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목멱칼럼]예금보호한도를 높여야 하는 이유

서대웅 기자I 2023.07.18 06:15:00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최근 새마을금고의 건전성 우려가 확산되며 대규모 예금인출사태(뱅크런)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올해 들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의 뱅크런 발생 등 국내외로 예금 안전성 문제가 금융시장의 주요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수시입출금이 자유로운 요구불예금 계약은 우선 지급기준으로 예금 규모 및 최초 가입 시점이 아닌 예금인출의 선착순 지급을 원칙으로 한다. 먼저 인출을 요구한 예금소비자에게 먼저 지급하는 계약이라는 의미다. 따라서 은행의 대출 부실화 또는 건전성 악화는 예금자의 불안 심리를 가져옴으로써 뱅크런을 유발하는 구조적 문제를 초래한다.

이러한 요구불예금의 구조적 문제점을 고려해 주요국들은 예금보험제도를 운영하고, 대체로 요구불예금 외에도 저축성 예·적금 상품도 보험대상에 포함한다. 예금보험제도는 소액예금자를 보호하고 신용 불안을 초래하는 뱅크런을 예방한다. 또 금융기관별 예금지급 가능성의 차이에 의존하지 않고 상품의 질에 따라 공정 경쟁할 수 있도록 시장 여건을 조성한다.

현재 국내 예금보험제도의 보호한도는 5000만원인데 지난 2001년 이후 변화가 없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보호한도를 증액해온 미국(25만 달러), EU(10만 유로), 일본(1000만엔) 등과는 다른 모습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예금 보호한도 증액이 심도 있게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예금 보호한도 증액의 부작용을 지적하기도 한다. 예금 보호한도 상향에 따른 은행권의 보험료 인상이 자칫 금융소비자에 대한 비용 전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저축은행 등 일부 금융기관으로의 자금 쏠림현상을 초래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그럼에도 예금보호한도 상향조정이 가져올 다음의 순기능을 감안하면 일부에서 지적하는 부작용은 크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긍정적 측면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예금보호한도 상향조정은 은행의 건전성 및 수익성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 낮은 예금보호한도는 수신유치 경쟁을 일으켜 높은 예금금리 제공으로 인한 은행의 자금조달비용 상승을 초래하고, 높은 수익창출을 위해 위험 차주에 대한 대출을 증가시킨다. 이는 연체 증가 등 대출부실로 이어져 은행의 위험관리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 하지만 예금보호한도의 상향조정은 수신 증가로 인한 이자이익 증대를 가져오고, 은행권 예금 집중으로 인해 과열된 금리경쟁을 완화해 은행의 조달비용과 대손충당금 등의 위험관리비용을 줄일 수 있다.

둘째 제2금융권의 건전성 제고 및 양질의 금융상품 출시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예금보호한도 상향조정은 시중은행과 예금 유치 경쟁과정에서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예·적금 금리를 제공하는 저축은행의 조달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 낮은 조달비용은 위험 차주에 대한 저축은행의 위험감수 경향을 완화해 건전성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다. 금리경쟁 위주의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예금상품 영업전략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금리경쟁 완화로 인해 제2금융권은 가격경쟁보다는 소비자의 편의성 및 수요에 부합하는 맞춤형 상품 출시에 주력할 가능성이 있다.

셋째 예금보험한도의 상향조정이 금융기관의 위험감수라는 도덕적 해이를 초래하고, 인상된 예금보험료의 소비자 비용 전가로 이어진다고 예상하는 것은 쉽지 않다. 미국 은행을 대상으로 분석이 이루어진 학계 연구논문을 인용하면, 금융당국의 엄정한 자본 및 유동성 규제가 존재할 경우 예금보호한도 증액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의 위험감수 경향은 나타나지 않았다.

앞서 언급했듯, 예금보호한도 증액은 저축률 제고 등 은행권으로의 자금이동을 증대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는 자연스럽게 은행 및 저축은행의 수신증가에 따른 이자이익 증가를 가져올 것이다. 따라서 반드시 예금보험료 인상분 보전을 위해 은행이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할 것이란 주장도 설득력을 잃는다. 더욱이 최근 은행 과점해소를 위한 예대마진 공시 등 금융당국의 은행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구체화하고 있다. 자칫 은행에 대한 평판 위험을 증대시키면서 은행이 소비자에 대한 예금보험료 인상분을 전가할 것으로 단언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예금보호한도 상향조정은 금융시장의 안정, 예금소비자 보호, 은행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정책 현안이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