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미성년 자녀 둔 성전환자, 성별 정정 허용될까…오늘 대법 선고

하상렬 기자I 2022.11.24 06:00:00

'미성년 자녀 있다' 이유로 성별 정정 신청 1·2심 기각
24일 오후 2시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 예정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미성년인 자녀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을 불허할 수 있을까. 대법원은 대법관 공석 사태로 진행되지 않던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기일을 24일 열어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 사건에 대한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사진=이데일리DB)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이날 신청인 A씨가 제기한 등록부정정 소송 상고심 선고기일을 진행한다.

남성으로 출생신고된 A씨는 어린 시절부터 여성으로서 귀속감을 갖고 살다 2018년 11월 태국에 있는 성형외과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이에 A씨는 가족관계등록부 성별란에 ‘남’으로 기록된 것을 ‘여’로 정정하는 것을 허가해 달라는 등록부정정 신청을 냈다.

그러나 하급심인 서울가정법원은 A씨의 신청을 기각했다. A씨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 됐다. A씨는 2012년 B씨와 혼인해 그 사이 미성년 자녀 2명을 두었다. 다만 A씨 부부는 2018년 6월 이혼했다.

당시 재판부는 “사회규범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경우라면, 성전환자에 대해 법률적으로 출생시 성이 아닌 전환된 성을 그 사람의 성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 친권자와 미성년자인 자녀 사이의 특별한 신분관계와 미성년자인 자녀의 복리에 미치는 현저한 부정적인 영향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청인의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정정하는 것을 허용할 때 자녀 입장에선 아버지가 남성에서 여성으로 뒤바뀌는 상황을 일방적으로 감내해야 한다”며 “정신적 혼란과 충격에 노출될 우려가 있는 점, 감수성이 예민한 자녀를 아직 사회적으로 논란이 많은 동성혼 문제에 노출하는 것은 친권자로서 기본적인 책무를 다하지 않는 것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미성년인 자녀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성별 정정을 허가하지 않는 것이 적법한지에 대해 판단을 내릴 전망이다. 기존 대법원 판례는 미성년 자녀를 뒀을 경우 성전환자의 가족관계뜽록부 성별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06년 6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허가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대법원 예규로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이 만들어졌는데, 지침에는 ‘만 20세 이상에 미혼이며 자녀가 없는 경우’에만 성별을 바꿀 수 있도록 명시돼 있다.

한편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는 지난 8월30일 ‘긴급조치 9호’ 불법성을 인정한 판결 이후 석달 만에 나오는 것이다. 지난 9월초 김재형 전 대법관 퇴임 이후 12명의 대법관이 찬반 동수 의견을 내릴 경우 결론을 내리기 어려워 전원합의체 선고는 ‘개점휴업’ 상태였다.

다만 대법원은 이미 표결이 이뤄졌던 사건임 점을 고려해 이번 선고기일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그동안 진행되고 있었던 논의, 합의 대상 사건으로서 표결이 이뤄졌던 사건”이라며 “이에 대한 선고절차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