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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딘 "예능만? 웬만한 래퍼들보다 작업물 많아"[김현식의 힙합은 멋져](인터뷰②)

김현식 기자I 2023.07.24 11:31:00

2번째 주인공 딘딘

(사진=이영훈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어느새 힙합은 안 멋져’라는 노래 가사가 힙합씬을 대변하고 있는 시대. 힙합의 멋을 다시 알리고자 기획한 인터뷰 코너입니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편집자 주>

“많은 분이 ‘딘딘 예능인 아니야?’라고 하시는데 웬만한 래퍼분들 보다 제가 작업물이 더 많아요.”

최근 새 소속사인 슈퍼벨컴퍼니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한 래퍼 딘딘(DinDin·본명 임철)은 지난 10년간 쌓은 디스코 그라피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며 이 같이 말했다.

딘딘은 타고난 예능감을 바탕으로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꾸준히 활약해왔다. 현재 KBS 2TV ‘1박 2일’을 비롯해 SBS ‘미운우리새끼’,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유튜브 콘텐츠 ‘어나더클라스 3’ 등을 통해 끼를 펼치고 있으며 SBS 파워FM ‘딘딘의 뮤직하이’ DJ도 맡고 있다.

예능 분야에서의 존재감이 워낙 강렬한 터라 그간 음악 분야에서 이어온 노력이 빛을 덜 본 측면이 있다. 딘딘의 말대로 ‘딘딘 예능인 아니야?’라는 반응이 종종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 당장 음악 플랫폼에 딘딘의 이름을 쳐보면 그런 반응이 잘못된 편견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딘딘의 음악 활동은 지난 10년 동안 단 한 해도 멈춘 적이 없다. 피처링 참여곡을 포함해 딘딘이 그간 선보인 곡은 100여곡이 넘는다. 20대 끝자락이던 2019년에 낸 정규 1집 ‘굿바이 마이 트웬티즈’(Goodbye My Twenties)는 무려 20개의 트랙으로 꽉 채웠다.

“음악을 일상처럼 해왔어요. 멜로디가 떠오르면 음성 메모를 해놓고, 그 중 괜찮은 게 있으면 작업실에 가서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하는 식으로요. 그렇게 살다 보니 많은 곡이 쌓였고 어느 순간부터는 어디에 견주어도 뒤떨어지지 않는 퀄리티의 음악이라는 자부심도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예능인 아냐?’ 같은 말을 들어도 별로 기분이 나쁘지 않아요. 그래서 그냥 웃으면서 넘기죠. 스스로 떳떳하니까요.”

(사진=이영훈 기자)
딘딘은 릴웨인, 티페인, 티아이 등 미국의 랩스타들을 동경하며 래퍼의 꿈을 키웠다. 캐나다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왔을 땐 친구들과 린킨 파크를 롤모델로 삼은 밴드를 결성해 홍대씬 공연장에서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그의 인생을 바꾼 건 군대 전역 후 참가한 ‘쇼미더머니2’. 이전까지 힙합씬에서 이름이 알려진 적 없는 ‘아마추어 래퍼’였던 딘딘은 쟁쟁한 참가자들을 제치고 준결승까지 진출하는 파란을 일으키며 대중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군대 안에서 ‘쇼미더머니1’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한 번 나가볼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전역하고 나서 한 달 뒤에 풋내기의 모습으로 ‘쇼미더머니2’에 참가했던 건데 예상보다 좋은 성과를 거두게 됐죠.”

딘딘은 ‘쇼미더머니2’에서 자신이 속한 D.O 크루를 이끌던 이현도와 손잡고 정식으로 음악 활동을 시작한 뒤로 실력 향상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활동 초기엔 ‘랩 실력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잘 들리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다른 래퍼들과 실력적인 부분에 있어 격차가 크다는 걸 깨닫고, ‘어떻게 해야 나만의 색깔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음악을 해나갔죠.”

(사진=이영훈 기자)
딘딘은 이제 딕션과 전달력, 그리고 가사의 스토리텔링과 구성이 좋은 래퍼라는 평가를 받는다.

“현도 형이 ‘네가 쓴 가사는 중구난방이야’라고 지적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을 때 스토리텔링이 느껴져야 한다’는 조언을 해주시곤 했는데 결과적으로 그게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구성적 측면에 중점을 두다 보니 랩에 굳이 욕을 넣을 필요도 없어지더라고요.”

여러 힙합 뮤지션들이 그렇듯이 딘딘 또한 자신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예전엔 힙합만 편애했고, 다른 음악 장르를 그렇게 존중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런 마인드를 가지고 음악을 하는 게 우물 안 개구리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현도 형을 만나면서 음악의 폭을 넓힌 측면도 있고요. 요즘은 크게 봤을 때 남녀노소 모두가 듣기 좋은 음악을 만드는 걸 목표로 두고 작업을 하고 있어요. 곡 쓸 때 랩 메이킹이 타이트하다 싶으면 오히려 걷어내고 쉽게 들을 수 있도록 바꾸는 편이고요.”

발표곡 중 힙합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었지만, 힙합을 향한 애정은 아직 식지 않았다. 딘딘은 “요즘도 한국 힙합 신보가 나오면 다 들어보고 인스타그램 둘러보기 기능에 래퍼가 뜨면 관련 정보를 찾아보기도 한다. 이상하게 자꾸 힙합만 보면 지금도 손이 간다”며 웃어 보였다.

“힙합씬에 건실한 청년들도 많은데 모든 래퍼가 멋지지 않은 사람으로 비치는 게 아쉽긴 해요. 열심히 음악 하는 친구들도 정말 많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인터뷰③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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