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불법 보조금 ‘수백억 과징금’ 예고..되짚어 보니

김현아 기자I 2020.06.14 09:02:14

[김현아의 IT세상읽기]
최소 700억?..방통위 정해진 바 없어
대국민 사기극 엄정 제재 vs 피해자는 누구인가
코로나19에 따른 내수 위축, 단통법 폐지 여론 고려해야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지난해 5G 스마트폰에 대한 불법 보조금을 기억하시나요? 삼성전자 ‘갤럭시S10’ LG전자 ‘V50씽큐’를 공짜폰으로 사거나 택시비를 얹어주는 마이너스폰까지 등장했죠. 불법 보조금이란 공시된 지원금 규모를 넘어 지나치게 싸게 판매되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상 금지행위인 ‘이용자 차별’로 간주하는 겁니다. 통신사들은 과징금이나 영업정지, 시정명령 등을 받지요.

방송통신위원회는 불법 보조금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에 시정조치안을 보냈고, 7월 초쯤 제재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연합뉴스


최소 700억?..방통위, 정해진 바 없어

일부 언론에서 ‘최소 700억원 대 과징금’을 언급하는 보도가 나왔지만 정해진 바 없습니다. 방통위 사무처 고위 관계자는 “왜 숫자가 나왔는지 모르겠다. 시정조치안에도 숫자는 없다”며, 지나치게 앞선 보도라고 해명했습니다.

방통위는 불법 행위 제재시 기업들에게 시정조치안을 보내고 의견서를 2주 내에 받은 뒤 제재 수위를 정하는데, 사업자들의 답변서도 도착하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그럼에도 5G 불법 보조금 과징금 제재는 몇 가지 생각해볼 일이 있는 듯합니다.

바로 ① 5G가 신규 서비스였다는 점(불완전 판매, 신규서비스 최초 불법 보조금 조사)② 5G 불법 보조금에 따른 피해자(이용자 차별 행위 발생 vs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지원 행위)③싸게 팔면 규제하는 단통법의 모순 ④코로나 19 수도권 재확산 조짐에 따른 경기 악화 우려 등의 문제입니다.

이런 일들을 고려해 방통위가 과징금 제재든, 영업정지든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5G 불법 보조금 논란은 그저 타사 고객을 돈으로 뺏어오기 위한 과거 보조금 경쟁과는 양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출처: 연합뉴스


대국민 사기극 엄정 제재 vs 피해자는 누구인가

지난해 4월 3일, 정부 정책으로 대한민국이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해서 한국의 단말기 산업과 통신 장비 산업이 성장한 것은 사실입니다. 덕분에 삼성전자는 5G 단말기 시장에서 점유율 43%로 1위를 달리고, 5G 장비시장에서도 화웨이(점유율 30%)에 이어 2위(23%)를 기록하게 됐죠.

하지만, 소비자들의 불만은 큽니다. 비싼 요금제와 부족한 콘텐츠는 차치해도 5G가 잘 터지지 않고 끊김까지 있다는 것이죠. (사)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지난 1년동안 5G에 대한 불만은 2천여 건 접수됐고, 절반 이상이 품질 문제를 제기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5G 세계 최초 상용화의 결과가 통신사의 앞선 투자가 유관 산업은 키웠지만, 소비자들에게는 ‘불완전 상품’을 판 셈이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두고 이번에 통신사의 5G 불법 보조금을 강하게 엄벌해서 통신사들이 정신 차리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반대로 품질 불안 속에서 불법 보조금은 플래그십 단말기를 싸게 살 수 있게 만들어 도움이 됐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코로나19에 따른 내수 위축, 단통법 폐지 여론도 고려해야

방통위 한 상임위원은 “이번 불법 보조금은 과거 번호이동과 달리 기기변경이 많다”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세계 최초 5G를 위해 상용화 일정과 가입자 수를 챙기기도 했다. LG유플러스가 돈이 떨어지니 불법 보조금을 조사해 달라고 해서 시작된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신기술 서비스는 확산을 위해 당장 불법 보조금 여부를 조사하지 않는 방통위 관행을 깨뜨린 게 바로 한 통신사의 이기심이라는 것이죠.

그는 “코로나 때문에 경기 위축이 걱정이다. 과징금을 과하게 부과했다고 해서 그 돈이 재난기금으로 갈까”라고 걱정했습니다. 이번 대규모 과징금은 통신 대기업들뿐 아니라 수십 개 길거리 유통점들도 100만~150만 원씩 받게 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국토교통부가 항공업계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과징금 경감 조치를 한 것처럼, 방통위가 적극적인 재량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불완전 상품(신기술 서비스)마케팅비 과다 논란, 수도권 코로나19 유행 조짐에 따른 경기 악화 우려 외에도 ‘단통법 폐지 여론’을 고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단통법은 2014년 단말기 가격 차별을 막아 이용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지만, 단말기 시장의 유통경쟁을 저해해 싼 가격의 단말기 유통을 막고 있다는 비판이 거셉니다. 수백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해도 지켜지지 않는, 지킬 수 없는 법이기도 하죠.

21대 국회에서 폐지가 논의될 것으로 보이는 단통법을 근거로 디지털 뉴딜의 한 축인 5G에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조치가 최선인지 합리적인 결정을 기대해 봅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