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등 사각지대 최소화…4차 지원금 추경 '12조 vs 20조' 당정 줄다리기

이명철 기자I 2021.02.23 00:00:00

당정, 28일까지 추경안 합의…다음주 국회 제출 예정
소상공인 대상 넓히고 저소득층·고용취약계층 등 지원
적자국채로 재원 조달 불가피 “지출 구조조정 병행해야”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이정현 원다연 기자] 정부가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다음주 최종 확정한다. 소상공인과 취약계층 등 코로나19 3차 확산 피해 계층을 두텁게 지원하는 ‘선별지원 강화’로 방향을 잡은 가운데 추경 규모를 놓고 당정간 막판 조율작업이 진행 중이다. 정부는 12조원 안팎의 추경안을 제시한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지원대상을 넓히기 위해 추경 규모가 20조원대는 돼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렸다.

이낙연(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차 추경, 코로나·고용·방역 대책 다 담긴다

22일 국회와 정부에 따르면 당정은 이번 주말까지 추경안을 확정하고 다음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다음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정은 넓고 두텁게 4차 재난지원금을 지원하기 위해 추경안을 28일까지 합의하겠다”고 밝혔다.

추경안에는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 회복과 고용취약계층 지원, 백신 구매비용 등 다양한 사업들을 포함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코로나 피해지원, 고용대책, 방역지원을 주내용으로 하는 1차 추경안을 다음주 국회 제출할 수 있도록 준비해달라”고 주문했다.

4차 재난지원금은 소상공인의 매출 감소율에 따라 정액으로 차등 지급하고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방안으로 가닥이 잡혔다.

지난 2~3차 재난지원금은 영업금지·제한 조치를 받은 업종은 최대 300만원, 일반 업종은 매출 감소 확인 시 100만원을 지급한 바 있다. 일반업종의 지원금 지급 기준은 기존 4억원 이하에서 10억원 이하로 확대할 게 확실시된다. 매출 감소 여부를 따져봐야 하지만 이렇게 되면 자영업자의 95% 가량이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정부는 추정하고 있다.

저소득층이나 1인가구 등이 소외됐다는 지적에 이들을 위한 대책도 보강할 예정이다. 지원 사각지대로는 코로나19 사태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하위 20% 가량인 저소득층이나 1인가구, 휴업 또는 폐업한 자영업자 등이 꼽힌다.

2~3차 재난지원금 지급에서 제외했던 5~9인 개인사업체와 법인소상공인을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명이 여러개의 업체를 운영해도 지원금은 한차례만 받는 문제도 해결과제로 꼽힌다.

극심한 부진을 겪은 고용 시장 대책도 관심사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프리랜서 등 고용취약계층 대상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이나 정부가 휴업·휴직수당 일부를 지급하는 고용유지지원금 확대도 거론되고 있다.

그간 재난지원금 지급에서 배제됐던 분야에서도 정부 지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지난해 자연재해로 막대한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고 코로나19 여파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 농업인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연극협회는 극단 공동 호소문을 발표하고 “사회 안전망에서 제외된 예술단체의 위기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며 “재난지원에 예술단체가 포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세종-서울간 화상으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소상공인 최대 900만원? 당정청 조율 남아

당정간에 소상공인 지원 금액 등에 대해 이견이 커 추경 규모는 아직까지 확정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여당에서는 소상공인 지원 금액을 최대 900만원까지 지급하고 소득 하위 40% 등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금을 일괄 지급하는 방안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의 요구가 관철되면 추경 규모는 1차 재난지원금 당시(14조2000억원)를 넘어서는 2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기재부는 여당에 12조원 안팎의 추경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져 입장차를 줄이기 위한 치열한 논의가 예상된다. 다만 2·3차(7조8000억원·9조3000억원) 재난지원금 때보다 규모가 커질 것은 확실하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더 두텁고 넓게 사각지대 없이 충분히’라는 원칙에서 당정청간 협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2~3차 (재난지원금) 보다 훨씬 규모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추경 재원은 상당부분 적자국채 발행으로 충당할 것으로 보인다. 2021년도 예산을 집행한지 얼마 안 돼 기존 사업 구조조정이 쉽지 않고 예비비도 넉넉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예산에서 남은 금액인 세계잉여금 중 추경에 사용할 수 있는 일반회계 5조7000억원이 있지만 최종 결산 전이어서 3월 활용이 어렵다.

추경 편성을 위해 적자국채를 20조원 발행한다면 올해말 국가채무는 기존 956조원에서 976조원으로 증가하게 된다. 국내총생산(GDP)대비 비율은 47.3%에서 48.3%로 오르면서 재정 악화 속도는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되면 경기 진작을 위한 전국민 위로금 형태의 재난지원금 지급이 거론돼 추가 재정 지출 소요가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홍우형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 위로금을 지급한다고 해도 세금이기 때문에 결국에는 (국민이) 갚아야 할 돈이고 경기 진작의 효과가 뚜렷하게 증명되지도 않았다”며 “추경 편성을 위해 빚을 내기보다는 의무지출을 줄이는 등 (기존 예산을) 구조조정하는 방향으로 재원 조달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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