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자영업이 살아야 한국정치가 산다

최훈길 기자I 2021.10.13 06:15:00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 (사진=방인권 기자)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시중의 관심이 온통 정치에 쏠려 있다. 모든 이슈들은 정치와 연결된다. 그렇다면 자영업은 과연 한국정치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자영업은 한국정치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 이 질문에는 두 가지 답변이 가능하다.

첫째 중산층의 존재로서 자영업이 갖는 정치적 의미다. 두터운 중산층은 정치적 안정과 정치 선진화의 가장 기초가 되는 조건이다. 중산층이 엷어지면 그만큼 정치불안과 정치후진성이 활개친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의 중산층은 두텁지 못하고 그마저도 더욱 엷어지고 있다. 중산층 붕괴의 중심에는 자영업이 있다. 자영업과 비자영업 부문 간 소득격차 확대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저임금 급등과 코로나 팬데믹으로 결정타를 맞으며 불균형은 더욱 심각한 상태로 치닫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자영업 비중이 높기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나라다. 자영업에 종사하는 임금노동자까지 합치면 족히 1000만명은 되는 사람이 자영업계에 종사한다. 이는 지금과 같은 자영업과 비자영업 간 첨예한 불균형이 있는 한 두터운 중산층은 언감생심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영업의 몰락은 곧 중산층의 몰락이다. 정치인치고 중산층을 육성하겠다는 공언을 하지 않는 경우는 없지만 그게 본심인지는 알 수 없다. 정치가 불안하고 후진적일수록 실력 없는 정치인에게는 그 환경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영업이 정치에서 더 소외당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둘째, 자영업이 갖는 또 다른 정치적 의미는 자영업이 진보와 보수 어느 정치세력과도 이해관계가 얽혀있지 않은 독립적인 그룹이라는 점이다. 한국 정치에서 노동자는 진보 정치세력이 대변하고 자본가는 보수 정치세력이 대변한다. 그러면 자영업은 누가 대변하나?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에 낀 자영업을 대변하는 정치세력은 없다. 진보세력이 자영업 노동자를 대변한다고? 심정적으로야 자영업을 대변할 수 있겠지만 현실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자영업계와 진보세력 간에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기 때문이다. 임금노동자 그것도 정규직 임금노동자를 최우선적으로 대변하는 진보세력이 추구하는 높은 임금과 경직된 노동시장은 자영업계에는 독이다. 앞으로도 진보세력이 자영업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핵심 정책기조를 바꿀 것 같지는 않다.


그러면 보수 정치세력은 자영업을 대변하는가?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못하다. 그들은 사실 자영업계에 별 관심이 없다. 자영업이 어려울 때마다 손쉬운 대출상환 연장이나 세금납부 연기와 같은 미봉책으로 민심을 달래려는 딱 그 정도의 관심이다. 어떤 때는 자신들도 모르게 자영업을 죽이는 정책을 무심하게 시행하기도 한다. 물가가 안정되면 무조건 좋은 줄 알고 자영업 물가를 죽자 사자 잡기도 하고 전국민에 무차별적으로 뿌려지는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보고도 유권자 눈치를 보느라 피해 자영업 계층에 집중적으로 지원하자는 주장을 꺼내지도 못하는 게 보수 정치세력의 현주소다.

지금 한국의 정치 생산성은 지극히 낮다. 진보와 보수 모두 진영 간 싸움에만 몰두하느라 정작 한국경제와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핵심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는 전혀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아니 정치가 오히려 문제해결을 더 어렵게 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이런 정치 현실에 당연히 정치개혁을 요구해야 할 국민들도 자신들을 대변하는 정치세력에 얽매여 제대로 된 비판과 견제를 하지 못하고 있다. 진영논리가 온 나라를 뒤덮고 있는 것이다.

오로지 자영업계만이 진영논리에서 자유롭다. 정치적으로 소외된 신세인 만큼 어느 정치세력에게도 의존하지 않는 정치적으로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그룹이다. 한국 사회에 이만한 규모의 정치적 편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그룹은 없다.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를 개혁하는데 희망을 가질 곳은 이제 자영업뿐이다. 자영업이 잘 돼야 한다. 자영업이 잘 살아야 경제불균형도 완화되고 두터운 중산층이 형성되며 진영논리에서 자유롭고 정치편향이 없는 정치세력이 성장할 수 있다. 자영업이 살아야 경제는 물론이고 정치도 살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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