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방해처" 오명 공수처, 한 달째 묵힌 이규원 사건 직접 수사하나

하상렬 기자I 2021.04.15 06:00:00

공수처 인력 구성 절차 마쳐…13일 수사관 면접 종료
지난달 17일 이첩된 '이규원 사건'…'결단의 시간' 임박
'김학의 사건' 9일만에 이첩…이규원 사건은 한 달째 오리무중
"수사 공백" 이첩 이중 잣대에 '수사방해처' 비판까지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검찰로부터 넘겨받은 ‘이규원 검사 사건’ 처리를 한 달 가까이 미뤄 ‘수사방해처’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쓴 가운데, 그간 공수처가 사건 처리를 미루면서 명분으로 내세운 ‘구성원 면접’이 마무리되면서 공수처의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앞서 공수처가 ‘김학의 사건’을 검찰에 재이첩하면서 ‘수사 공백’을 이유로 들었던 만큼 결정이 늦어질수록 그 비판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김진욱 공수처장이 14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출근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규원 사건’ 이첩 한 달째…‘수사 공백’이라더니 뭉개기?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전날(13일) 지난 5일부터 시작된 수사관 30명 임용을 위한 면접을 마무리했다. 면접을 통과한 이들은 채용점검위원회 심의를 거쳐 김진욱 공수처장이 임명한다. 이로써 지난 1월 출범 이후 이어진 공수처의 공식적인 구성원 선발 절차는 막을 내렸다.

관심은 공수처 ‘1호 사건’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지난 9일 기준 공수처에 접수된 고소·고발·진정 사건은 총 837건으로 일주일마다 100여 건 이상 쌓여가는 추세다. 그 중 가장 파급력이 큰 사건은 ‘윤중천 면담 보고서 조작 및 유출 의혹 사건’이 꼽힌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변필건)는 지난달 17일 이규원 검사가 지난 2019년경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당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 접대 의혹을 재조사하면서 건설업자 윤중천 씨와 면담한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이를 외부에 유출했다는 의혹에 대한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했다.

사건을 받은 김진욱 공수처장은 “사건을 검토 중이고, (사건 처리를) 부장 검사 면접이 끝난 뒤 결정하겠다”고 밝히는 등 ‘면접’ 이후로 결정을 미뤘다. 다만 공수처는 지난 2일 부장검사 및 평검사 후보 명단을 인사혁신처에 넘겼음에도 열흘이 넘도록 사건 처리를 미뤘고, 그 이후엔 수사관 면접을 결정 지연의 이유로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사건 ‘뭉개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공수처가 지난달 12일 검찰에 이첩한 김 전 차관의 불법 출국 금지 의혹 사건 처리 때와 입장이 명백히 다르다는 것이다. 공수처는 지난달 3일 수원지검으로부터 해당 사건을 넘겨받고 9일 만에 재이첩 결정을 했다. 당시 김 처장은 “공수처가 수사팀 구성을 위해 3~4주를 소요하는 동시에, 이 사건 수사를 한다고 하는 게 자칫 공수처에 불필요한 공정성 논란을 야기하거나 ‘수사 공백’이 초래되는 것처럼 보여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공수처의 이중적 잣대를 두고 “공수처가 최근 논란으로 결정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결정을 미룰수록 수사 공백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며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것에 대해 공식적인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최근 사건 피의자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면담 조사 과정에서 관용차를 제공하는 등 특혜 논란이 불거졌고, 이에 더해 이첩 과정에서 ‘공소권 유보부 이첩’을 이 사건에 한해서만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공정성’ 논란이 더 커진 상태다.

‘뭉개기’ 지적에 발끈한 김진욱…공수처 ‘1호 사건’ 가능성

김 처장은 이날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이 검사 사건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짧게 말했다. 이에 공수처 관계자는 “수사를 개시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넓은 의미로 사건 기록을 검토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일각에선 김 처장의 이날 발언이 사실상 직접 수사에 무게를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공수처는 앞서 ‘김학의 사건’을 검찰로 재이첩하면서 ‘수사 공백’ 외에도 ‘수사력 미비’를 근거로 들었다. 수사력만 확보되면 직접 수사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면접 절차가 마무리된 공수처가 직접 수사에 나설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현재 공수처 검사는 대통령 임명만 남아 있는 상태고, 수사관 30명 역시 곧 임용이 예정돼 있다. 수사 실무 내규만 마련되면 즉시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공수처가 최근 거듭된 논란으로 수렁에 빠져 있는데, 이를 만회하기 위해 관심이 집중된 사건에 대해 성과를 내고 싶어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 검사 사건이 공수처의 ‘1호 사건’이 된다면 크게 논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성윤 황제 조사’ 의혹으로 공정성 논란이 촉발된 ‘김학의 사건’과 이 검사 사건이 무관한 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공수처가 ‘김학의 사건’과 무관한 사건을 ‘1호 수사’로 선정해야 공정성 논란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미 ‘김학의 사건’에서 공정성 부분이 훼손됐기 때문에 공수처는 관련 사건 전반에서 발을 빼는 게 맞다”며 “이 검사가 ‘김학의 사건’의 윗선까지 올라가는 중요 연결고리이기 때문에 이 검사에 대한 수사가 늦어질수록 진도가 안 나갈 가능성이 있어, 관련 사건을 이미 (김학의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에 넘기는 게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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