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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대란 불보듯…고양시민 반발에 꼬이는 은평구 자원순환센터

김보경 기자I 2019.04.25 06:09:00

부지 인근 고양시민 은평뉴타운 주민들 반발
"주거밀집지역에 악취·교통혼잡 유발 우려"
완전지하화로 악취 차단…지상엔 편의시설
수거·운반차량도 분산…인접 고양시가 변수

서울시 은평구가 행정구역 경계의 고양시 방향으로 돌출된 진관동 76-20 일대에 광역자원순환센터 건립을 추진하면서 고양시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데일리 김보경 정재훈 기자] 서울 은평구의 재활용 폐기물 처리시설인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 설립이 가시화하고 있다. 내년 4월쯤 기본설계에 앞서 현재 지방행정연구원의 타당성조사가 진행 중이다. 투자심사가 남아있지만 큰 무리없이 통과할 것으로 은평구는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절차와 무관하게 센터가 들어설 인근 고양시와 은평구 주민들의 반발이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기피시설을 우리 집 근처에 짓지 말라는 이른바 님비(NIMBY)가 센터 설립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 못 지으면 `쓰레기 대란` 불 보듯

지난해 4월 중국 재활용쓰레기 수입금지 조치로 폐비닐·폐플라스틱 수거대란이 일어났을 때 은평구는 그 어느 지역보다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 폐기물처리시설 부족으로 자체 처리비율이 작년말 기준으로 37%에 불과한 은평구는 다른 지역에 있는 처리시설에 비용을 주고 폐기물을 처리해야 하는데, 당시엔 지자체마다 폐기물이 넘쳐나 쌓아둘 수밖에 없었다.

심각한 것은 이 같은 폐기물 대란이 일시적 문제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은평구는 자체 시설인 은평환경플랜트 외에 경기도 양주소각장과 수도권매립지에 생활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다. 양주소각장의 경우 폐기물 반입계약량을 점차 줄였고 앞으로는 은평구 생활폐기물 반입을 불허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 인천시는 2025년 수도권매립지 운영 종료를 선언한 상태다. 고양시에 있지만 은평구의 사용시설인 도내동 청소차고지·적환장에 대해서도 고양시가 이전 요구를 하고 있어 해가 갈수록 은평구의 폐기물을 처리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백지화 뒤집었다”…작년 9월 합의에 고양시민 더 반발

이렇다보니 은평구는 광역자원순환센터(재활용 폐기물 처리)를 세워 인근 자치구인 마포구(생활폐기물), 서대문구(음식물 쓰레기)와의 협력체계를 구축하려고 추진 중이다. 총 999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가는 자원순환센터는 오는 2023년 9월 완공을 목표로 은평구 진관동 76-20 일대 1만1000㎡ 부지에 지어질 예정이다. 하루 150t 분량의 생활폐기물과 대형폐기물을 처리할 계획이다.

지난 2013년부터 추진된 광역자원순환센터 건립사업은 2016년 은평구가 시설 건립 타당성조사와 기본계획 수립을 시작한 뒤부터 주민과의 갈등이 시작됐다. 은평뉴타운 주민들은 물론 지자체가 다른 고양시민들의 반발도 거센 상황이다.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는 인접 지축 주택단지와 약 350m, 은평뉴타운과 약 700m의 거리에 들어선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이재준 고양시장은 선거운동 당시 고양시민 피해를 우려해 광역자원순환센터 건립 백지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열린 갈등조정회의에서 양측은 광역자원순환센터를 다른 곳에 짓기 어렵다는 현실을 인지하고 더 이상 논의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런 사실이 최근 고양시민들에게 알려지면서 고양시와 이 시장을 향한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는 양상이다. 박종원 고양 삼송지구공동주택입주자대표연합회장은 “이재준 시장이 후보 시절에는 광역자원순환센터 건립 백지화를 주장하며 주민들 편을 들다가 당선 후 은평구와 합의한 것은 (당선을 위해) 시민들에게 거짓말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 건립 예정부지.(사진=정재훈기자)


◇두달간 주민설명회만 14번…은평구청장 “끝까지 설득할 것”

은평구는 광역자원순환센터 설립을 놓고 우려하는 인근 주민들에게 적극 설명하고 있다. 주민들은 악취와 수거차량 운행에 따른 교통 불편 등을 걱정하면서 주거밀집지역에 자원순환센터가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은평구에 따르면 시설은 완전지하에 배치돼 지상에서는 폐기물이 쌓여있는 모습을 볼 수 없고 지상에는 축구장, 배드민턴장, 족구장 등 생활체육시설이 설치될 예정이다. 은평구 관계자는 “완전지하화 시설이라 악취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데 효과적이며 시설 진·출입부에 이중 차단문, 스피드도어 , 에어커튼 등을 설치해 외부 유출을 한층 더 차단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시설 내부 악취방지시설 또한 비슷한 규모의 타 시설에 비해 두 배로 늘려 설치할 예정이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400~900t 규모의 서울시 광역소각장과 마포소각장도 주거지역과 700m 거리에 인접해 있고 강남·노원·양천소각장 역시 50~200m 거리에 있지만 주민 민원없이 잘 운영되고 있다”며 “그에 비해 광역자원센터와 주거지역과의 거리는 크게 걱정할 정도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교통량 증가 우려에 대해서도 하루 50대의 수거·운반차량을 운행하는데 차량 통행이 적은 새벽 0~6시에 운행할 예정이며 통일로뿐 아니라 주변 다른 도로로 분산 운행할 방침이다.

김 구청장은 지난 2월부터 진관동 은평뉴타운 단지를 돌며 14차례에 걸쳐 주민설명회를 열고 이런 사실을 알리고 있다. 주민들이 의혹을 갖고 있다면 설명하고 끝까지 설득하겠다는 각오다. 다만 고양시민들의 반발에 대해서는 이미 협의가 끝났고 행정절차에 문제가 없는만큼 은평구가 나서지는 않는 분위기다. 고양시 관계자는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 인근 고양시민들의 반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현 상황에서 고양시가 은평구의 적법한 행정을 반대할 근거가 없어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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