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 '오리지널'에 맹목적 추종 벗어나야

김민구 기자I 2015.01.29 06:00:01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 해외 뮤지컬의 내한 무대가 늘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가 이목을 집중시키더니 올봄에는 ‘캣츠’가, 이어서 소극장 뮤지컬로 인기를 누렸던 ‘헤드윅’과 국내 관객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던 ‘시카고’도 속속 내한공연을 준비중이다. 가히 명작 뮤지컬의 내한 러시라 부를 만하다.

흔히 접하는 용어 중에 ‘오리지널 뮤지컬’이라는 표현이 있다. 진짜와 가짜에 대한 집착이 유난히 강한 우리 소비문화가 투영된 것 같아 씁쓸하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이들 공연은 진짜 오리지널은 아니다. 공연에서 오리지널이란 표현은 처음 무대를 꾸미는 배우들이 등장하는 공연을 주로 지칭하기 때문이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 등 상업 뮤지컬이 발달한 시장에서는 유명 배우들이 오리지널 캐스트가 되기 위해 초기 개발단계 작품에 참여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그만큼 오리지널이라는 용어의 의미와 품격을 존중한다는 뜻이다.

무대에서 라이브로 극을 꾸미는 뮤지컬은 그 존재 양식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 가장 일반적인 분류는 수입과 창작이다. 공연 판권이나 공연권 귀속에 따라 국내와 국외를 나누는 것이다. 수입 뮤지컬은 다시 라이선스 뮤지컬과 투어 프로덕션로 나뉜다. 이는 또 번안과 각색의 과정을 거쳐 우리말을 하는 배우와 스탭들이 참여해 만드는 번안 뮤지컬과 배우와 스탭 등이 이동하며 공연을 꾸리는 내한 뮤지컬로 구분된다. 이에 따라 흔히 오리지널이라 부르는 공연들은 정확히 말하자면 ‘투어 프로덕션’이라 부르는 것이 맞다.

투어 프로덕션의 증가는 무대 기술 발달에 따른 경량화와 이동성 강화 그리고 아시아 시장의 경제적 수준 향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예전에는 큰 도시 대형 공연을 관광객들이 직접 찾아가 보는 것이 대부분이었다면 지금은 관객이 있는 곳이라면 어느 곳이든 무대가 찾아간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를 찾는 대다수 투어 프로덕션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홍콩이나 싱가포르, 중국, 일본 등을 일정기간 동안 순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옛날 유랑극단의 현대적 적용이라 부를만하다.

오리지널에 대한 집착이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한다. 마케팅 수사에 불과한 표현을 과도하게 내세워 ‘명품’이나 ‘고급’ 이미지를 얻으려하는 얕은 꼼수들이 그렇다. 프랑스어가 원작인 작품의 영어 프로덕션에도 오리지널이란 용어를 붙여 관객들을 현혹시킨다. 외국어로 말하면 뭔가 있어보인다는 사대주의적 사고에 언론도 함께 굿판을 벌인다. 애쓴다는 생각도 들지만, 솔직히 말하면 코미디에 다름 아니다.

정체모를 오리지널에 대한 집착은 오리지널에 대한 홀대로 이어지기도 한다. 자신만의 해석으로 새로운 캐릭터를 창출하기보다 이미 유명해진 작품에서 남이 만들어놓은 이미지를 빌려 입는 수준에 만족하는 스타급 배우들이 그렇다. 자신이 가진 능력을 제대로 활용해보지 않는 것에 대한 예술가로서의 모멸감을 왜 느끼지 못하는지 신기할 정도다.

비단 뮤지컬만의 사정일까.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허울 좋은 ‘오리지널’에 따라 춤추는 우스꽝스런 모습을 자주 만나게 된다. 내실을 다지지 않고 겉모습에만 집착한다면 그저 ‘빛 좋은 개살구’ 신세가 되기 십상이다. 한 번쯤 곱씹어봐야할 21세기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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