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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증시인물]착한 경영이 주가에 중요한 이유…남양유업 회장

이슬기 기자I 2020.05.09 07:00:00

홍원식 회장, 타사 비방 혐의로 경찰 입건
지속된 경영 리스크에 주가 수 년 째 하락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남양이 남양했다.”

최근 경쟁사에 대한 조직적 비방 댓글 작업을 한 정황이 포착된 남양유업에 대한 많은 소비자의 반응이다. 남양의 떨어진 브랜드 이미지와 주가의 방향은 꼭 같은 모습이다. 이번 주 증시인물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을 통해 돌아본다.

9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번 주 남양유업은 전주 대비 0.78% 떨어진 31만 8500원에 장을 마쳤다. 복수의 매체에 따르면 이번 주 남양유업은 경쟁사를 비방하는 글을 인터넷에 지속적으로 올린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고 알려졌다. 비방글의 내용은 한 우유업체에 원유를 납품하는 유기농 목장이 지역에 있는데 인근에 원자력발전소가 있어 방사능 유출 영향이 있으리라는 것이었다. 경찰은 남양유업 그룹 차원의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홍원식 회장을 비롯해 관계자들까지 모두 7명을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경찰은 현재 홍원식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양유업이 발표한 사과문은 기름의 불을 부은 격이었다. 남양유업은 “경쟁 업체의 목장이 원전 4km 근처에 위치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실무자의 판단이었을 뿐 그룹 차원의 움직임은 아니었다고도 부인했다. 이번 한 주 남양유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슈가 대두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주가는 나름 버틴 셈이다.

그러나 남양유업의 장기적 주가 추이를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남양유업의 주가는 2013년 이후 줄곧 내리막이기 때문이다. 2013년 한때 주당 100만원을 넘겼을 정도로 탄탄하던 남양주가는 주가가 꾸준하게 내리며 현재 30만원선을 유지 중이다. 2013년 투자한 주주라면 현재 주식가치가 3분의 1 토막 나 있는 것이다.

이는 남양유업의 경영리스크가 이 무렵부터 불거진 탓이다. 앞서 남양유업은 2013년 지역 대리점에 물건을 밀어내기(강매)를 한다는 문제가 밝혀진 바 있다. 해당 파문 이후 남양유업은 항의에 가담한 대리점주에게 사과는커녕 반대로 보복성 계약해지를 한 것으로도 드러나기까지 했다. 이 이후 소비자들은 남양유업을 소비하지 않는 불매 운동에 나섰고, 2012년 1조원이 넘는 매출을 냈던 남양유업은 이듬해 적자전환이라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남양유업은 제품에 남양 로고를 숨기는 등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소비자는 그럴 때마다 ‘이 제품은 남양 것’이라고 찾아내며 불매운동을 이어가는 실정이다.

증권가에선 남양유업이야말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한 사례라고 지적한다. ‘착한 경영’이라고 하면 도덕적 얘기 같고 고루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착한 경영을 하지 않으면 주가가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불미스러운 일로 입건된 홍원식 회장. 주주들은 이번 계기를 통해 착하지 않은 경영이 미칠 경제적 영향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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