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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장사로 1조원대 성과급? “잔치는 끝났다”

이명철 기자I 2023.02.23 06:40:16

5대 금융그룹 작년 순익 18조, 이자이익으로만 약 50조 벌어
임직원 최대 400% 성과급 책정하기도 “독점적 울타리서 이득”
금융당국, 경영진 보수 주주가 투표, 성과급 환수·삭감 등 검토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은행권 경영 영업관행 제도 개선 TF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명철 유은실 기자] 한 해 동안 50조라는 이자이익을 거둔 5대 금융그룹(KB금융·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임직원 성과급 지급에 정부가 제동을 건다. 금융그룹들이 은행 이자이익을 바탕으로 18조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거뒀으며 임직원 대상으로는 1조원대 성과급을 책정해 ‘돈 잔치’를 였다는 게 금융 당국의 시각이다.

금융위원회는 은행 등 금융권의 보수체계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세이온페이(Say-On-Pay) 도입 여부와 클로백(Claw-back) 강화 등을 검토하겠다고 22일 발표했다.

“몸집 키워 대출업무만…글로벌금융 변화해야”

세이온페이란 경영진 보수에 대해 주주가 투표하는 권한을 주는 제도다. 주주총회 때 최고경영자(CEO) 등의 월급을 놓고 찬반을 가리게 하는 것이다. 미국과 영국 상장사들은 주총에서 경영진 급여를 심의받게 하고 있다.

클로백은 금융사 수익 변동이 있을 경우 임직원 성과급을 환수·삭감하는 조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상장사 상당수가 도입했다. 국내도 클로백 제도 도입은 됐지만 실제 이행은 거의 없어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다. 이에 강화된 클로백 기준을 은행 규정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의무화하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 점검과 손실흡수능력을 높이기 위한 스트레스 완충자본 도입, 경기대응완충자본 적립 논의도 진행할 계획이다. 5대 금융그룹이 지난해 결산 발표 후 주주환원을 위해 책정한 배당금은 4조6800억원이다.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5조8900억원의 충당금도 쌓았다. 이러한 배당·충당금 규모가 적정한지 여부 등을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은행권의 보수체계 점검 외에도 경쟁을 촉진할 근본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 통폐합을 통해 몸집을 키워서 결국 한다는 것이 예대마진을 올리고 있다는 게 현재 비판하는 부분”이라며 “높은 연봉이 문제라면 낙하산 인사 대신, 고액 연봉에 걸맞은 글로벌 인재를 유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양 교수는 또 “국내 은행들이 해외로 나가지 않아 기업들은 해외에서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손해를 보기도 한다”며 “글로벌금융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시도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은 인허가 사업이어서 독점적 위치일 수밖에 없고 최근 은행의 퇴직금, 성과급 문제는 (인허가 등) 울타리가 잘 쳐져 있어서 생기는 병태”라며 “(은행 업무가) ‘땅 짚고 헤엄치기’인데 너무 연봉이 높은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은행 성과급 제동, 왜


금융당국이 은행 성과급 제동에 나선 이유는 국민 정서에 맞지 않다고 봐서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5대 금융그룹 당기순이익(지배기업 지분 기준)은 18조800억원으로 전년(16조8300억원)대비 7.4% 증가했다. 각각 금융지주별로 보면 역대 최대다.

금융그룹들의 호실적 배경은 이자이익 급증이다. 주식·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침체로 관련 수수료 등은 줄었지만 높은 대출금리로 벌어들인 금액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5대 금융그룹의 지난해 이자이익은 49조2300억원으로 전년(41조5600억원)보다 18.5%나 늘었다.

역대급 실적의 일등공신인 은행권은 ‘역대급 성과급’을 배정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황운하 더불어민주당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성과급은 1조382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3000억원 가량 늘어난 최대 규모다. 기본급의 최대 40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은행도 있었다.

높은 연봉을 받고 있으면서 가계·기업 대출 증가를 바탕으로 성과급까지 거두자 ‘이자 장사’, ‘성과급 잔치’ 등 여론의 비판이 거세졌다. 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2021년 기준 1인당 평균 연봉은 국민은행이 1억1200만원, 신한은행 1억700만원, 하나은행 1억600만원, 우리은행 9700만원 등이다.

긴축적인 통화정책으로 기준금리가 뛰면서 시장금리도 올랐고 예대금리차 확대는 일시적인 상황이라는 게 은행권의 항변이다. 하지만 몸집을 불려 해외 대형은행들과 경쟁하라고 했더니 손쉬운 대출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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