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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투기 잡는다며 '내로남불', 정부 핵심들부터 법 지켜야

논설 위원I 2021.03.31 06:00:00
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전세금 과다 인상 논란에 휘말린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경질했다. 김 전 실장은 세 놓은 아파트 전세 보증금을 14.1%나 올려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올린 시점이 전·월세 인상률을 5% 이내로 제한하는 임대차3법 시행 이틀 전이었다. 불법은 아니지만 부동산 정책과 어긋나는 행태가 불거져 충격을 주고 있다.

청와대 정책실장은 경제부총리와 함께 우리나라의 경제정책을 이끄는 사령탑이다. 김 전 실장은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입안 단계부터 최종 결정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총괄 지휘했다. 인상률을 5% 이내로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제도 그의 총괄 지휘하에 만들어진 제도다. 이 제도는 시장 자율기능을 해치는 인위적 가격통제라는 점에서 반대가 많았다. 하지만 전셋값이 한꺼번에 수억원씩 폭등하는 상황에서 무리가 따르더라도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도입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이뤄졌다. 그렇다면 김 전 실장은 솔선수범해서 전·월세 상한제를 지켰어야 옳다. 스스로 지키지도 못 할 법을 만들어 국민에게 지키라고 강요한 셈 아닌가.

김 전 실장의 전세금 과다 인상 논란은 그가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을 총괄 지휘해온 사령탑이라는 점 때문에 국민적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경우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문 대통령의 청와대 핵심 참모들 가운데 부동산 문제로 불명에 퇴진하는 일이 벌써 네 번째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019년 서울 흑석동에 있는 상가 건물 투기 의혹으로 물러났다. 이어 지난 해에는 김조원 전 민정수석과 노영민 전 비서실장까지 다주택 보유 문제로 사임했다.

청와대 핵심 인사들의 잇따른 불명예 퇴진은 임기를 1년여 남긴 문재인 정부에 큰 상처를 주고 있다.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만들어낸 함정에 문 정부의 핵심 참모들이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진정성과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서민의 주거 안정보다는 시장을 부정하고 부동산 부자들에 대한 응징에 치우친 무리한 정책 선택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스스로 못 지킬 정책을 국민에게 강요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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