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 면한 국민연금 '언택트 3대장' 덕 봤네

박정수 기자I 2020.07.10 02:00:00

국민연금 5% 이상 보유한 상장사 지분가치 124조
연초 이후 2조 느는데 그쳐…코로나19로 증시 출렁
언택트 3대장 덕에 손실 면해…지분가치 상승 5조 달해
제약·화학株 담고 식료품·항공株 빼고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국민연금기금(이하 국민연금)이 올해 언택트(비대면) 관련 종목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언택트 3대장이라 불리는 네이버(NAVER(035420))와 카카오(035720), 엔씨소프트(036570)의 지분가치 상승만 5조원에 가깝다. 국민연금이 올해 5% 이상 투자한 기업들의 지분가치가 2조원 증가하는데 그친 점을 고려하면 언택트 3대장 덕에 지분가치 손실은 면한 셈이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 언택트 3대장 덕에 손실 면한 국민연금

9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323개사 지분가치는 총 124조348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말 121조8524억원(328개)과 비교하면 2조4957억원어치 늘었다. 2분기 이후로만 따지면 지분가치가 100조4475억원(3월 31일)에서 24조원 가까이 증가했으나, 1분기에 감소한 영향이 컸다.

이는 코스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1분기에 급락했기 때문이다. 연초 세계 경기 회복 기대감에 2260선(1월 22일 2267.25)을 넘어섰던 코스피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본격적인 하향 곡선을 그리며 1450선(3월 19일, 1457.64)까지 밀렸고 현재도 코스피는 연초 출발선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이렇다 보니 삼성전자(005930)만 보더라도 지분가치가 지난해 말 35조3766억원에서 지난 7일 기준 35조3967억원으로 불과 20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SK하이닉스(000660)도 이 기간 7조142억원에서 7조1604억원으로 1462억원어치 증가했다. 현대차(005380)는 오히려 2조6905억원에서 2조4430억원으로 2465억원 감소했다.

그나마 코로나19 확산으로 호조를 보인 언택트 관련 종목이 지분가치 상승을 이끌었다. 실제 NAVER 지분가치는 작년 말 3조5411억원 수준이었으나 지난 7일 5조8937억원까지 2조3526억원 늘었다. 카카오도 지분가치가 1조1796억원에서 2조6976억원으로 1조5180억원 증가해 상승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엔씨소프트도 1조3996억원에서 2조3692억원으로 1조원 가까이 늘었다.

셀트리온(068270)LG화학(051910)도 한몫했다. 셀트리온 지분가치는 1조9764억원에서 3조8139억원으로 두배 가까이 늘어 NAVER 다음으로 가장 많이 늘었다. 이어 LG화학이 2조2402억원에서 4조302억원으로 1조7900억원어치 증가했다.

지분가치 하락은 금융주가 주를 이뤘다. 신한지주(055550) 지분가치가 2조402억원에서 1조4199억원까지 떨어지면서 6203억원어치 쪼그라들었다. KB금융(105560)도 1조9759억원에서 1조4843억원으로 4916억원 감소했고, 삼성생명(032830)이 9125억원에서 5446억원으로 3679억원 줄었다. 현대모비스(012330)의 경우 2조7138억원에서 2조2115억원으로 5023억원 감소해 신한지주에 이어 가장 많이 줄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산업구조별 변화를 반영한 돈의 흐름”이라며 “네이버를 비롯한 언택트 관련 종목과 바이오 종목이 오르는 게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그는 “종식되지 않은 코로나19로 약한 형태로나마 경제활동 제약이 이어질 것”이라며 “언택트 관련 종목의 수혜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제약·화학株 담고 식료품·호텔·항공株 빼고

국민연금은 올해 들어서 제약과 화학 종목을 바구니에 담았고, 식료품과 호텔, 항공 관련 종목은 편입 종목에서 뺐다.

특히 신규 편입 종목 가운데 종근당바이오(063160)(6.40%), 한독(002390)(6.19%), 아미코젠(092040)(6.09%), JW중외제약(001060)(5.27%), 보령제약(003850)(5.07%) 등 제약 종목을 가장 많이 담았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스피 의약품 지수는 이미 폭락 전 지수를 회복했으며, 현재는 폭락 전 대비 60% 상승했다”며 “제약바이오 섹터의 선전에는 2015년부터 관심을 두게 된 파이프라인들의 성과 도출과 코로나19로 인해 실적이 급등한 기업들이 발생하면서 펀더멘탈도 강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제약주 외에 국민연금은 포스코케미칼(003670)(6.12%), SKC코오롱PI(178920)(5.01%) 등 화학 관련 종목도 늘렸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전방수요 부진으로 인해 거의 모든 화학제품 가격이 전 분기 대비 하락하면서 화학기업의 2분기 매출액은 감소할 것으로 판단되나 원료(나프타) 가격 하락 폭이 심화하면서 화학기업의 수익성은 1분기 대비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점진적인 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원유수요 회복이 예상돼 3분기 화학제품 가격은 유가 상승에 연동하면서 상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외 삼화콘덴서(001820)(5.62%), 다원시스(068240)(5.07%) 등 전기장비, 피에스케이(319660)(6.07%), 하나머티리얼즈(166090)(5.12%) 등 반도체 장비, 성광벤드(014620)(5.03%), 태광(023160)(5.01%) 등 기계 관련 종목도 신규 편입했다.

개별 종목으로는 더블유게임즈(192080) 지분(9.19%)을 가장 많이 늘렸다. 지분가치는 1374억원 수준이다. 더블유게임즈는 2분기에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한다.

편입 제외 종목에서는 동원산업(006040)(6.72%), 남양유업(003920)(6.64%), 대상홀딩스(084690)(6.23%), CJ프레시웨이(051500)(5.69%), 코스맥스엔비티(222040)(5.15%), 삼양사(145990)(5.09%), 사조씨푸드(014710)(5.04%) 등 식료품이 가장 많았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급식·외식시장은 재택근무 및 ‘사회적 거리두기’ 확산으로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했다”며 “특히 CJ프레시웨이와 같은 식자재 업체는 코로나19 타격이 컸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국민연금은 코로나19로 타격이 큰 대한항공(003490)(9.98%)과 진에어(272450)(6.31%), 제주항공(089590)(5.07%) 등 항공주와 모두투어(080160)(5.00%) 등 호텔 및 레저 관련 종목을 바구니서 뺐다. SBS콘텐츠허브(046140)(8.96%), 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5.96%), CJ CGV(079160)(5.54%) 등 미디어 관련 종목도 제외했다.

한편 국민연금은 올해 들어서 총 42개 종목은 뺐고, 29개 종목은 담았다. 편입제외 종목의 지분가치는 1조938억원으로 신규 편입 종목가치(1조668억원)보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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