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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국민보건과 담배규제

최은영 기자I 2019.12.04 05:00:00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보건복지부는 지난 10월 말 모든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미국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폐 손상 사례가 계속 확대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폐 손상 의심사례가 최초로 보고됐다는 이유에서다. 정부의 발표이후 국내 모든 편의점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의 판매가 중단됐다.

모든 액상형 전자담배의 사용중단을 권고한 우리 정부의 조치는 사망자를 포함한 2000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한 미국에서 보다 강력한 것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초기에는 모든 액상형 전자담배의 사용 중단을 권고했으나 질병관리센터가 모든 환자를 연결시킬 수 있는 가장 현저한(prominent) 제품은 마리화나인 THC임을 밝혀낸 후인 10월 초에는 THC를 액상으로 하는 액상형 전자담배의 사용을 중단하되 다른 액상형은 자제하라는 경고로 변경했다.

마리화나를 마약으로 분류해 강력히 규제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미국과 같은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전자담배가 상용화한지 10여년이 넘었지만 미국과 같은 폐질환 사례는 미국에서만 발생하고 있고, 대부분의 환자들이 (불법으로 유통되는) THC를 사용한 경우이다. 폐질환 발생이후 미국에서는 합법 THC 판매가 늘고 있다. 다만 공항 밀반입이나 해외 직접구매를 통해 THC 카트리지가 들어오는 것을 막는 대책은 강화해야 한다.

미국은 담배 제품의 새로운 규제의 틀을 짜고 있다. 액상형을 포함한 모든 전자담배는 2020년 5월까지 FDA에 시판신청을 해야 한다. 현재까지 시판을 허가를 받은 제품은 ‘아이코스’와 ‘스누스’ 두 제품뿐이다.

미국의 사례는 우리나라도 시급히 담배제품에 대한 새로운 규제의 틀을 짜야 한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우리의 전자담배 시장은 무수히 많은 전자담배가 제조·수입되고 있으나 액상형은 ‘쥴’ 등 폐쇄형(CSV) 제품만 공식통계에 포함되는 등 관리체계가 허술하다. 현재의 미국 전자담배시장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담배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법률안의 연내 통과를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는 세계보건기구의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을 비준하였지만 담배제품 사업자의 포괄적인 정보제출 의무, 담배성분 측정 및 결과 보고, 담배위해성 연구결과의 규제정책 활용 측면에서는 FCTC가 권고하는 수준은 물론 FCTC를 비준하지 않은 미국에 비해서도 크게 못 치고 있다.

담배제품의 안전을 강화하는 법 개정과 함께 담배규제 정책의 기조를 금연 일변도 정책에서 벗어나 전자담배라는 혁신제품을 활용해 국민보건을 증진시키는 열린 정책기조로 전환하여야 한다.

우리 정부는 전자담배의 위해저감(harm reduction) 효과를 인정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미국 FDA는 작년 4월 아이코스의 미국 내 시판을 허용하면서 대부분의 독성물질이 궐련담배와 비교해 낮다고 발표했다. 10월에 발표된 세계보건기구(WHO) 연구그룹의 논의 결과도 궐련형 전자담배의 독성물질이 일반 담배와 비교해 대체적으로(largely) 적고 액상형은 경우에 따라서는 금연보조제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자담배의 위해감축 효과를 인정하는 등 합리적이면서도 강력한 규제 정책으로 미국과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은 영국의 경우 액상형 전자담배가 일반 궐련담배와 비교해 위해가 최소 95% 낮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영국공중보건청은 10월 말 금연을 할 수 없는 흡연자가 액상형 전자담배로 바꾸는 것을 권장하는 정책을 미국 사태에도 불구하고 지속한다는 발표를 했다. 다만 THC 제품은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미국 FDA는 2017년 기존의 가연성담배는 중독성을 줄이는데 집중하고 위해가 덜한 새로운 제품은 국민보건 증진 측면에서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쪽으로 담배정책의 틀을 바꾸었다.

우리나라도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새로운 틀 속에서 위해감축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된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전자담배 등 신제품을 금연할 수 없거나 원하지 않는 궐련담배 흡연자에게 대안으로 제시함으로써 국민건강을 증진시켜야 한다. 전 세계에서 6초마다 1명씩 궐련담배 흡연관련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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