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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인하 멀어지는데…ECB 먼저 '피벗'할까[글로벌포커스]

양지윤 기자I 2024.04.13 08:00:15

ECB, 기준금리 5회 연속 동결
라가르드 총재 "주요금리, 디스인플레이션 기여"
6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모락모락
美 끈적한 고물가…ECB "연준보다 데이터 의존"
환율·금리 파급력…ECB, 연준 통화정책 무시하기 어려워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5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이르면 6월 피벗(통화정책 전환) 가능성을 열어둬 관심이 쏠린다. 미국의 고물가는 여전히 끈적한 반면 유럽은 둔화 조짐을 보이면서 이르면 6월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어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예상 시점은 기존 6월에서 9월로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ECB가 먼저 피벗에 나설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로화가 달러화 대비 약세가 짙어지면, 물가가 다시 오르는 만큼 연준의 금리정책에서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없다는 얘기다.

13일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 10일(현지시간) ECB는 통화정책이사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수준(연 4.50%)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0월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한 후 5회 연속 동결을 결정했다.

(사진=AFP)
ECB는 통화정책결정문 성명에서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목표치에 수렴한다는 확신이 강해진다면 현재의 긴축적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게 적절할 것이다”이라며 “주요 금리가 현재 진행 중인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 둔화)에 상당히 기여한다”고 평가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번 회의에서도 일부 이사들이 금리 인하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ECB가 사실상 6월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라가르드 총재가 “대부분의 위원들은 더 많은 데이터를 보고 싶어했다”고 전하는 등 이전보다 회의에서 오간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앞서 3월 ECB 회의에서는 경제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향후 입수되는 경제지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조심스러웠던 행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특히 ECB는 피벗이 연준의 금리정책에 의존적이지 않다며 선을 그은 부분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연준에 앞서 CEB가 금리를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미국은 매우 큰 시장이고 금융의 중심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모든 일이 우리 예측에 포함될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연준이 아닌 데이터에 의존한다”고 강조했다.

월가에서는 ECB가 연준을 제치고 공격적인 금리 인하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ECB가 연준보다 먼저 금리를 내리면 상대적으로 낮은 유럽 금리는 달러 대비 유로화의 매력을 떨어뜨려 유로화 약세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또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채권금리도 미국 채권금리를 밑돌게 된다. 유로존과 미국의 금리 격차로 자금이 유로존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로이터통신은 ECB가 연준의 금리인하 경로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보다 유로존의 금리가 낮으면 유로화 환율이 하락, 원유 등 미국 달러로 가격이 책정된 일부 상품의 가격이 수급과 무관하게 기계적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더구나 연준의 경우 ‘라스트 마일’(Last mile·목표에 이르기 전 마지막 구간)을 앞두고 고물가가 고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ECB가 인플레이션 압력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힘든 구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선진국 중앙은행은 세계 경제와 글로벌 자산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연준의 결정을 추종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연준의 움직임이 느려진다는 것은 다른 중앙은행도 더 느리게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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