 재무 개선은 요원하다. 한전은 올해도 밑지며 파는 중이다. 정부는 올 1분기에도 전기요금을 약 9.5%을 추가 인상했지만, 한전은 올 1월 기준 전기를 1㎾h당 164.2원에 사들여 147.0원에 판매했다. 1㎾h당 17.2원을 손해를 보며 팔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물가 부담이 요금 인상을 가로막고 있다. 정부가 지난 1년에 걸쳐 도시가스 요금을 약 40% 올린 결과 지난 겨울 ‘난방비 폭탄’이 정치·사회적 이슈가 됐다. 파장이 커지자 정부는 부랴부랴 추가 대책을 내놨고, 윤석열 대통령은 올 상반기 공공요금 동결과 함께 에너지 요금의 인상 폭과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날 민생희망특별위원회(가칭)를 구성하고 물가 등 민생 문제 해결에 역점을 두겠다고 발표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올 2분기 전기요금은 올리되, 인상 폭은 최소화하는 방향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력수요가 많은 3분기(여름철)와 4분기(겨울철) 전기요금 인상이 힘든 상황에서 물가 부담이 크더라도 이번에는 전기요금올 올릴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한전 적자 해소를 위해선 1㎾h당 50원은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전도 이번에 1분기 수준(약 9.5%)의 인상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발전사들도 2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가 요금 인상 폭을 최소화할 경우 한전 적자를 줄이기 위해 민간 발전사에 손실을 전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지난해 12월부터 발전 원가 부담 급증 속 SMP상한제를 1년 후 일몰 조건으로 시행했는데, 3개월 연속 적용할 수 없다는 규정으로 3월은 적용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4월부터는 다시 시행 가능하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기요금 조정 논의와는 별개로 SMP 상한제 재시행요건이 될지, 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범부처 에너지 효율혁신 협의회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산업부)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 품목별 전년대비 등락률. (그래픽= 김일환 기자)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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