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의 전쟁’ 22억원 잭팟 터뜨린 이민지…“어릴 적 꿈 이뤘다”(종합)

주미희 기자I 2022.06.06 19:10:18

US여자오픈 최종 13언더파 271타 최소타 정상
지난해 에비앙 챔피언십 이어 메이저 2승째
우승상금 180만달러 '잭팟'..시즌 상금 1위
통산상금도 1000만달러 돌파..역대 22번째
호주 선수로는 카리 웹 이어 21년 만에 우승
최혜진 3위, 고진영 공동 4위, 김세영 14위

이민지가 6일 열린 여자 골프 메이저 대회 US 여자오픈 정상에 오른 뒤 우승 트로피를 들고 미소짓고 있다.(사진=AFPBBNews/Getty Images)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엄청난 우승 상금의 첫 번째 주인공이 돼 정말 영광이다. 여자 골프는 앞으로 점점 더 발전할 것이다.”

호주 교포 2세 이민지(26·하나금융그룹)가 역대 최다 상금을 내걸고 치러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 US여자오픈(총상금 1000만달러)에서 우승한 뒤 이렇게 말했다.

이민지는 6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서던파인스의 파인니들스 롯지앤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이븐파 71타를 쳐 최종합계 13언더파 271타로 정상에 서며, 우승 상금 180만 달러(약 22억원5000만원)를 손에 넣었다.

이번 대회는 총상금 1000만 달러로 LPGA 투어 역사상 가장 많은 상금이 걸렸다. 이민지는 우승으로 180만 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시즌 총상금을 262만5849달러(약 32억8000만원)로 늘리면서 상금랭킹 1위에 올랐고, 통산 상금을 1102만9057달러(약 138억원)로 늘려 LPGA 투어 사상 22번째 1000만달러 돌파에 성공했다.

제77회 US 여자오픈 정상에 오른 이민지(사진=AFPBBNews/Getty Images)
감정 기복 없는 차분함…경기는 공격적으로

3라운드까지 200타를 쳐 US여자오픈 역대 54홀 최소타 신기록을 세운 이민지는 이날 71타를 치면서 1996년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1999년 줄리 잉스터(미국), 2015년 전인지(28)가 작성한 US여자오픈 기존 72홀 최소타 우승 기록(272타)마저 갈아엎었다.

또 호주 선수로는 2001년 카리 웹(호주) 이후 21년 만에 US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

1996년 호주 퍼스에서 태어난 이민지는 프로골퍼를 꿈꿨던 어머니에게 골프를 배웠다. 호주에서 4년 동안 국가대표로 활동했고, 16세이던 2012년 US 여자 주니어 챔피언십을 제패했다. 2014년에는 호주여자오픈에서 2연패하며 아마추어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를 꿰찼다. 당시 아마추어 세계랭킹 1위였던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먼저 프로로 전향한 뒤였다.

이듬해인 2015년 프로로 전향한 이민지는 LPGA 투어로 데뷔해 첫해 킹스밀 챔피언십에서 프로 첫 승을 올렸다. 이후 2016년 롯데 챔피언십, 2018년 볼빅 챔피언십, 2019년 휴젤 LA오픈에서 1승씩을 쌓았고 지난해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자신의 첫 번째 메이저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올해는 지난 5월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에서 시즌 첫 승을 신고한 이민지는 이번 대회에서 시즌 2승이자 두 번째 메이저 우승을 차지하며 통산 8승을 달성했다.

이민지의 어머니 이성민 씨는 1990년대 초 KLPGA 투어의 프로테스트 1차를 통과했지만 호주 퍼스로 이민을 가 프로 자격을 따지 못했다. 그 꿈을 딸에게 물려줬다. DP월드투어(옛 유러피언투어)에서 활동 중인 이민우(24)가 이민지의 남동생이다.

이민지는 270야드가 넘나드는 장타를 치면서 정교한 아이언 샷과 퍼트를 모두 갖췄다. 이번 시즌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는 271.77야드(21위), 그린적중률 74.21%(10위), 온 그린 시 평균 퍼트 수 1.72타(5위)를 기록 중이다.

경기 중엔 감정 기복이 심하지 않고 과감하면서 침착함을 유지한다. 어머니 이씨는 “성적이 좋든 나쁘든 감정의 기복이 심하지 않다. 아무리 성적이 나쁘다고 해도 화를 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3타 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이민지는 1번과 2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낚으며 기분 좋은 출발을 시작했다. 이후 5번(파3)과 7번홀(파4)에서 보기를 하며 잠시 주춤했으나 순위 변화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12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다시 여유를 찾은 이민지는 15번홀(파5)에서 또 하나의 버디를 추가하며 2위 하리가에와 타수 차를 6타로 벌려 사실상 우승을 예고했다.

이민지는 경기 중 이렇게 긴장한 적은 없었다며 “3타 차로 앞서고 있어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초반부터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려던 전략이 제대로 먹혔다”며 “어렸을 때부터 꼭 우승하고 싶었던 US여자오픈 정상에 오르다니 대단한 일을 해낸 것 같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미나 하리가에가 US 여자오픈 최종 라운드 18번홀에서 홀아웃하고 갤러리들의 환호에 화답하고 있다.(사진=AFPBBNews/Getty Images)
최다 상금 US 여자오픈…준우승도 약 14억원

올해부터 상금이 약 2배 증액된 US여자오픈은 우승자에게 180만 달러가 주어졌으며 준우승인 미나 하리가에(미국)도 108만 달러(약 13억5000만원)의 상금을 획득했다. 일반 LPGA 투어 우승자가 받는 상금보다 훨씬 큰 준우승 상금이 걸려있다는 걸 안 하리가에는 “마지막 몇 개 홀에서는 배가 아플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하리가에는 1타를 잃었지만 합계 9언더파 275타로 준우승을 지켰다.

2017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출전한 US여자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던 최혜진(23)은 이번 대회에서 최종합계 7언더파 277타를 쳐 3위에 올랐다. 최근 3개 대회 연속 톱10이자 시즌 6번째, 4월 롯데 챔피언십 단독 3위에 이어 시즌 최고 성적과는 타이를 이뤘다. 뿐만 아니라 상금도 68만5043 달러(약 8억5000만원)를 받았다.

합계 6언더파 278타를 적어내 4위에 오른 세계 랭킹 1위 고진영(27)의 상금은 48만225 달러(약 6억원)다. 5위 리디아 고(뉴질랜드·5언더파 279타)는 상금 39만9982 달러(약 5억원)를 수령했다.

US 여자오픈 1~5위가 올 시즌 LPGA 투어 상금 순위 1~5위를 점령했다. US 여자오픈 챔피언인 이민지(262만5849 달러)가 2위 하리가에에 2배 가량 앞선 압도적인 상금 랭킹 1위를 달렸다. 올 시즌 116만4721 달러(약 14억5000만원)를 벌어 상금 순위 2위에 오른 하리가에는 이전 10개 대회에서는 8만4721 달러(약 1억원)를 버는 데 그쳤다. 그러나 US 여자오픈 준우승 한 방으로 이전까지 획득한 금액의 약 14배가 넘는 상금을 벌어들였다.

최혜진(110만4200 달러, 약 13억8000만원), 고진영(100만2252 달러, 약 12억5000만원), 리디아 고(97만7538 달러, 약 12억2000만원)가 뒤를 이었다.

이민지는 여자 골프 상금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에 대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US 여자오픈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점점 나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왼팔 혈전증 수술 후 복귀한 세계 랭킹 2위 넬리 코다(미국)는 공동 8위(2언더파 282타)로 복귀전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김세영(29) 14위(이븐파 284타), 전인지(28) 공동 15위(2오버파 286타)로 대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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