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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칼럼] 통증을 무심코 넘겨서는 안되는 이유가 있네요?

이순용 기자I 2024.03.25 07:03:23

경희대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김형석 교수, 마비 유발 시, ‘자극’을 통한 재교육 필요해

[경희대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김형석 교수]앉아있는 시간이 많은 현대인은 허리와 목, 어깨 통증을 주로 호소한다. 허리와 목, 어깨 등의 부위에 몸의 무게가 그대로 반영되어 무리가 오기 때문이다. 환자에게 가장 먼저 건네는 질문은 생활습관이다. 밤에 잠은 잘 자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일하면서 어떤 스트레스를 받는지 등 환자가 평소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먼저 파악하는 것이다. 우리 몸은 굉장히 복잡하고 세심하게 연결돼 있으므로 몸의 통증이 오직 몸의 문제로 인해서만 발현되지는 않는다. 마음의 문제도 몸의 통증으로 발현될 수 있다.

스트레스는 마음에만 남는 게 아니라 몸에도 남는다. 근육과 소화기 등에 남은 스트레스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부단히 움직여야 한다. 운동이 필요한 이유다. 부족한 운동량
경희대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김형석 교수
은 근골격계를 약하게 만들고, 스트레스에 한없이 취약한 몸의 상태를 만드는 악순환을 유발할 수 있다.

상태가 지속되다 보면 일상 속의 작은 움직임, 예를 들어 휴지를 잡기 위해 허리를 굽히는 행동 등에서도 큰 자극을 받아 갑자기 근육이 놀라기도 한다. 통증을 느낀다면, 그나마 우리 몸이 적절한 신호를 보내고 있는 순간이다. 통증이 아닌 마비로 발전되면 몸이 보내는 신호조차 감지할 수 없으므로 더 세심한 움직임이 필요하다.

편마비를 동반하는 질환에는 대표적으로 뇌졸중이 있다. 한의학에서는 뇌졸중을 중풍(中風)이라고 일컫는다. 중풍이 무서운 이유는 운동장애 때문이다. 뇌의 어느 부위가 얼마만큼 손상됐는지에 따라 세부적인 증상이 다르게 나타나지만, 대표적으로 △한쪽 팔 다리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거나 △얼굴이 한쪽으로 일그러지거나 △심한 어지럼증이나 두통에 시달릴 수 있다.

뇌졸중 환자에게 재활이 필요한 이유는 뇌신경에서 근육으로 신호를 보내는 길이 막혀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재활을 통해 근육을 자극하고 손상된 뇌신경 주위의 다른 신경을 교육한다. 즉, 근육의 재교육을 통해 뇌신경 재교육까지 시도하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침, 뜸, 부항, 침전기자극술, 도인운동요법, 약침요법, 한약 등을 통해 뇌에 자극을 준다. 혈자리에 침을 놓음으로써 뇌신경을 더욱 효과적으로 자극하고, 혈자리에 침을 놓은 상태로 일정한 운동을 하는 동작침법을 통해 마비된 신체의 재활을 돕는다.

뇌졸중 회복은 발병 이후 3개월, 길게는 6개월 이내에 가장 활발히 진행된다. 회복의 골든타임인 셈이다. 회복의 창이 활짝 열려있을 때 한방치료로 머리·팔·다리 경혈에 새로운 자극을 주고, 한약으로 몸 상태를 좋게 함으로써 스스로 보유한 회복력을 최대한 끌어올린다면, 만성기에도 회복의 속도를 높일 수 있다.

통증과 마비는 움직임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하지만 반대로, 움직임이 너무 과해 통증이 유발되기도 한다. 무리한 운동이 그 예다. 최근 ‘좋은 몸’에 대한 강한 욕구로 인해 젊은 남녀 사이에서 운동 열풍이 불고 있다. 이러한 영향 때문인지 한방재활의학과에 내원하는 환자 중에도 과도한 운동으로 여러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통증이 지속되지 않고 일회성으로 나타나면, 그 정도가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시간이 흐르면 괜찮아지겠지’라며 무심코 방치하기도 한다. 하지만, 통증은 몸에서 보내는 신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를 외면하고 무리하게 운동을 지속할 경우, 고질적인 통증에 빠질 수도 있다. 엑스레이 및 MRI 검사에서는 큰 이상이 없지만, 본인은 지속적으로 고통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자기 몸에 맞는 운동을 적지도 과하지도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통증에 대한 진료는 쉽지 않다. 통증을 객관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지표가 없기 때문이다. 오직 자신만이 느끼는 게 통증이므로 의료진에게 의지하는 것도 좋지만 그 전에 몸에서 보내는 신호를 잘 감지해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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